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공포의 '깡수비' 눈 감은 폭력

최경재 2023. 5. 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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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R ▶

지난 3월 1일, 한 초등학교 체육관입니다.

쉬는 날이지만 배구팀 훈련이 한창입니다.

코치가 코트 구석구석 공을 던지면 선수들이 달려가 두 손으로 받는 연습입니다.

그런데 수비하던 학생이 엎어지자 코치가 누워 있는 아이를 향해 공을 세게 내려칩니다.

손바닥이 아니라 주먹으로 칩니다.

이런 스파이크가 3차례 연달아 이어집니다.

아이가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공을 힘껏 던져 맞춥니다.

그러다 아무일 없다는 듯 훈련하고,

선수가 넘어지면 코치는 또다시 공을 던지거나 스파이크를 반복합니다.

[정용철/스포츠 인권연구소 사무처장] "오디오가 없어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보이죠. 미친 거네요."

이번에는 벽에 기댄 선수를 향해 코치가 쉴 새 없이 공을 내려칩니다.

처음에는 벽을 맞추더니 점점 강도를 올려 학생을 겨냥하기 시작합니다.

물러설 데도 없는 아이는 1~2미터 거리에서 피하지도 않고 온몸으로 공을 받아냅니다.

이런 상황이 익숙해보입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 아이가 배구공을 담은 카트를 코치 쪽으로 끌고 옵니다.

또다른 아이는 공을 하나씩 집어 코치에게 빠르게 건넵니다.

코치는 아이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공을 세게 내려칩니다.

엎어진 아이를 발로 걷어차기도 합니다.

이 배구팀은 이걸 '깡수비'라고 부릅니다.

공을 향한 두려움을 없애는 훈련이라는 겁니다.

[김성철/초등학교 배구팀 학부모] "한 선수당 10분씩도 했대요. 얼굴 맞을 때도 있고 배를 맞으면 숨을 못 쉴 때도 있고 그냥 온몸으로 맞는 거죠."

◀ 앵커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학교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포츠 폭력에 대해 자세히 보도합니다.

스튜디오에 최경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최 기자, 그제가 어린이날이었잖아요.

초등학생이면 어린이인데, 이 정도면 훈련이 아니라 학대 아닙니까?

◀ 기자 ▶

네 저도 참 이 영상을 보고 화가 정말 많이 났습니다.

안타까운 건 아직 어린 학생들이다 보니 아프고 무서웠지만 학대인 줄도 모르고 이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겁니다.

◀ 앵커 ▶

시대가 참 많이 변했는데 왜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겁니까?

◀ 기자 ▶

이 사건을 취재해보니까 스포츠 학교 폭력이 왜 근절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이 초등학교 배구팀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VCR ▶

초등학교 5학년 서준이는 지난 1월 말, 배구팀 훈련을 받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김성철/서준이(가명) 아버지] "7번에서 8번 정도 쓰러졌다 마지막 쓰러졌을 때가 조금 심하게 눈이 위로 올라가고 옆에서 이제 동료 선수들이 이름을 부르면서 막 '일어나, 일어나' 하는데 애가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으니까…"

병원 진단 결과 '불규칙적으로 맥박이 뛰는 부정맥 의심 증상에 배구 선수 고질병인 무릎 관절염이 나왔습니다.

‘운동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몸이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의사가 보기에 정서적으로도 불안정했다고 합니다.

의사가 묻자 서준이는 여러차례 망설이다 숨겨왔던 훈련 얘기를 처음으로 꺼냈습니다.

"코치가 공을 못 잡으면 몸에 공을 때리고 욕설을 하고 화를 냈다"

"시간 안에 못 들어와서 500바퀴를 뛴 적도 있다"고 자필로 썼습니다.

의사는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했습니다.

[서준이(가명)/초등학교 배구팀 선수] "아프고 무서웠어요. 훈련할 때 공 못 받으면 XX이냐 미친X이냐. <훈련받을 때마다 그랬어요?> 네. 훈련받는 것보다 죽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코치의 입단속에 부모에게도 말을 못했다고 했습니다.

