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미 핵협의 그룹에 일본 참여 가능성 열어뒀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한일, 한·미·일 협력 강화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공조 방안을 더 구체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간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이 한미일 간 협력으로 확대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일본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 핵·미사일 억지를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이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전 세계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데 기시다 총리와 인식을 공유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곧 다가올 G7(7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3자(한·미·일) 정상회담 등 3국 정상 간 긴밀한 소통과 협의가 매우 중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 초청으로 오는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막하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기시다 총리도 이날 “우리를 둘러싼 국제사회 정세를 보더라도 양국 간 협력은 필수”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우리는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주요한 동맹국”이라면서 “북한의 도발 행위가 이어지고, 또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가 보이는 가운데 일·미 동맹, 한미 동맹, 일·한 그리고 일·한·미 안보 협력을 통해 억제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함을 확인했다”고 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는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견제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북한과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3국 공조를 강화하자는 데 두 정상이 공감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 창설하기로 합의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일본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미 정상은 지난달 말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서 NCG 창설과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주변 정기·지속 배치에 합의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선언이 완결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먼저 (한미 간) 이것이 궤도에 오르고 일본도 미국과 관계에서 준비가 되면 언제든지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미 간 NCG가 정착·활성화되면 일본 참여를 추가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11월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관련해서 실현 방안에 대해 당국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환영한다”고도 했다.
두 정상은 이날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 소재·부품·장비 기업 간 공조 강화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경제와 글로벌 현안에서도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한국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게이단렌이 설립하기로 합의한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이 정식 출범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며 “한일 미래 세대의 교류 확대를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필요한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의 인적 교류 규모가 올해 들어 3개월 만에 2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면서 “미래 세대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또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과 별도로 “양국 정부 차원에서도 청년을 중심으로 한 미래 세대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간 항공 노선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도록 노력해나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방과 수도권의 항공편을 두 배 이상 증설하자는 데 의견 합치를 봤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청년 단 기연수 지원 프로그램인 일 외무성 제네시스 프로그램의 대면 교류를 전면 재개하고 교류 인원수(현재 500명 수준)를 2배로 늘리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국은 일본 문부과학성 장학금 혜택을 받았는데 한국 교육부도 일본 학생 연수 지원 등 장학금 제도를 만드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셔틀 외교
1970년대 초 이스라엘과 아랍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이 중재자로 양측을 오가며 중재를 한 것이 시초로, 원래는 제3자의 ‘중재 외교’를 의미한다. 그러나 한일 관계에선 원래의 뜻과 달리 수시로 상대국을 오가며 정례 정상회담을 가진다는 뜻으로 쓰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2004년 처음으로 ‘셔틀 외교’에 합의했다. 당시에는 1년에 한 번씩 상대 나라를 오가며 정례 정상회담을 열자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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