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괴물 수비수 김민재
스물일곱 살 축구 대표팀 수비수 김민재는 2012년 아버지와 생선 트럭을 타고 경남 통영에서 경기 파주까지 달린 7시간을 ‘나를 만들어준 순간’으로 꼽는다. 17세 이하 대표팀에 처음 선발돼 들뜬 마음을 안고 파주 훈련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테이블 6개가 전부인 작은 횟집을 하던 아버지는 멍게 배달 트럭에 아들을 태우고 한밤중에 통영을 출발해 장시간 운전 끝에 파주에 도착했다. 김민재는 “그땐 부끄럽기도 했지만 고생하는 부모를 생각하며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김민재의 아버지는 유도 선수, 어머니는 육상 선수 출신이다. 김민재는 190㎝·88㎏의 탄탄한 체격과 순간 최고 속도 시속 35㎞의 빠른 스피드를 모두 물려받았다.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연세대를 자퇴한 그는 K리그 전북 현대에 입단하며 ‘제2의 홍명보’가 될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중국과 튀르키예를 거쳐 올 시즌 이탈리아 나폴리로 이적하면서 유럽 중앙 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수비는 한국 축구에서 늘 약점이었다. ‘카테나치오(Catenaccio·빗장 수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이탈리아 축구에서 한국 출신 수비수가 통할 것인지 우려도 있었다. 김민재는 곧바로 주전을 꿰차더니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리그 최소 실점과 최다 득점을 기록한 나폴리는 ‘전설’ 마라도나 시절 이후 33년 만에 우승컵을 들게 됐다. 우승에 핵심 역할을 한 김민재에게 찬사가 쏟아진다.
▶김민재는 패스 차단과 태클, 헤딩 등 수비수 본연의 임무에 뛰어나다. 유럽·남미 정상급 선수들을 압도할 만한 체격과 파워를 키웠고, 스피드까지 겸비해 상대 공격수에겐 공포의 대상이 됐다. 경기 흐름과 상대 선수 움직임을 읽는 능력, 배짱과 투지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ESPN은 “빗장수비를 장려하는 조직적 축구를 하는 세리에A는 김민재의 재능을 보여주기에 가장 이상적인 리그”라며 “뚫리지 않는 김민재의 능력이 드러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괴물’이라는 별명이 “수비수로서 나의 긍정적 자질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며 정말 마음에 든다고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김민재 영입에 6000만유로(약 874억원)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박지성은 2005년 한국 최초의 프리미어리거가 됐고, 2021-2022시즌엔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번엔 한국인 수비수가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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