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SK 꺾고 프로농구 통합 우승
완벽한 피날레였다. 안양 KGC인삼공사가 7일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홈 7차전에서 연장 끝에 서울 SK를 100대97로 누르고 4승3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에 이어 2년 만이자, 통산 4번째 정상이다. 작년 챔피언전에서 SK에 1승4패로 져 준우승했던 아픔도 설욕했다. 이로써 KGC는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렸던 EASL(동아시아 수퍼리그)에서 SK를 결승에서 꺾고 우승한 뒤, 국내 정규리그는 개막전부터 최종전까지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고 1위를 했고, 챔피언전 우승까지 일구며 3개 타이틀을 휩쓸었다. 2022-2023시즌은 처음부터 끝까지 KGC가 지배한 셈이다.
이날 승부는 2009년 챔피언전(전주 KCC와 서울 삼성) 이후 14년 만에 펼쳐진 7차전이었다. 초반엔 KGC 활력이 돋보였다. 외곽 플레이를 즐기던 오마리 스펠맨(26·34점 14리바운드)은 골밑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덩크 7개를 꽂았고, KGC 주전 5명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득점 기회를 만드는 ‘모션 오펜스’로 SK를 공략했다. 어시스트에서 26-15로 압도했고, 벤치 멤버인 배병준(33)이 3점슛 4개 16점, 변준형(27)도 16점을 거들었다.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인 SK는 6강과 4강 플레이오프를 각각 3연승으로 통과한 기세를 몰아 끝까지 KGC를 괴롭혔다. 3쿼터 종료 6분 43초 전 52-63으로 뒤졌으나 37점 10어시스트 5스틸을 기록한 김선형(35)을 앞세워 거세게 반격했다. 김선형은 3쿼터에만 19점을 몰아쳤다. SK는 71-74에서 시작한 4쿼터에도 접전을 이어갔다. 종료 2분 42초 전 최성원(28·3점슛 5개 25점)의 3점슛으로 89-87로 역전하기도 했다. 4쿼터 막판 두 팀 모두 끝내기를 실패하며 아쉬움 속에 연장을 맞았다. KGC는 98-97로 쫓기던 연장 종료 31초 전 오세근(36)이 다소 애매한 상대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으면서 100점을 채웠다. SK는 마지막 공격에서 3점슛으로 동점을 노렸으나 연달아 두 번 연속 빗나가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특히 6초를 남기고 수비수가 없는 상황에서 김형빈(23)이 날린 3점슛마저 림을 맞고 튀어나왔다. SK는 연장에선 자밀 워니(29·20점)와 최부경(34·12점)이 6점을 합작했을 뿐, 김선형이 막히면서 활로를 찾지 못했다.
김상식(55) KGC 감독은 종료 3.4초 전 공격권을 갖자 승리를 확신하며 양희종(39)을 투입했다. 등번호 11번을 구단 첫 영구결번으로 남긴 채 은퇴하는 주장에게 우승 순간을 맛보도록 한 배려였다. 5차전에서 어깨를 다쳐 벤치에 머물던 양희종은 팔 보호대를 풀고 코트에 들어갔고, 종료음이 울리는 순간 동료들과 환호했다. 17년간 입었던 KGC 유니폼을 벗는 그는 “팬 여러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김상식 감독은 부임 첫 시즌에 지도자로서 최고 순간을 누렸다. 그는 인삼공사 전신 SBS를 비롯, 오리온스, 삼성 등에서 코치와 감독 대행을 지냈다. 하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있었다. 오리온스 감독이던 2008-2009시즌엔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시즌 도중 물러나기도 했다. 2015년부터는 국가대표 코치로 일하다 2019년부터 2년간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임 김승기(51·현 고양 캐롯 감독) 감독을 잇는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팀을 맡았는데 여기까지 왔다.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KGC 오세근은 플레이오프 MVP(최우수선수)로 뽑혔다. 기자단 투표에서 94표 중 71표를 얻었다. 이날도 20점(13리바운드)을 올렸고, 챔피언전 7경기 평균 19.1점(10리바운드 2.4어시스트)으로 활약했다. 2012년 챔피언전 때 신인으로는 사상 첫 MVP를 수상한 오세근은 2017년에 이어 올해 개인 통산 세 번째 영예를 차지했다. 양동근 현 울산 현대모비스 코치와 함께 역대 최다 플레이오프 MVP 공동 1위다. KGC에서만 챔피언 반지 4개를 수집한 오세근은 이번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시리즈를 치르면서 행복했다. 다시 한번 오늘 같은 팬들 함성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SK는 6차전에서 15점 차까지 앞서다 역전패한 게 회한으로 남았다. 전희철 SK 감독은 “6차전에서 너무 큰 실수를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우승으로 마무리를 못 해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안양=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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