[김성철/서준이(가명) 아버지] "코치가 훈련 중이나 훈련이 끝나면 항상 아이들 모아놓고 그 이야기를 한대요. '너네 배구부에서 있었던 일은 아무한테도 이야기하면 안 된다. 부모님한테도 이야기하지 마라'"

부모는 혼자 힘들어 했을 아들 생각에 인터뷰 내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김성철/서준이(가명) 아버지] "아이가 그 이야기를 했어요. '엄마 아빠, 학교에 좀 와서 맨날 보고 있으면 안 되냐' 부모님들이 계시면 욕하거나 때리지를 못하니까."

서준이는 배구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을 결국 접었습니다.

[김성철/서준이(가명) 아버지] "<집에서도 이걸 갖고 계속 훈련을 하나요?> 앉아서도 하고 계속 거실에서도. 별명을 제가 ‘배진남’이라고 지어줬어요. 그 정도로 배구에 진심인 아이라서 그렇게까지 해줬는데, 지금 자다가 그 코치가 꿈에도 나온대요."

폭력에 노출된 건 서준이뿐만이 아닙니다.

지호도 초등학교 5학년이던 작년 12월, 배구를 그만뒀습니다.

소변이 갈색으로 변해서 병원에 갔다가 근육이 녹는 병인 ‘횡문근 융해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과도한 훈련과 신체 활동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김○○/지호(가명) 아버지] "허벅지 같은 데 멍이 들어 온다든가 팔 같은 데 멍이 든다든가 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어떻게 훈련했는데 이렇게 다쳐' 그러면 '잘못 맞으면 이렇게 멍이 들 수도 있어'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냥 그렇게 넘어갔는데…"

지호도 그제서야 코치가 너무 무서웠다고 털어놨습니다.

“실수를 많이 하거나 코치가 기분 나쁜 날은폭행이나 폭언이 더 심했고, ‘깡수비’가 가장 힘들고 무서워서 거의 매일 울었다”고 했습니다.

[김○○/지호(가명) 아버지] "‘배구부를 요즘 안 가니까 너무 좋다. 그동안 내가 그걸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다’라는 식으로… 이러 이러 이러한 일이 있었어? 하고 구체적으로 딱딱 이야기를 하니까 하나하나 '다 맞는다'는 거예요."

<스트레이트>가 확보한 훈련 CCTV 영상은 지난 3월 1일과 8일, 이틀치 20시간 분량입니다.

전문가들에게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스포츠의학자, 아동심리학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그리고 스포츠 전문 변호사, 이렇게 4명 모두 의견은 같았습니다. 명백한 아동학대라는 겁니다.

[최지영/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 "아이들을 가혹하게 처벌하고 화를 내고 감정적으로 폭발을 하면서 아이들이 그거에 불안에 떨게 하고 그거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심리적으로 일종의 저거는 통제하고 학대하는 거거든요."

[한승범/스포츠 전문 변호사]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보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본인을 항변할 수 있겠죠. '나는 훈련의 일부분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훈련을 넘어서서 사실 감정이 들어가는 부분이 충분히 있었다고 봐요."

이름을 밝히기 꺼린 국가대표 출신 배구 지도자는 “20년 전에나 볼 수 있는 훈련”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런 식의 깡수비는 훈련이 절대 아니라고 했습니다.

“선수가 눈을 감지 않게 손목에만 공을 쳐야 하지,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향해 공을 내려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폭력을 직접 휘두른 건 아니지만 전문가들이 눈여겨 본 장면도 있습니다.

코치가 화가난 듯 배구공이 담긴 카트를 계속해서 엎어버립니다.

[최지영/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 "감정 폭발을 그냥 하시네."

그러면 아이들은 반사적으로 공을 다시 주워와 담습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폭력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지적합니다.

[손석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 전문의] "조건반사적으로 코치가 공을 떨어뜨리면 나는 주워야 되고 코치가 이렇게 공을 던져서 자기들을 가격하면 어쩔 수 없이 맞아야 되는 것이 아닌가. 좀 그런 식의 태도가 좀 있지 않나…이것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의 복종과 지배 피지배 이런 것들이 상당히 상하관계 위계질서가 좀 확립된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되거든요."

이런 모습은 실제 경기 중에도 나타납니다.

