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자금고 ‘스마트레이더’가 지킨다

구교형 기자 2023. 5. 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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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 보안영역에 설치…무단 침입 땐 5초 내 알람 송출
CCTV로 관찰 어려운 현장 감시…야간 경비 한계점도 보완
식물 자원이 고갈될 경우를 대비해 5000여종의 야생식물 종자를 모아둔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안의 ‘시드볼트’ 전경. LG유플러스 제공

경북 봉화군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5000여종에 달하는 야생식물 종자 18만여점이 긴 겨울잠에 빠져 있다. 2015년 지어진 ‘백두대간 시드볼트(Seed Vault)’는 핵전쟁이나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식물 자원이 고갈될 경우에 대비해 종자를 모아둔 저장고다. 이 같은 종자금고는 2008년 노르웨이에 만들어진 ‘스발바르 시드볼트’와 함께 전 세계에 단 2곳뿐이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고 불리는 백두대간 시드볼트 내부는 종자의 발아를 막기 위해 영하 20도와 상대습도 40%를 엄격히 유지한다. 지난 3일 찾은 시드볼트는 2019년 국가정보원이 지정한 국가보안시설로 지하 46m 깊이에 두께 60㎝의 강화콘크리트와 3중 철판구조를 사용해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여기에 철통같은 경계 태세를 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LG유플러스가 개발한 ‘스마트레이더’를 추가로 설치했다.

스마트레이더는 무단침입 발생 시 5초 안에 관제시스템에 알람을 송출한다. 자율주행 차량용 레이더 센서를 활용해 사고 위험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안개가 끼거나 비가 많이 내리는 악천후 시 폐쇄회로(CC)TV로 관찰이 어려운 현장 상황을 정확히 짚어내고, 육안으로 사람이나 사물을 식별하기 어려운 야간 경비의 한계점도 보완할 수 있다.

가로 130㎜·세로 130㎜·두께 35㎜ 크기인 스마트레이더를 바닥으로부터 2m 높이의 벽면에 부착하면 7m×7m 공간에서 최대 5명까지 인지할 수 있다. 일단 레이더 센서가 스캔으로 감지한 데이터를 이미지화하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이상징후를 분석하고 클라우드 서버에 데이터를 전송한다. 관리자는 종합감지 현황판에서 안전 상태와 인원 현황을 볼 수 있다. 위험 발생 시 PC와 휴대전화 문자로 알람을 주고 사후 동선 추적도 가능하다.

총면적이 5179㏊로 여의도 면적의 18배에 달하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시드볼트 외에도 연구·증식을 위해 중·단기로 종자를 담아두는 시드뱅크, 수목원에서 생산한 주요 서류를 관리하는 기록물보존서고 같은 보안영역에 스마트레이더가 설치돼 비인가자의 침입을 감시한다.

언론을 상대로 한 시연에서 시드뱅크에 허가되지 않은 인원이 들어가자 관리자 휴대전화로 알람이 전달됐다.

스마트레이더는 수목원 안에 있는 6개 공중화장실에도 설치돼 있다. 레이더는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지뿐 아니라 급격한 자세 변화나 높낮이 차이 등을 감지해 누군가 화장실에 지나치게 오랜 기간 머물러 있거나 낙상·쓰러짐 사고가 발생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종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은 “수목원 면적이 무척 넓다 보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관람객들이 어디서 사고가 났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비대면으로 영상 촬영이 필요 없는 (레이더) 서비스가 개발돼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줬다”고 말했다.

스마트레이더는 서울지하철 8호선 17개 공중화장실에도 설치돼 시민 안전을 지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화장실 안에서 낙상·쓰러짐 사고 발생 시 5초간 자세 회복 움직임을 지켜본 후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알람을 보내는 식이다. CCTV 같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없어 화장실 같은 민감한 공간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향후 레이더 적용 범위를 대형병원, 요양·산업 시설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허영석 LG유플러스 스마트레이더사업스쿼드 책임자는 “레이더 기술의 장점은 빛, 먼지, 날씨 등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개인정보 보호도 가능하다는 점”이라며 “자율주행 차량용 레이더 센서를 적용해 감지 정확도를 높였고, 이미지 레이더 기술을 적용해 사람 형태를 정확히 감지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로 레이더 구축을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봉화 |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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