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역대급 명승부…안양 KGC 모두 다 가졌다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3. 5. 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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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근을 비롯한 안양 KGC 인삼공사 선수들이 7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 서울 SK 나이츠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이 확정되는 순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 번의 역전과 세 번의 동점.

7차전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 연장 혈투까지 가는 벼랑 끝 승부. 어쩌면 이 경기 최고의 승자는 안양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운 5905명의 관중이었을지도 모른다. 안양 KGC 인삼공사(이하 인삼공사)와 서울 SK 나이츠(이하 SK)가 프로농구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를 보여주며 농구 팬들을 웃게 했다. 하지만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끝까지 웃는 것은 한쪽뿐인 법이고, 끝내 그 주인공은 인삼공사였다.

인삼공사는 7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최종 7차전 홈 경기에서 연장전 끝에 서울 SK를 100대 97로 꺾었다. 7전 4승제의 챔피언결정전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치른 끝에 인삼공사가 올 시즌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시즌 초부터 정규리그 1위를 지켰고, 시즌 중 열린 동아시아 클럽대항전 동아시아슈퍼리그(EASL)에서도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인삼공사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고양 캐롯을 4승 1패로 물리쳤고, 기어코 챔피언결정전에서 4승 3패로 승리를 거두며 이번 시즌 트레블(3관왕)을 이뤄냈다.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낸 인삼공사는 2020~2021시즌 이후 두 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하며 2011~2012, 2016~2017시즌을 포함해 통산 4번째 플레이오프 우승을 기록한 팀이 됐다.

안양 KGC 인삼공사 선수단과 김상식 감독이 7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거뒀던 SK는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으면서도 시즌 막판 연승 가도를 달리면서 무서운 기세로 챔피언에 도전했지만, 마지막 순간의 고비를 넘지 못하면서 역전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2연패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처럼 양 팀이 뜨거운 기세로 맞붙으면서 관중들도 호응할 수밖에 없었다. 2008~2009시즌 전주 KCC 이지스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대결 이후 14년 만에 7차전까지 승부가 이어지면서 3만7059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6차전에서 5850명으로 이번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이 나온 뒤 하루 만에 5905명이 입장하며 기록을 갈아치웠다.

뜨거운 분위기가 조성되자 양 팀 선수들 역시 훌륭한 경기력으로 호응했다. 이날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이 초반부터 강력한 덩크슛 두 방과 3점포로 11점을 몰아치며 불을 뿜은 홈팀 인삼공사는 원정팀을 압박하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SK는 최성원과 김선형의 3점포를 앞세워 오히려 1쿼터를 앞선 채로 마쳤다.

이후 오세근과 배병근의 득점으로 인삼공사가 앞서나가면, 최준용의 부상 등으로 전력이 완전치 않은 SK는 ‘원투 펀치’ 김선형과 자밀 워니로 맞섰다. 특히 김선형은 정규시즌 MVP란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3쿼터에만 3점 슛 3개를 곁들여 19점을 작렬시키는 쇼타임을 만들어내며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KGC 인삼공사 양희종(오른쪽)과 아반도가 팀 득점 성공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SK가 최성원의 3점 슛 2개로 마지막 순간 승기를 잡는가 했더니, 인삼공사 스펠맨의 덩크슛과 오세근의 골밑슛이 나오며 4쿼터가 끝날 때까지 승부가 가려지지 않았다. 결국 이어진 연장전에서 변준형과 배병준의 연속 득점으로 다시 앞서나간 인삼공사는 SK의 마지막 추격을 막아내며 100대 97, 3점 차 승리를 거뒀다.

종료 3.4초를 남기고 공 소유권을 가진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노장 양희종을 투입하는 낭만적인 모습까지 보여줬다. 5차전에서 입은 어깨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뛰지 못하고, 눈물까지 흘리며 후배들을 응원한 양희종은 보호구를 풀고 코트에 들어서서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승자로 마칠 수 있었다. 인삼공사의 4차례 우승을 모두 함께 한 양희종은 경기를 마친 뒤 “선수로서 마지막 순간을 코트에서 보낼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경기당 35분 56초를 뛰면서 19.1점, 10리바운드, 야투율 60.4%를 기록한 오세근은 총 94표 중 71표를 얻어 MVP에 선정됐다. 개인 통산 챔프전 4회 우승과 3회 MVP가 된 오세근은 프로농구 사상 최고의 빅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SK 김선형은 37점 5리바운드 10어시스트 5스틸로 이보다 더 잘할 수 없게 뛰었지만 패배로 빛이 바랬다.

부임 첫 해 통합우승이라는 업적을 달성한 김상식 인삼공사 감독은 “팀에서 불러주기 전까지는 내 농구는 여기까지인가보다 하고 제주도에 가서 정리를 하려 했는데 너무나 감격스럽다”며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해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객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전술로 경기를 7차전까지 이끌고 왔던 전희철 SK 감독은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전 감독은 “선수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6차전에 너무나 큰 실수를 했다”며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경기에 패하긴 했지만 올 한해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다음 해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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