점수를 내주면 선수들은 일제히 '열중쉬어' 자세로 코치를 쳐다봅니다.

실점이나 실수할 때마다 열중쉬어는 반복됩니다.

반면 상대팀 다른 학교 선수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실점하더라도 코치 눈치를 보는 대신,자기들끼리 뛰어다니며 서로 격려하고 응원합니다.

[최지영/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 "폭력 피해자들의 특성이잖아요. 폭력을 계속 반복해서 당하고 심리적으로도 거기에 위축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 계속 내가 또 혼날 짓을 한 게 아닌가 하고 눈치를 보고 불안해하면서 쳐다보는 걸로 보이네요."

◀ 앵커 ▶

어린이들이 폭력에 길들여진 것 같아서 좀 안타깝고 화가 납니다.

최 기자, 요즘은 군대에서도 이렇게 안 할 것 같거든요.

◀ 기자 ▶

그렇죠. 아파서 병원에 갈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말도 못 했다는 게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 앵커 ▶

저렇게 될 때까지 미리 조짐이 있었을 것 같은데, 막을 방법은 없었습니까?

◀ 기자 ▶

있었습니다.

취재해보니 2년 전에도 이 학교 배구팀에서 비슷한 학대 신고가 있었고 경찰이 수사까지 했습니다.

◀ 앵커 ▶

혹시 그때도 같은 코치였습니까?

◀ 기자 ▶

네, 같은 코치였습니다. 학교는 이미 2년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치는 여전히 자리를 지켰고 폭력은 최근까지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 VCR ▶

피해 어린이 부모들은 이 배구부 코치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코치는 아이들 생일에 케이크를 챙겨줬습니다.

화기애애한 훈련장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부모들에게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김○○/지호(가명) 아버지] "아무것도 모르고 운동을 시켰다는 거에 너무 애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또 지도자라는 사람한테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스트레이트>는 코치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코치는 지난달 초 직위해제됐고,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코치, 2년 전에도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공을 떨어뜨린다’며 초등학생 5학년이던 유 모 군 등 선수들에게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죽도로 엉덩이를 때렸다는 겁니다.

“청소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막대기로 선수들을 때렸다는 신고도 있었습니다.

당시 피해 학생은 경찰에게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 OO군 - 경찰] "혼낼 때 막 소리 지르면 전부 다 막 깜짝 놀라고 막 굉장히 무서워요. <욕을 하거나 그런 게 있니?> … <불편하면 써볼래?> 쓸래요. <선생님이 읽어도 될까?> 네 <또라이, 미친 OO, OO. 이런 거 얼마나 자주 하는거야?> 일주일에 두세 번."

당시 유 군이 진술한 코치의 행동은, 지난 3월 CCTV 속에 담긴 폭력적 행위와 거의 똑같습니다.

[유 OO군 - 경찰] "초등학교에서 훈련하다가 제가 제대로 못 해서 화가 났나봐요. 그래서 스파이크로 막 세게 등이나 머리를 네 다섯 대 맞추면서 넘어지면 이렇게 일어나라고 하고. 되게 무서웠어요."

피해 어린이 부모는 곧장 코치 해임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해임 대신 2주 동안 코치에게 병가를 쓰게 하는 분리 조치를 했습니다.

이 와중에 교감은 피해 어린이 부모에게 코치가 없어 여러 사람들이 힘들다는 말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교감 - 유○○ (2021년 7월 14일)] "이것 때문에 방학하고 나서도 계속 교육청으로 계속 전화 받았고요. 교장 선생님께도 혼나고요. 엄청 불편해요. 아버님 불편하지 않다라고 제가 말씀을 드릴 수는 없잖아요. 그 문제로 인하여서 여러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라는 것들을 동시에 같이 알고 계셔야 된다."

