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오세근 "바닥까지 갔었다…'두고 보자'는 마음으로"

기사내용 요약
인삼공사, SK 꺾고 두 시즌 만에 챔피언 탈환
오세근, 개인 통산 세 번째 MVP

[안양=뉴시스] 고승민 기자 = 7일 경기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KBL 챔피언결정전 안양KGC 대 서울SK 7차전 경기, 연장 끝 100대97로 서울을 꺾고 통합우승을 차지한 안양 구성원들이 자축하고 있다. 오세근이 골망을 자르는 퍼포먼스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5.07. kkssmm99@newsis.com

[안양=뉴시스] 박지혁 기자 =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가 2년 만에 챔피언을 탈환했다.

인삼공사는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서울 SK와의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최종 7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100-97로 승리했다.

5차전까지 2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인삼공사는 내리 2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2020~2021시즌 이후 두 시즌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오세근은 기자단 투표 총 94표 중 71표를 얻어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다. 개인 통산 세 번째 챔피언결정전 MVP로 양동근(현대모비스 코치)과 함께 최다 수상 타이다.

오세근은 "시즌 시작 전에 우리를 우승후보나 강팀이라고 전망한 분이 하나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와이어 투 와이어로 정규리그 1위에 올랐고, 통합우승을 했다. 동아시아슈퍼리그(EASL)도 우승했다"며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7차전까지 와서 우승해 값지다. 기분이 좋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7경기에서 평균 35분36초를 소화하며 평균 19.1점 10리바운드로 펄펄 날았다.

고질적인 무릎의 불편함을 달고 있지만 단기전에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오세근은 "정규리그는 긴 레이스다. 적재적소에 해줘야 할 때, 하는 식이었다. 오마리 스펠맨과 변준형이 있기 때문에 뒤에서 버티는데 주력했다"며 "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와 완전히 다른 무대다. 코트에서 더 다독거리면서 이끌었다. 집중하면서 나도 더 힘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삼공사는 연장 막판 오세근의 리바운드와 자유투로 웃을 수 있었다.

오세근이 98-97로 불안하게 앞선 종료 31.1초를 남기고 결정적인 공격 리바운드에 이어 상대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하며 100점 고지에 올랐다.

오세근은 "중요한 리바운드였는데 마침 내 손에 와서 빼앗기지만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잡았다. 파울이 불려서 자유투 2개를 성공했다. 떨리는 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오랜만에 상을 받는 것 같다. 큰 상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정말 선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며 "부상이 있었지만 훈련을 많이 했고, 열심히 했다. 아직 어리고 젊은 선수들이 화려한 농구만 잘하는 게 아니고, 나처럼 해도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기본기를 잘 닦아야 한다"고 했다.

오세근은 프로 데뷔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정규리그 전 경기(54경기)에 출전한 시즌은 2016~2017시즌이 유일하다. 오세근 본인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을 '건세근(건강한 오세근)'이라는 별명이 붙은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오세근은 "나보다 농구인생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선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바닥까지 가서 (이제 끝났다는) 그런 소리 들으면서 독하게 마음먹었다"며 "정말 '두고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했다"고 했다.

네 번째 챔피언을 경험한 오세근은 "(우승반지) 5개를 다 채우면 좋겠지만 4개도 힘들었다"며 "지난해에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여러 악재가 있었다. 작년 실패를 우승으로 보답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기회가 된다면 5개를 끼고 싶다"고 했다.

오세근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FA) 자격을 얻는다. 건재함을 보여준 만큼 여러 구단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선 "너무 치열하게 치렀기 때문에 FA를 거의 생각하지 못했다. 안양에서 12년 정도 있었다. 다른 곳으로 간다는 걸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구단에서 많이 신경 써주실 것 같다"며 "아직 얘기를 나눠본 건 없다.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미래를 생각하면서 헤쳐 나가보겠다"고 했다.

이어 "좀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많은 얘기를 듣겠다.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잘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해보겠다"고 보탰다.

이번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맏형 양희종의 은퇴를 꼽았다. 17년 동안 프랜차이즈 스타로 뛴 양희종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오세근은 "이번 시즌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희종이 형의 은퇴가 제일 생각난다. 나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며 "기분 좋게 은퇴하는 것 같아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맞대결을 펼친 대학, 드래프트 동기 김선형(SK)에 대해선 "정말 대단한 선수다. 어렸을 때부터 봤지만 여전히 잘하는 선수"라며 "다른 팀에 있지만 존경한다. 다음 시즌에도 엄청난 플레이를 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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