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쑥쑥 크자” 새싹 돌보는 새싹들
시 교육청 2020년부터 시행, 농업 이해·생태 감수성 도움
“우리도 이 새싹들처럼 무럭무럭 자랄 거예요.”
지난 2일 오전 울산 남구 옥동초등학교 본관 5층 옥상에서 3학년 2반 학생들이 ‘텃밭 수업’을 하고 있었다. 장재희 담임교사(42)가 “자기가 심은 채소 중 싹을 틔운 사람 있나요?”라고 묻자 아이들은 앞다퉈 손을 들며 “저요”라고 외쳤다.
목재로 만든 벽면과 옥상을 가득 채운 화분과 항아리에는 방울토마토·가지·고추·상추 등 갖가지 채소와 관상용 식물들이 심겨 있었다. 새싹이 돋아있는가 하면 앙증맞은 꽃을 피운 식물도 보였다. 아이들은 식물을 소중하게 다뤘다. 호기심에 싹을 눌러 뭉개거나 힘껏 잎사귀를 당겨 만지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조예서양은 “옥상에서 햇빛을 잘 받아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보다 훨씬 잘 자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이영군은 “집에서 볼 수 없는 채소와 식물이 많아서 마치 식물원에 온 것 같다”고 했고, 손윤재군은 “내가 심은 고추에 꽃이 핀 걸 보니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 텃밭 이름은 ‘구슬뜰’이다. 학교 측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이름을 공모해 선정했다. 학교가 위치한 ‘옥동’의 한자 뜻인 ‘구슬’에다 아이들의 맑고 청아한 마음을 담은 뜰이라는 의미다. 텃밭 입구 비닐하우스 모양으로 만든 천장에는 ‘구슬뜰’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장 교사는 “가정에서는 거의 관상용 식물을 키우지만 학교 텃밭은 열매를 맺는 채소작물과 관상용을 동시에 키운다”면서 “(텃밭은) 농업과 식물을 쉽게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일하는 보람과 수확의 기쁨을 누리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울산시교육청이 2020년부터 대대적으로 시행한 ‘학교 텃밭 가꾸기’가 학생과 학부모·교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97개 학교가 신규 텃밭을 조성했다. 이들 학교는 교실형·옥상형·교내형 상자텃밭을 만들거나 교내 유휴부지를 활용한 노지텃밭을 운영한다.
교육청은 텃밭가꾸기 사업을 시행하기 이전에 기존 노지텃밭을 보유한 학교 116곳에는 운영비를 지원해왔다. 울산지역 전체 초·중·고·특수학교 248곳 중 213곳이 텃밭을 운영하는 셈이다. 최미향 울산시교육청 장학사는 “신규 조성 또는 기존 텃밭 관리학교의 절반 이상을 초등학교가 차지하고 있다”면서 “어릴 때부터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기관·단체들도 학교텃밭에 힘을 보태고 있다. 농협울산본부는 2020년 사업초기부터 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은 후 현재까지 텃밭운영비 9000여만원을 비롯해 퇴비 1132포대, 반려식물 1200그루를 지원했다.
울산도시농업네트워크는 토종 모종과 씨앗 나눔 행사를 벌이거나 학교텃밭 전문강사를 학교에 파견해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텃밭수업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한다. 권기태 울산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아이들이 생명의 다양성과 친환경농업을 이해하는 데 학교텃밭이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울산시교육청은 2025년까지 모든 학교가 텃밭을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글·사진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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