검찰은 아동학대 혐의로 이 코치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선 다른 어린이도 “코치가 말을 안 들을 때 배구공으로 때렸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운동장 100바퀴를 돌게 했다” “집에서는 윗몸 일으키기 500번 등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라고 시켰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 어린이의 진술은 믿을만 하지만 죽도로 맞은 사실이 없었다는 다른 어린이의 진술도 있어 유죄로 보기는 부족하다는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유○○/2년 전 피해 어린이 아버지] "얼마나 많은 구타가 있었겠습니까. 면전에 대고 이 정도 거리에서 강스파이크 날려서 얼굴 맞고 쓰러지고 하면 그 위에다가 막 때리고…"

유 군도 결국 배구를 그만뒀습니다. 배구는 이제 쳐다보기도 싫다고 합니다.

[유○○/2년 전 피해 어린이 아버지] "배구의 ‘배’자만 꺼내도 짜증 냅니다.'운동선수는 당연히 그렇게 맞고 하는 게 맞는 건 줄 알았어'라고 이야기를 해요. 너무 어리고 생각이 깊지 않은 애들이다 보니까 당연히 그렇게 하는 건 줄 알고…"

2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학교가 코치를 직위해제했지만, 학교 측의 태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현 배구팀 선수 부모 A] "(학교는) '직위해제는 학대가 아닙니다'라고 얘기를 하셨어요. '어떤 죄에 대해서 물은 게 아닙니다.' 하고 하셨어요. '사건에 대해서 확인이 될 때까지 직위를 내려놓은 거지 이 사람이 잘못이 있는 게 아닙니다'."

학교는 해마다 3차례씩 아동학대 예방교육과 운동부 폭력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체육관에 상주하는 체육전담교사도 3명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왜 학대 정황을 몰랐냐고 물었더니, “하루 종일 CCTV를 살펴봐야 하냐”,“피해 아동 부모는 왜 몰랐냐"고 반문했습니다.

2년 전 유 군과 훈련했던 초등학생들은 이제 중학생이 됐습니다.

졸업생이 된 선배 중·고등학생들은 종종 졸업한 초등학교에 들러, 후배들을 가르칩니다.

넘어진 어린 학생들에게 힘껏 공을 던지고 스파이크를 힘껏 내리꽂습니다.

코치한테 배운 대로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폭력이 대물림되고 있는 겁니다.

[정용철/스포츠인권연구소 사무처장] "어떤 식으로 트레이닝 해야 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자 지도자에게 배운 대로 하고 있는 거죠. 화가 나면 공 집어 던지고 욕하고. 아주 적나라하게 악순환이 계속 순환되고 있는 구조인데 반인권적인 어떤 아동학대의 여지가 너무 많아서 중단시켜야 되고요."

◀ 앵커 ▶

졸업한 선배들이라고 하지만 아직 중학생인데 이렇게 폭력의 대물림이 된다는 게 참 소름끼칩니다.

최 기자, 2년 전에 이미 신고가 있었고 코치가 재판에도 넘겨졌는데 이 정도면 학교 측의 책임도 있는 거 아닙니까?

◀ 기자 ▶

첫 학대 신고가 있었던 게 2021년이잖아요.

그때 학교가 제대로 조사를 하고 조치를 했다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 2년 사이에 이 학교 배구팀을 그만둔 어린이는 앞서 보신 3명을 빼고도 최소 9명이 더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가 학대가 있었는지 조사한 건 딱 한 명뿐입니다.

◀ 앵커 ▶

다른 학부모들은 혹시 몰랐습니까?

2년 전에도 이런 사건이 있었으면 부모들은 어느 정도 알았을 것 같거든요.

◀ 기자 ▶

전부는 아니더라도 짐작은 다들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부모들의 태도가 싹 바뀌었다고 합니다.

부모들은 과연 책임이 없을까요?

◀ VCR ▶

코치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작년 12월 8일,

배구팀 선수 부모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입니다.

"고생 많았네요, 두부 쏠까요?" "진짜 잘 됐다" "당연한 결과지만 기분 좋다"는 말들이 오갑니다.

부모들은 재판 과정에서 코치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탄원서도 냈습니다.

강요는 아니라고 했지만, 한 명 한 명 확인하는 분위기가 되자, 부모들이 차례로 탄원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신입 부원 부모들도 동참했습니다.

[현 배구팀 선수 부모 A] "저희는 작년에 들어가서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탄원서를 같이 써줬으면 좋겠어요' 해서."

