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근 MVP∙양희종 출전…인삼공사 농구엔 감동이 있다

장한서 2023. 5. 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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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2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안양KGC인삼공사와 서울SK의 ‘끝판 대결’ 7차전이 열린 7일 안양체육관. 4쿼터까지 91-9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에 피 튀기는 사투를 벌였다. 이번 시즌 최다인 5905명의 관중은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팀을 위해 소리쳤다. 경기 종료 1분 25초 전 인삼공사가 98-97로 앞선 상황. SK 허일영의 3점 슛이 불발되면서 역전 기회를 놓쳤다. 이후 인삼공사 변준형의 슛이 빗나가자 ‘베테랑’ 오세근이 결정적인 리바운드에 이어 상대 파울을 이끌었다. 그는 침착하게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켰고, 인삼공사는 3점 차로 달아났다. 벼랑 끝에 몰린 SK는 김형빈이 와이드 오픈 상황에서 중요한 3점 슛을 쐈지만 림을 맞고 튕겨 나왔다. 경기 종료 3.4초 전에 사실상 우승팀이 가려지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인삼공사 벤치에선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영원한 ‘캡틴’ 양희종이 울컥한 감정을 추스린 뒤 팔의 깁스를 풀고 코트를 밟았다. 어깨 부상으로 결장한 그의 마지막 우승을 자축하기 위해서였다.
7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 KGC 김상식 감독과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마지막 승부에서 결국 인삼공사가 SK를 꺾으며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인삼공사는 이날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챔프전 7차전에서 100-97로 승리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며 상금 1억원을 거머쥐었다. 리그 3위에 올라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 SK는 이날 37점을 기록한 김선형의 맹활약에도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아쉬움을 삼켰다. 챔프전 7차전이 열린 건 2008~2009시즌 KCC와 서울 삼성의 대결 이후 14년 만이다.

5차전까지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인삼공사는 내리 2연승을 달리며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2020~2021시즌 이후 두 시즌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리그에서 1위 자리를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으면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위업을 이룬 인삼공사는 챔프전까지 정복하면서 ‘통합 챔피언’이 됐다. 구단 역사상 네 번째 챔프전 우승이자, 2016~2017시즌 이후 두 번째 통합 우승이다. 현대모비스(7회), 전주 KCC(5회)에 이어 단독 3위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SK에 밀려 준우승에 그친 인삼공사는 이번에 설욕에 성공했다. 이로써 인삼공사는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우승까지 포함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사실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이런 ‘절대 강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은 적었다. 지난 시즌 SK에게 챔프전에서 무릎을 꿇은 뒤 팀을 7년 넘게 이끌었던 김승기 감독과 리그 최고 슈터 전성현을 모두 고양 캐롯으로 떠나 보냈다. 국가대표 사령탑 경험이 있는 김상식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지만 전력 손실과 함께 큰 변화를 겪은 인삼공사였기에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7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 KGC 양희종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인삼공사는 어느 팀보다도 막강한 모습을 보이며 리그 최강자로 우뚝 섰다. 김상식 감독은 소통과 칭찬, 그리고 휴식을 곁들인 ‘온화한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장악했다. 인삼공사 특유의 ‘조직적이고 유기적인 농구’를 완성했다. 양희종과 오세근은 기둥이 돼 팀을 추슬렀다. ‘젊은 에이스’ 변준형은 사령관으로 자리 잡았고,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은 공격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대릴 먼로∙렌즈 아반도∙문성곤·박지훈 등 다른 선수들도 제 역할을 했다. 이들의 활약 속에 인삼공사는 세 개의 우승컵을 드는 저력을 보였다.
오세근은 이날 20점 13리바운드를 포함해 시리즈 내내 맹활약을 펼쳐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챔프전 7경기 평균 19.1점 10리바운드 ‘더블더블’을 기록한 그는 기자단 투표 94표 중 71표를 얻었다. 2011∼2012시즌, 2016∼2017시즌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 챔프전 MVP로, ‘레전드’ 양동근(현대모비스 코치)과 함께 최다 수상 타이기록이다. 오세근은 “미친 듯이 기분이 좋다”며 “또다시 최고의 자리에 올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임 첫해에 리그 1위에 이어 챔프전 우승까지 이룬 김상식 감독은 ‘명장’으로 거듭났다. 그는 “너무 감격스러운 순간”이라면서 “선수들이 참 열심히 했는데, 선수들한테 공을 돌리고 싶다. 팬들의 응원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7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 KGC 오세근이 골대 그물을 자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의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완벽하게 장식한 양희종은 “열심히 뛰어준 동료들이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 울컥한 마음에 연장전에 눈물까지 터져버렸다”고 말했다. 인삼공사 후배들은 수비를 잘하는 양희종을 위한 ‘라스트 디펜스’를 끝내 이뤄냈다. 인삼공사의 농구엔 감동이 있었고, 팬들은 열광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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