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분 '한일 대좌'…후쿠시마 시찰·공급망 공조·안보협력 합의(종합)
과거사 문제엔 기시다 '역대 내각 계승' 재확인하며 사견 전제 유감 표명
尹대통령 "어느 일방 상대에게 요구할 문제 아냐"…기시다에 감사 인사도
(도쿄·서울=연합뉴스) 박상현 박성진 특파원 정아란 이동환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현장에 한국 시찰단 파견, 반도체 공급망 공조 강화, 북핵 위협에 맞서 한일·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등에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총 102분간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 이어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같이 발표했다. 지난 3월 16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한 지 52일 만이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안보와 경제, 글로벌 현안 등에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재확인했다.
우선 올여름으로 예상되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한국 전문가 시찰단을 현장에 파견하는 데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고, 기시다 총리도 "한국 분들이 이해해줄 수 있도록 이번 달에 한국 전문가 현장 시찰단 파견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는 "의제에 포함되지도 않았고, 논의가 오가지도 않았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전했다.
양국 정상은 또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간 공조 강화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도발에 맞서 한일·한미일 차원의 안보 협력 강화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이달 중순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간 긴밀한 소통과 협의를 하자는 데 공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백악관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미 간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과 관련, "일본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NCG는 한미 간 일대일, 집중적인 고위급 상설 협의체이기 때문에 어떻게 변화시키거나 바꿀 의향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양 정상은 또한 경제·안보 협의체 가동,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 대상국) 원상회복,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 출범 등 지난 3월 도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들의 이행 상황을 재확인하며 지속적인 교류 의지를 다졌다.
이날 회담에서는 과거사 문제도 언급됐다.
기시다 총리는 회견에서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사죄'와 '반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사견임을 전제로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이 힘들고 아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 내 비판 여론을 고려해 '개인적 심정'을 강조하며 다소 진전된 과거사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앞선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이러한 취지의 언급을 하자 "한국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거나 요구한 바가 없는데 먼저 진정성 있는 입장을 보여줘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진정성을 갖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일방의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 정상은 또 일본 측 제안으로 이달 중순 히로시마 주요7개국 정상회의(G7)를 계기로 함께 히로시마 평화공원과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탑을 참배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는 도쿄 정상회담에서와 마찬가지로 '공동선언'은 도출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의 1박2일 방한은 윤 대통령 방일에 따른 답방으로, 일본 총리로서는 2011년 노다 요시히코 총리 이후 12년 만에 이뤄진 양자 차원의 방한이다.
이에 따라 양 정상은 기시다 총리 방한을 통해 '셔틀외교'가 완전히 복원됐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확대 회담 모두발언에서 "셔틀외교의 복원에 12년이 걸렸지만, 우리 두 사람의 상호 왕래에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한일관계에 본격적인 개선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회견에서 "우리의 셔틀외교는 계속된다"며 "다음은 히로시마에서, 그 이후는 국제사회의 장을 포함해 윤 대통령과 자주 만나 신뢰 관계를 심화하겠다"고 화답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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