부모들은 신고한 피해 어린이 부모를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피해 아동이 말을 자주 바꾼다고 들었다”, "배알이 꼴린다", “두 번째 우승을 노리던 중에 이런 일이 생겨 유감”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부모들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사건이 터지기 전만 해도 부모들은 일상적인 폭력에 대해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고 합니다.

[유 ○○/2년 전 피해 어린이 아버지] "학부모들 단톡방이 있잖아요. '아이들이 엉덩이를 맞았다' '허벅지를 맞았다'고 해서 사진이 막 올라오고 그랬어요."

하지만 갑자기 말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유 ○○/2년 전 피해 어린이 아버지] "그렇게 코치를 욕하던 학부모들도 코치 편에 서서 우리 애는 맞은 적 없다고 이렇게 얘기를 해버리니까 할 말이 없는 거죠."

특히 재작년 5월 이 학교 배구부가 전국대회에서 우승하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합니다.

한 학부모는 자식의 성공을 위해 눈 감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전 배구팀 선수 부모 B(학부모 간 통화)] "엄마들도 입을 맞췄고 엄마들 다 알면서도 말 안 하는 거야. OO는 아들 엉덩이에 자국이 나왔어. 자기 자식 잘되라고… 나도 우리 OO(아들) 엉덩이 봤어. 근데 그냥 가만히 있는 거야."

코치 눈 밖에 나는 게 걱정됐다고도 했습니다.

[전 배구팀 선수 부모 B(학부모 간 통화)] "아직 OO(아들)가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어요. 아들이 또 있으니까 너무 세게 나가면 안 되니까."

어떤 부모들은 이제 폭력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로 한 것처럼 보입니다.

[현 배구팀 선수 부모 A] "저희가 거기 갔을 때 몸에 맞거나 아이를 저희가 보는 앞에서 차거나 그런 거는 안 보였어요."

폭력 장면이 담긴 CCTV 영상도 안 보겠다고 했습니다.

[현 배구팀 선수 부모 A] "코치님 우리 애들 다 추억 만들어주려고 그 바쁘신 와중에도 사진 하나하나 다 만들어서 다 올려주고 평상시에 했던 걸로 봤을 때 학대라고 전혀 느낀 바가 없었기 때문에 CCTV를 볼 생각을 안 했어요."

이들 부모들은 자녀들이 운동도 좋아하고,코치도 좋아한다면서 폭력에 눈감은 적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부모들의 이런 태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법률 전문가는 아동학대 방임죄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승범/스포츠 전문 변호사] "이걸 봤는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그리고 심지어 집에 와서 아픔을 호소하고 나 못하겠다라든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그걸 계속 방치하고 있다면 저는 그것도 당연히 부모한테 책임을 물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보고요."

학교도, 학부모들도 모두 눈감은 사이 아이들에 대한 폭력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정용철/스포츠 인권연구소 사무처장] "학교 당국이나 또 옹호를 했던 학부모들 모두 현재 일어난 일에 공범들이고 책임져야 됩니다. 그때 정확하게 잘못된 것들을 끊어냈다면 그다음에 벌어질 그 피해자들은 생기지 않죠. 학부모들이 갈려가지고 ‘왜 우리 애 운동하려는데, 왜 못 하게 하냐’ 뭐 이러면 학교는 또 미온적으로 가고, 이렇게 되면 2년 후, 3년 후에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진다."

◀ 앵커 ▶

최 기자, 저 정도면 코치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와 부모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 같거든요.

◀ 기자 ▶

성적을 위해서 모두가 애써 눈을 감은 건 아닌지 저도 취재하면서 화가 참 많이 나고 씁쓸했습니다.

◀ 앵커 ▶

또 이게 이 학교만의 문제일까요.

저는 아직도 스포츠 학교 폭력이 넓게 퍼져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 기자 ▶

이 학교만의 문제도 아니고 배구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저희는 한 학교의 탁구팀 훈련 영상을 확보했습니다.여기서도 똑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상을 시청자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 이유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VCR ▶

수도권의 한 실내 체육관입니다.

