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 안 쳐도 우승…김상식 감독의 '칭찬 농구', 트레블로 돌아왔다

[스포티비뉴스=안양, 맹봉주 기자] 과정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꼭 호통치지 않아도 우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7일 오후 6시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서울 SK를 100-97로 꺾고 우승했다.

정규 시즌, 동아시아슈퍼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KGC가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명실상부 이번 시즌 최고의 팀이다.

모두 김상식 감독 부임 후 이뤄진 역사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상식 감독은 고양 데이원으로 간 김승기 감독을 대신해 KGC 사령탑에 올랐다.

부담감이 컸다. KGC는 김승기 감독 체제에서 꾸준히 우승권으로 평가됐다. 바로 지난 시즌엔 준우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KBL 최고 슈터 전성현이 FA로 떠났다. 오세근, 양희종 등 주축선수들의 나이도 쌓여갔다. 시즌 전 만난 김상식 감독은 "그동안 성적을 잘 낸 팀 아닌가. 부담스럽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김상식 감독은 온화한 지도자다. 훈련 때나 경기 때 좀처럼 화를 내거나 소리치는 법이 없다. 오래 전부터 구단 프런트들 사이에 농구 외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 오마리 스펠맨도 김상식 감독 아래서 팀 플레이에 눈을 떴다 ⓒ 곽혜미 기자

감독이 되고도 달라진 건 없다. KGC 관계자는 "김상식 감독이 오고 팀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보통 고성이 오가는 프로농구 현장에서, 김상식 감독은 조용하다. 오히려 선수들에게 칭찬과 격려로 힘을 키운다. 슛이 안 들어가는 선수에게도 질책보단 "자신감 있게 쏴라"를 먼저 주문한다. 이른바 '칭찬 농구'다.

김상식 감독도 고충은 있다. 화가 없는 게 아니다. 다만 이를 잘 억누를 뿐이다.

7차전을 앞두고 만난 김상식 감독은 "경기가 안 될 땐 나도 막 올라온다. 그럴 때도 눌러야 하니까, 그게 정말 힘들다. 성적이 좋아서 계속 이렇게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칭찬 농구는)좋은 점이 참 많다. 앞으로도 이런 농구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연습할 때 혼을 안 내는 건 아니다. 지적 많이 한다. 그렇지만 실전 경기 때는 칭찬을 많이 해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식 감독의 '칭찬 농구'는 3관왕으로 돌아왔다. 호통이 아닌 칭찬으로 동기부여를 올린 선수들은 원팀이 되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상식 감독은 "시즌 전만 해도 우리 팀 평가가 중위권이었다. 그래도 선수들과 함께 해쳐나가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질책보다는 칭찬하자고 마음먹었다. 시즌 중 위기도 왔지만, 돌파하며 자신감이 생겼다"며 "(3관왕에 대해)너무 기분이 좋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