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라이온 킹'의 시대…오세근, 6년 만의 MVP로 우뚝

"'롤러코스터' 농구 인생, '두고 봐라'는 마음으로 노력…5번째 우승도 하고파"

(안양=연합뉴스) 최송아 설하은 기자 =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기둥' 오세근이 6년 만에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건재함을 알렸다.

오세근은 7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챔피언결정 7차전에서 인삼공사가 100-97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뒤 기자단 투표에서 94표 중 71표를 얻어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2011-2012시즌 프로 데뷔부터 인삼공사에서만 뛰며 프로농구의 대표적인 '토종 빅맨'으로 활약해 온 그는 데뷔 시즌과 2016-2017시즌에 이어 개인 통산 3번째 플레이오프 MVP의 영예를 누렸다.

오세근은 우승이 결정된 이날 20점 13리바운드를 올린 것을 비롯해 이번 챔프전에서 평균 19.1점, 10리바운드로 맹활약하며 인삼공사가 2년 만에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평균 13.1점, 6.4리바운드를 기록했던 그는 플레이오프에선 16.5점, 8.7리바운드를 올렸고, 챔프전만 떼어놓고 보면 더 강렬했다.

마지막 7차전까지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에서 오세근은 연장 막바지 자유투로 팀의 마지막 2득점을 만들어내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오세근은 "오랜만에 큰 상을 받아서 감회가 남다르다. 선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받지 못했을 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시즌 전 우리를 우승 후보나 강팀이라고 말한 분이 없었지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까지 선수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했다"며 "챔피언결정 7차전까지 와서 우승한 것이 매우 값지고 기분 좋고 감사하다"고 기뻐했다.

오세근은 프로 생활 중 잦은 부상에 시달리기도 해 건강할 때의 그를 수식하는 '건세근'(건강한 오세근)이라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였는데, 이번 시즌 그는 대부분의 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중심을 지켰다.

정규리그에서 52경기 평균 27분 21초를 뛰었고, 챔프전에서는 평균 36분 가까이 출전해 훨씬 나은 기록을 남겨 존재감을 발산했다.

오세근은 "저보다 '롤러코스터' 같은 농구 인생은 없을 거다. 바닥도 찍어봤는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땐 '두고 봐라'는 마음가짐 하나로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운동을 늦게 시작하고, 부상도 잦았고, 화려하지도 않았으나 이렇게 농구를 하고 있다.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라고 자부한다"는 그는 "화려한 농구뿐만 아니라 저처럼 이렇게 해도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기본기부터 잘 닦으면 된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이번 시리즈는 오세근과 더불어 정규리그 MVP인 SK 김선형의 활약이 코트를 지배해 베테랑의 저력이 빛났다.

오세근과 김선형은 같은 중앙대 출신으로 2011년 신인 드래프트 때 각각 1, 2순위로 뽑혔다.

오세근은 김선형에 대해 "저도 어렸을 때부터 봐 왔지만, 정말 대단한 선수인 것 같다. 대단히 잘한다. 다른 팀에 있지만 정말 '리스펙트'한다. 이번 시리즈도 정말 대단하게 펼쳤고, 다음 시즌에도 엄청난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덕담했다.

이번 시즌을 포함해 인삼공사에서 뛰는 동안 4차례 챔프전 우승을 함께 했고, 3번째 MVP로 팀의 상징과 같은 선수임을 재확인한 그는 이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다.

"우승 반지 5개를 채우면 좋겠지만 4개도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은 오세근은 "지난 시즌이 좋은 기회였으나 여러 악재가 있었는데, 그때의 실패를 이번 우승으로 보답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기회만 되면 5개까지 끼고 싶다"고 강조했다.

FA에 대해선 "다른 곳에 간다는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다른 데 가면 이상할 것 같다.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줄 것 같다"며 "나이가 있으니 미래도 생각하며 잘 헤쳐 나가 보겠다. 성급히 판단하지 않고 잘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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