<스트레이트>는 이 체육관에서 2020년 7월에 촬영된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영상 속에는 탁구 코치가 중학생 선수를 엎드려 뻗쳐를 시키고 탁구채로 폭행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학생을 발로 걷어차더니 또다시 탁구채를 휘두르고 무릎 꿇고 있는 학생의 머리를 손으로 밀치는 장면도 담겨 있습니다.

[탁구팀 코치] "기대 안하는 거 어렵지 않다고 잘 하라고. 기대하고 있으면. 잘하려고 애써야하잖아."

영상을 본 전문가 4명은 이번에도 의견이 같았습니다.

[최지영/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 "더 말할 여지가 없네요. 저거는 폭력죄에 해당되고 학대죄에 해당이 됩니다."

[정용철/스포츠 인권연구소 사무처장] "동영상 그냥 뿌리죠. 이거는 너무 적나라해서. 참 한심하네요."

[한승범/스포츠 전문 변호사] "갑자기 일어나서 발로 막 하잖아요. 본인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이거는 교육적인 의도를 넘어가서 하는 것들이잖아요."

바로 옆에는 다른 코치도 앉아있지만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지도자들은 아동 학대 신고 의무자입니다.

학대를 보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정용철/스포츠 인권연구소 사무처장] "묵인하거나 안 알리면 그것도 처벌 대상입니다. '별로 새로운 일이 아니네'라고 하는... 되게 심드렁한 얼굴로 이걸 보잖아요. 때리는 거를..."

영상 속 피해 학생의 부모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영상을 이미 봤지만 문제 삼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당시 탁구팀 선수 부모] "우리가 봐도 ‘아, 조금 체벌의 수위가 높았네’라고 생각은 할 정도지만 이걸 가지고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라는 거를 말하는 거예요. 이거를 문제 삼을, 1%도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을..."

맞을만 했다는 말도 했습니다.

[당시 탁구팀 선수 부모] "자기가 잘못을 했대요. 개겼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또 잘못한 부분도 있었다 보니까... 이제 일상적으로 사실은 운동하다 보면 큰소리도 나기도 하고 선생님한테 어찌보면 꿀밤도 맞을 수도 있는 것이고 하는데..."

때려서라도 가르쳐달라고 했다며 맞은 자녀보다 때린 코치를 더 걱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상을 방송에 쓰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 당시 탁구팀 선수 부모] "지금 선생님이 힘들어할 거를 생각하니까 그게 더 걱정이고 마음 아프고 사실 그러네요. 그 당시에도 저희는 아이들이 말 안 듣고 하면 부모님들, 우리 부모님들 다 '아 선생님 때리면서 가르쳐야죠. 때리면서 가르쳐야죠' 이렇게 말은 다 했어요."

코치가 소속된 학교에도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체육전담교사는 "교육의 일부분”이라며 뭐가 문제냐는 투로 답했습니다.

[체육 전담 교사] "근데 딱 보셨을 때 많이 놀라우셨어요? <안 놀라우신가요?> 인성 지도도 같이, 생활 교육까지 해야 되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지도를 했는데..."

코치는 선수들 잘 되라는 마음에 그랬다고 했습니다.

[탁구팀 코치] "정말 우리 선수들을 아끼고 막 그렇게 해서 잘해보려고 하는 건데. 감정이 실려 가지고 그 아이를 혼낸 게 아니라 그 아이가 그 상황에서 적절하지 못한 행동을 해서 고쳐주려다 보니까. 화가 나더라도 자기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줘야 되는 게 지도자인 거지. <체벌이 꼭 필요하다고 보시는 건지?> 당연히 그거를 잘했다고 얘기할 수는 없죠."

하지만 이 코치, 26년 전 선수 시절에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어릴 때 맞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1997년 방송 출연] "운동하는 게 너무 힘들어 슬럼프가 계속되자 엄마께 전화해서는 다짜고짜 은퇴를 하겠다고 했어요."

[탁구팀 코치 어머니 (1997년 방송 출연)] "매 맞고 오면은 그 자리에서 말을 못하고 그 자리에서는 선생님 편 들고 나가서 뒤돌아서서 울고 그렇게 많이 맞고 이렇게 앉아 있지도 못 했어요."

