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 마을버스, 혈세먹는 하마 전락

이규희 2023. 5. 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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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의 발'인 마을버스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모양새다.

재정난이 심해진 서울 마을버스 운영업체들이 감축 운행을 하면서 시민 불편이 심화하자 서울시가 재정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마을버스 운영업체 중 재정지원 대상을 늘리고, 지원한도액도 기존 21만원에서 23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마을버스 업체에 재정지원은) 아직 시와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사안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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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年 495억 지원에도 개선미흡
재정난 심화로 감축운행 시민 불편
市, 추경 통해 적자업체 지원금 상향
운송원가는 4년 전과 같아 업계선 불만
자치구 추가 참여 계획도 난항 예상
“요금 개편 등 근본대책 세워야” 지적

‘동네 주민의 발’인 마을버스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모양새다. 재정난이 심해진 서울 마을버스 운영업체들이 감축 운행을 하면서 시민 불편이 심화하자 서울시가 재정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 등에선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지원만 늘리기보다는 요금 체계 개편 등 근본적 개선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마을버스 운영업체 중 재정지원 대상을 늘리고, 지원한도액도 기존 21만원에서 23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이 계획대로라면 시가 마을버스 적자 업체에 줄 지원금은 올해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적자 업체 지원금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192억원에서 2020년 350억원, 2021년 430억원, 지난해 495억원으로 급증했다.
업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시는 월별 총수입금을 1일 1대 기준으로 나눠 재정지원 기준금액보다 수익금이 적은 업체를 대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데, 지원 기준이 되는 운송원가가 4년 전과 동일(45만7040원)하기 때문이다. 관련 조례에 따르면 시는 2년마다 운송원가를 재산정하도록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마을버스 회사 대표 A씨는 “연료비·인건비 등 제반 물가 인상 폭을 고려하면 운송원가는 60만원대 중후반”이라고 주장했다.

자치구를 재정지원에 참여토록 하겠다는 계획도 난항이 예상된다. 시는 재정지원금의 15%를 시와 자치구가 7.5%씩 분담하겠다고 했지만, 자치구별 조례 제정·예산 편성 과정이 지난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연내 참여가 가능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마을버스 업체에 재정지원은) 아직 시와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사안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박주운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 전무는 “지난달 시의 대책 발표 이후 시민들은 마을버스 운행이 곧 정상화할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지원한도액이 2만원 늘어난 것 외에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며 “그마저도 여러 변수로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시가 강 건너 불구경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도 일갈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자치구가 마을버스에 대해 가지는 권한의 크기에 견주면 7.5%의 부담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각 자치구의 의향을 파악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요금 인상이나 민간 사업자의 적자를 보전해 주는 시의 재정지원 방식이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명 명지대 교수(교통공학)는 “요금을 올리면 업체의 이윤도 증가할 것이란 접근은 충분한 근거가 없다”며 “비용이 오르면 수요 일부가 공유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수요 대응형 노선으로 전환해 운행원가를 줄이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자치단체 책임하에 운영하는 마을버스 공공요금을 2015년 이래 900원으로 묶어놓고, 준공영제로 손실 보전하는 시내버스와 달리 적자를 떠안도록 하는 것은 누구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결국 정공법은 요금 인상이고, 지금 이 상황에서 시가 할 일은 시민을 설득해 요금 인상의 정당성을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 등 여건 변화와 마을버스 원가·발전 연구용역 등을 통해 재정지원 기준을 재검토하고 전반적 개선 방안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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