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69시간’ 역풍에 지지부진…‘회계 압박’ 노·정관계는 최악
개혁 입법안 국회 통과 난망
‘이중구조’ 해법도 제시 못해
3대 개혁 점검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전 정부와 차별화하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노동과 교육, 국민연금은 아예 ‘3대 개혁’으로 못 박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출범 1년이 지나도록 3대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노동개혁은 노조혐오 정서에 편승해 우격다짐으로 밑어붙이다 노동시간 개편에서 멈춰섰다. 교육개혁은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장관이 연달아 낙마하는 혼선 끝에 뒤늦게 시동을 걸었다. 연금개혁은 정부와 국회 모두 내년 총선을 의식해 중요한 과제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16일 취임 뒤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이 중에서도 노동개혁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봤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앞두고 국무조정실이 지난 3일 공개한 ‘국정과제 30대 핵심 성과’ 책자를 보면, 정부는 개혁 분야 성과에서도 첫 번째로 노동개혁을 꼽았다. 하지만 정부 자체 평가와 달리 사회적 대화를 건너뛰고 전문가 중심으로 만든 노동시간 개편안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노동개혁 동력은 크게 떨어졌다. 대화 파트너가 아니라 개혁 대상이 된 노동계는 “일방통행이라는 말도 부족하다. 역주행이 이뤄진 1년”이라고 평가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노동개혁을 목적으로 전문가 자문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발족시켰다. 교수 12명이 모인 이 연구회는 5개월간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의 밑그림을 그렸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각론 마련을 위해 상생임금위원회 등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4개 기구를 또다시 꾸렸고, 노사정 대화는 실종됐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도 거치지 않은 노동개혁 입법안은 현실적으로 올해 하반기에도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렵다. 정부·여당도 이를 알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정문주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 ‘노조가 정부지원금을 받으면서 회계자료도 안 낸다’는 프레임을 만든 것처럼 정부 입법안도 내년 총선까지 노조 때리기를 위한 전선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대화가 사라진 데는 여권의 노조혐오 정서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을 “북핵 위협”에 빗댔고, 건설노조를 “건폭”이라고 지칭했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를 악마화하고 무리한 수사를 이어가는 와중에 건설노동자 양회동씨(50)가 지난 1일 노동절에 분신한 뒤 하루 만에 숨졌다. 민주노총은 양씨 사망 이후 ‘정권 퇴진’ 구호를 공식화했다. 노정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것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다. 정부는 이중구조 심화의 책임을 양대노총에 돌리며 여론몰이만 할 뿐 간접고용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등이 단체교섭을 통해 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정부 들어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한 곳을 보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화물노동자, 학교 비정규직, 배달 라이더 등 주로 불안정 노동자 계층”이라며 “이중구조를 해결하려면 이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 있는, 안정적 단체교섭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언급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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