매 맞던 선수가 때리는 코치가 된 겁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회 부위원장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도 최근 이 영상을 봤습니다.

유승민 협회장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면서 스포츠 폭력을 꼭 뿌리 뽑겠다고 페이스북에 썼습니다.

이 사건은 스포츠 인권침해 전담조사기관인 '스포츠 윤리센터'에 넘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 학생의 부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혀, 조사는 곧 중단될 상황입니다.

[스포츠 윤리센터] "피해자 측에서 조사를 희망하지도 않고, 난 이 처벌도 희망하지 않는다라는 의사가 확고한 경우 사건은 조사 각하될 수 있습니다."

◀ 앵커 ▶

스포츠 폭력이 왜 근절이 안 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최 기자, 다른 나라들은 어떻습니까?

◀ 기자 ▶

우선은 처벌 수위가 다릅니다.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처벌이 강합니다.

◀ 앵커 ▶

그렇다면 우리는 처벌이 강하지 않은가 봅니다.

◀ 기자 ▶

그동안 가장 문제가 됐던 게 체육계의 제식구 감싸기였습니다.

다들 학연으로 얽힌 선후배들이고 문제가 불거져도 쉬쉬하는 경우가 많았던 거죠.

◀ 앵커 ▶

그렇다면 제도에도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 기자 ▶

그래서 3년 전에 제도를 바꿨습니다.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출범했습니다.

선수 인권 문제를 체육계에만 맡기지 말자는 취지였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 VCR ▶

지난해 4월, 김포FC 소속 유소년팀 축구 선수 16살 정 모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서에는 “코치의 언어 폭력에 자살 충동을 느낀다”, “가해자들은 죽어서도 저주하겠다”고 남겼습니다.

유가족은 정 군이 넉 달 동안 코치들의 폭언과 동료 선수들의 집단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했습니다.

유가족은 지도자 해임을 요구했지만, 구단은 작년 12월 가해자로 지목된 코치들과 재계약했습니다.

[고 정OO 군 아버지 (뉴스데스크 / 2022년 5월 4일)] "아이가 지금 어쨌든 그런 사람들 때문에 죽었잖아요. 웃으면서 축구하는 것 자체가 저는 너무 불공평하다라는 거고."

시간을 끌던 구단은 지난 3월 피해자가 더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제서야 코치진을 직무 배제하고 대표도 사퇴했습니다.

정 군이 세상을 떠난 지 11개월 만이었습니다.

구단은 조사가 늦어졌을 뿐, 시간을 끈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서영길/김포FC 대표 (4월 6일)] "조사 권한을 가진 스포츠 윤리센터 및 경찰 조사를 엄중히 지켜봐 왔습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가 늦어지면서 유가족분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구단을 대표하고 책임 있는 저로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조사권을 가진 스포츠윤리센터는 사건 발생 8개월만인 지난 1월에서야 대한체육회에 지도자 징계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넉 달이 다 되도록 아직 아무 징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조재범 코치의 성폭력 가해 사건을 계기로 2020년 8월에 설립됐습니다.

선수들의 인권 보호를 스포츠계에만 맡기지 말고, 독립적인 조사 기구가 필요하다는 취지였습니다

그 취지대로 잘 되고 있을까요?

지난 2년 여 동안 스포츠윤리센터에 들어온 신고는 952건. 하루 평균 1.3건 꼴입니다.

하지만 정해놓은 처리 기한인 150일 안에 조사를 끝낸 건 절반도 안 됩니다.

1건당 평균 201일, 7개월 가까이 걸렸습니다.

608일, 그러니까 2년 가까이 걸린 사건도 있습니다.

[이은정/스포츠 윤리센터 이사장 (2022년 10월 14일 국정감사)] "조사 인력이 좀 더 충원이 된다면 신속하고 내실 있는 조사가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큰 문제는 조사권한만 있을 뿐, 징계권은 여전히 대한체육회가 갖고 있다는 겁니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지금까지 문화체육부를 통해 체육회에 징계를 요구한 건 111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징계가 이뤄진 건 46건뿐입니다.

