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던 리튬값, 칠레 ‘국유화’에 반등…‘K배터리’ 악재일까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 상승 장기화 땐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져 ‘부담’
1분기 수산화리튬 수입 490% 폭증·중국산 의존도 높아 안심할 수 없어
칠레 정부가 ‘리튬 국유화’를 선언하면서 최근 6개월간 내리막길만 걷던 국제 리튬 가격이 9% 가까이 올랐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원자재 리스크를 고객사인 자동차 제조사들에 떠넘기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당장 큰 영향을 받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져 악재가 될 수 있다.
7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5월 첫째주 국제 탄산리튬 가격은 t당 18만위안이었다. 지난달 24일 19개월 만에 최저가인 16만5500위안을 기록한 이후 약 8.7% 상승했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은 크게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으로 구분된다. 탄산리튬이 가장 기본적인 리튬 화합물로, 에너지밀도가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에 주로 쓰인다. 추가 가공 과정을 거치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춘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에 쓰이는 수산화리튬을 만들 수 있다.
국제 리튬 가격은 지난 2년여 동안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다. 2020년 연말까지만 해도 t당 5만위안 정도였던 탄산리튬 가격은 이후 2년간 10배 이상 치솟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t당 59만7500위안으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70% 가까이 가격이 내렸다.
리튬 가격이 하락한 것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수요가 꺼진 탓이 크다. 올해 초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친환경차) 구매보조금을 폐지했다. 전기차 구매 수요가 감소하자 자동차 제조사들은 원재료 매입을 줄였고, 이는 리튬 광산·가공 업계의 재고 증가와 감산 채택으로 이어지며 가격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리튬 가격이 반등한 이유는 세계 2위 생산국인 칠레 정부가 지난달 20일 국유화를 선포했기 때문이다. 칠레와 함께 ‘리튬 삼각지대’로 불리는 아르헨티나·볼리비아도 국유화를 추진 중이다.
이들 국가의 ‘자원민족주의’에 불이 붙으면서 인위적 감산 등 가격 통제 우려가 시장에 반영됐다.
리튬 가격 반등이 당장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은 원재료 가격을 판매 가격에 반영하는 ‘판가연동’ 계약을 주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과 맺고 있다.
그러나 리튬 수입이 폭증하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배터리 양극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21억6215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의 3억6630만달러보다 490.3% 급증했다. 연간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2017년 1억3000만달러로 처음 1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불과 5년 만인 지난해 36억7639만달러를 기록했다.
미·중 대결이 본격화한 가운데 중국산 리튬 의존도가 매우 높은 점도 불안 요인이다. 올해 1분기 중국산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18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중국산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73억달러를 기록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금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인 수요 증감과 관계없이 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너무나 크다”며 “현대차를 비롯해 지금까지 전기차에 큰 관심이 없던 도요타·혼다 등 일본 업체들도 전동화를 선언하면서 배터리 합작법인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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