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함 더한 ‘괴력 장타왕’ 정찬민, 드디어 웃었다
프로 데뷔 후 19번째 대회 ‘첫 정상’
시즌 상금랭킹 54위서 1위로 껑충
“동계훈련 때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을 집중 연습했다. 대회 직전에 퍼터를 바꾼 것도 신의 한 수였다.”
‘괴력의 장타자’ 정찬민(24·사진)이 정교한 쇼트게임 능력을 더하며 한국과 아시아의 강자들이 나선 메이저급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정찬민은 7일 경기 성남시 남서울CC(파71)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겸 아시안투어로 열린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3억원) 나흘째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3개로 5타를 줄이고 합계 16언더파 197타를 기록, 공동 2위 송민혁(한체대·아마추어)과 이정환(이상 10언더파 203타)을 6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2017년 국가대표 출신으로 2년간 KPGA 스릭슨투어(2부)를 거쳐 지난해 코리안투어로 올라선 정찬민은 프로 전향 후 19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을 일궈냈다. 올해 3번째 출전 대회에서 우승상금 3억원을 따낸 정찬민은 시즌 상금랭킹 54위에서 단숨에 1위(3억5922만원)로 뛰어올랐다.
6일 내린 폭우로 3라운드가 취소돼 54홀로 축소된 이 대회에서 정찬민은 첫날 8언더파 63타를 쳐 선두로 나선 이후 한 번도 1위를 뺏기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뒀다. 지난해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 317야드로 1위에 오른 장타는 여전했고, 위기와 기회마다 절묘한 어프로치와 퍼트가 빛을 발했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정찬민은 3번홀(파3) 첫 버디에 이어 4번홀(파5)에서 약 15m 거리의 그린사이드 벙커샷을 홀에 넣고 이글을 낚았다. 8번홀(파4) 프린지에서 8m 버디 퍼트를 성공한 데 이어 9번홀(파5)에서 1m 버디를 추가하며 전반에만 6타 차로 가장 앞선 정찬민은 후반 9홀을 모두 파로 지키며 여유 있게 우승했다.
텁수룩한 턱수염으로 세계 1위 존 람(스페인)에 빗대 ‘정 람’이라는 새 별명을 얻은 정찬민은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아마 내일, 다음주쯤 돼야 실감 날 것 같다”며 “4번홀 이글로 마음이 편해졌고, 6타 차로 벌리면서 우승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형 퍼터를 쓰다가 다른 브랜드의 말렛 퍼터로 바꾼 게 잘 맞아떨어져 그린에서 자신감을 가진 것이 전체적인 샷의 안정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코리안투어 5년 시드와 아시안투어 2년 시드를 받은 정찬민은 “지난해엔 미국 PGA 콘페리투어(2부)에 도전하면서도 시드 걱정을 했는데, 이제부터는 마음 편히 투어생활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올해도 가을에는 상황을 봐서 미국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회 2연패 및 3번째 우승에 도전한 김비오는 공동 6위(8언더파 205타)로 마쳤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조우영과 장유빈(이상 한체대)이 나란히 공동 8위(7언더파 206타)에 올라 아마추어 3명이 톱10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다.
성남 |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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