체육회는 법원 판결까지 봐야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이기홍/대한체육회장 (2022년 10월 14일 국정감사)] "경찰이나 또 검찰, 재판과정에서 무죄가 난다든지 또는 각하되는 경우가 종종 나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한 시스템을 보완해야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체육계의 제식구 감싸기 논란은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 2021년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고교 아이스하키 감독이 영구 제명됐습니다..

[아이스하키협회 홍보팀 (뉴스데스크 2021년 2월 23일)] "'중대한 경우'는 영구제명 징계 하나밖에 없어요 저희가. 그냥 '원스트라이크 아웃'이에요. 대한체육회 스포츠 규정에 규정됐어요."

하지만 아이스하키협회는 불과 다섯달 뒤 재심을 열어, 자격정지 3년으로 깎아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용철/스포츠 인권연구소 사무처장] "‘해도 되는구나’ 라고 하는 생각들이 있고, 오히려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라고 얘기를 하는 그런 지도자들이 있어요."

스포츠윤리센터가 모델로 삼은 건 2017년 출범한 미국의 비영리기구 '세이프 스포츠'입니다.

3백 명 넘는 여자 체조 선수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주치의 '래리 나사르' 사건을 계기로 출범했습니다.

가해자는 징역 175년, 사실상 종신형이 선고됐습니다.

[로즈마리 아킬리나/판사] "당신은 다시는 감옥 밖으로 걸어나갈 자격이 없습니다."

'세이프 스포츠'는 우리와 달리 조사는 물론 징계도 직접 합니다.

[바비 클리크/미국 '세이프 스포츠' 부대표] "세이프 스포츠는 독립적이고 자체 수사를 할 수 있고 징계를 내릴 수 있습니다. 스포츠 단체들은 이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조사관들도 대부분 수사 경력이 15년 이상인 검사와 변호사 출신입니다.

사법부가 무죄 판결을 내려도, 이와 별개로 징계를 할 수 있습니다.

[바비 클리크/미국 '세이프 스포츠' 부대표] "정부가 단체에 조사하고 문제를 해결할 권한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거죠.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거나 사건이 기각됐더라도 가해자를 제명시킬 수 있어요. 우리가 수집한 증거로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죠."

징계받은 지도자의 이름은 모두 공개됩니다. 추적 감시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해외에서 5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한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 해외에서는 “체벌을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처벌이 강력해서입니다.

[여준형/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 "선수를 폭행한다는 거에 대해서는 아예 이제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거죠. 당연히 없는 일이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해외 계셨을 때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 돼요?> 감옥 가죠, 바로. 바로 해임 절차 되고."

선수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은 물론 해서는 안될 말도 세세하게 규정돼 있다고 합니다.

[여준형/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 "여자 선수들 같은 경우에는 체중 조절이 문제가 제일 크거든요. 뚱뚱하다라는 걸 표현했을 때 fat이라는 단어보다는 overweight 이런 식으로 한다든지, 1 대 1 단독 미팅(상담)을 해야 될 상황이면 그런 지침이 있었어요. ‘문을 닫고 하지 말아라'라는..."

때리면 성적이 좋아진다는 생각, 정말 그럴까요?

[여준형/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 "체벌 같은 경우도 순간적으로는 좋아진다라고 생각이 들어요. 근데 그게 길게는 가지 않는다고 들어요. 그럼 제일 많이 맞은 놈이 1등 하겠죠. 근데 그렇지 않잖아요."

3년 전 철인3종 국가대표 출신인 최숙현 선수가 구타와 폭언에 시달리다 22살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폭력도 폭력이지만, 최 선수를 더 절망하게 한 건 모두가 침묵하고 도와주지 않던 현실이었습니다.

[정용철/스포츠 인권 연구소 사무처장] "책임 있는 어른이 이걸 끊어줘야 되는데...학교 당국, 학부모, 심지어 코치는 말할 것도 없이 이들이 지금 방관 내지는 주도하고 있다.이 환경 안에서 방치되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 지금 우리 사회는 뭘 해줘야 되냐. 심각하게 고려를 해야 되는 거죠."

◀ 앵커 ▶

폭력은 대물림됩니다.

침묵도 공범입니다.

우리는 인권 문제만큼은 아직 후진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탐사 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최경재 기자(economy@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481260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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