어느 보좌관의 해고, 의원보다 돋보인 죄 [기자의 시각]
기자는 지난달 본지에 국민의힘 소속 한 보좌관의 사연을 소개했다. 선거 때 진 빚을 갚느라 국회에서 4년째 먹고 자며 ‘조국 사태’ ‘문 전 대통령 딸의 태국 이주’ 관련 각종 자료들을 발굴했다는 20년 차 보좌관의 이야기였다. “열심히 일한다”는 수백 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이런 분이 총선에 나오면 찍어주겠다”는 내용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후원해주고 싶다”며 휴대전화 연락처를 물어오는 독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사뭇 다른 반응들이 나왔다. “여의도에서는 의원들만 돋보여야 하는데 보좌관이 이렇게 전면에 나오면 본인에게 득 될 게 없다”는 것이었다. “의원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말도 나왔다. 설마했지만 그로부터 얼마 뒤, 실제 소속 의원실에서 해당 보좌관이 해고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볼 때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지만, 이를 접한 국민의힘 인사들은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였다. 능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접한 민심(民心)과 당심(黨心)의 괴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 후보자들의 자질을 평가하는 당무감사위원 6명을 임명했는데 그중에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공천을 박탈당한 인사도 포함됐다. 경선 1등을 하고도 허위사실 유포 논란으로 공천을 박탈당한 인사가 이번에는 총선 후보자들을 감사하는 것이다. 이상한 일이었지만 국민의힘 인사들은 “정치를 하다 보면 원래 챙겨줘야 할 사람이 많은 것 아니냐”며 다들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둘러싼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님도 까불면 나한테 죽어” 같은 말을 하는 목사는 누가 봐도 이상하다. 하지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전 목사의 공로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평가가 아직도 상존한다. 탄핵 이후 보수가 초토화된 상태에서 나 홀로 태극기 부대를 이끌고 광화문에서 보수 재건에 힘썼던 공로가 분명 있다는 것이다. 전 목사 관련 설화에 당이 계속해 끌려 다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기현 대표조차 과거 전 목사를 ‘선지자’라 하지 않았나.
정치 고관여층의 여론인 ‘여의도 문법’이 일반적 시각과 어느 정도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대중 정당이라면 이러한 당심과 민심의 차이를 얼마만큼 잘 조율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수권(受權) 여부가 갈린다. 전세 사기 특별법의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당장 “국회의원들이 전세를 살아봤겠느냐”는 말부터 나오는 게 민심이다. 이런 식이라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매사 비판만 하는 야당과 다를 게 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왜 출범 두 달밖에 되지 않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비대위 소리가 시중에서 나오는지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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