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힐 뻔한 건설 브로커, 재수사 끝에 ‘철퇴’
브로커, 뇌물혐의 불송치에
알선수재 혐의 재수사 요청
범죄수익 전액 추징 보전
검사 3명이 전부인 한 지방검찰청 지청이 경찰 수사에서 묻힐 뻔한 건설 브로커 사건을 다른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 범죄수익을 전액 추징보전했다.
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광주지검 장흥지청(지청장 장인호)은 건설업자 A씨(53)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지난달 25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초 하수도 공사의 공법사 선정 업무를 담당하는 전남 강진군청 공무원 B씨와 건설업체 임원 C씨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A씨는 B씨와는 강진군에서 20년간 알고 지냈던 고향 선후배 사이고, C씨와는 학교 동창이었다. 이 자리에서 A씨와 C씨는 B씨에게 C씨 업체의 공법을 설명하고 C씨 업체를 공법사로 선정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강진군청은 그해 5월 C씨 업체를 공법사로 선정했다. 그 결과 A씨는 같은 달 C씨로부터 청탁의 대가로 현금 7000만원을 받았다. 이와 별개로 C씨는 그해 6월 당시 강진군청 비서실장으로부터 “선정됐어도 계약하지 않을 수 있다. 인사비를 내라”는 요구를 받고 6000만원을 건넸다. C씨는 A씨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그해 6월 A씨로부터 6000만원을 돌려받았다.
경찰은 전 강진군청 비서실장과 C씨 등을 부패방지법 위반 등으로 송치했지만 뇌물 혐의를 받던 A씨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 불송치 결정을 했다. A씨가 수수한 7000만원 중 6000만원을 C씨에게 돌려줬고 공무원인 B씨에게 돈을 전달하지 않아 뇌물 혐의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흥지청은 기록을 검토한 끝에 A씨에게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B씨에게 돈이 전달되지 않았어도 A씨가 공무원의 직무 관련 사항을 알선해 거액을 수수했기 때문이다. 장흥지청은 경찰에 A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재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재수사 끝에 지난 3월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장흥지청은 A씨가 수수했던 7000만원 전액에 대한 추징보전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달 이 청구를 인용해 A씨의 토지와 자동차에 대해 추징보전하며 범죄수익을 모두 박탈했다. 장흥지청은 A씨로부터 자백도 받아내 지난달 그를 재판에 넘겼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최근 사건 담당인 주재현 장흥지청 검사에게 “사건 하나하나마다 축적의 시간을 쌓아야 국민의 신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잘해달라”고 격려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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