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김재원·태영호…여당 ‘중징계 카드’ 쓰자니 골치
6개월 징계 땐 공천 전 복귀 가능…최고위는 8일도 안 열려
국민의힘 지도부가 7일 잇단 설화로 논란이 된 김재원(왼쪽 사진)·태영호 최고위원(오른쪽)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징계는 당사자 반발이 우려되고, 경징계는 총선에 앞서 중도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자진사퇴 주장이 당내에 떠올랐지만 두 최고위원은 외려 강하게 ‘버티기’ 중이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8일 오후 회의에서 두 최고위원 소명을 청취한 뒤 곧바로 징계 양정을 마칠 가능성이 높다. 한 지도부 인사는 “두 최고위원 징계를 신속히 이끌어내지 못하면 김기현 대표 리더십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도부 인사는 “윤리위가 추가 조사를 하거나 수사기관의 수사를 기다릴 것이 없다”고 했다. 태 최고위원의 경우 윤리위가 지난 3일 예정에 없던 2차 회의를 열어 이른바 ‘공천 개입 녹취록’을 기존 징계 안건에 병합해 심리하기로 의결한 만큼, 8일 결론을 내기에는 논의할 여유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의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이전까지는 징계 수위를 결정할 거란 전망이 다수다.
지도부 속내는 복잡하다. 두 최고위원의 설화를 향한 비판 여론을 감안하면 ‘당원권 정지 1년’ 수준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하지만 이는 내년 총선 공천을 봉쇄하는 조치다. 정치적 생명이 걸린 만큼 당사자 반발이 커질 수 있다. 당 내홍으로 이어지면 총선을 앞둔 지도부에는 큰 부담이다.
반면 당원권 정지 3~6개월 징계는 지도부가 두 최고위원의 설화를 가볍게 여긴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둘의 공천 직전 복귀를 지도부가 허용하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야당에 공격 빌미를 주는 것은 물론, ‘솜방망이 징계’ 비판 여론으로 중도층 지지세를 꺾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양두구육’ ‘신군부’ 등 발언으로 1년 이상 중징계를 받은 전력도 두 최고위원의 징계 양정을 고민스럽게 한다. 당내에선 “두 최고위원의 자진사퇴가 가장 깔끔하다”는 말이 나온다.
정작 두 최고위원은 버티기 모드다. 태 최고위원은 녹취 유출 등과 관련해 보좌 직원을 경찰 고발하겠다고 했고,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부 보도에 반박 메시지를 냈다. 앞서 태 최고위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영호 죽이기에 의연하게 맞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천 개입 녹취록’ ‘쪼개기 후원’ 등 자신을 향한 의혹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SNS에 ‘징계 반대 탄원’ 동참 링크를 공유했다.
당 최고위 회의는 8일 열리지 않는다. 지도부는 그날 오전 9시 국회에서 개최되는 당 정책위원회 주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사진전’에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최고위를 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최고위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일정 때문’이라고 하지만, 두 최고위원을 향한 거취 압박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과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류여해 당시 최고위원 징계를 앞두고 약 2주간 최고위 없이 SNS에 개인 메시지만 올려 ‘페북 최고위’ 비판을 들은 바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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