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립 청소년들의 극단 선택,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텐가
지난 5일 10대 여학생 두 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생중계하에 극단적 선택을 기도하다 경찰에 구조됐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사이라고 한다. 지난달 16일에도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하던 한 여학생이 서울 강남의 한 빌딩 옥상에서 생중계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살을 시도했던 A양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이 이곳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고 참담하지만, 우리 사회에 청소년들이 이토록 마음 기댈 곳이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청소년들의 극단적 선택이 늘어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악화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장기간의 거리 두기로 친구들로부터 격리된 채 성장하면서 불안·우울감을 겪는 청소년들이 늘어났다. 경제위기로 가계살림이 나빠진 데 따른 스트레스도 아이들의 마음을 짓누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아동·청소년 우울증 진료 건수가 2019년 3만3000건에서 2021년 약 4만건으로 20%가량 증가했다. 아동·청소년 사망원인 1위인 자살률은 2021년 10만명당 2.7명으로, 2000년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대 후반 여성의 자해·자살이 2016년 3.06명에서 2020년 10.22명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는 보고도 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소년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속감과 위로를 얻으려 하지만 부작용도 크다. ‘우울증 갤러리’에서처럼 성착취를 당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권유받는 일도 적지 않다. 영상 유포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해당 게시판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일 뿐이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다 온라인과 문화콘텐츠에 자살유해정보가 워낙 횡행하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울증 청소년들이 도움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안전한 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상담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실패와 좌절로 인한 우울을 아이들 혼자서 짊어지지 않도록 이웃과 공동체가 함께 나누고 덜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에 불과한 한국의 공공 ‘정신복지예산’을 확충하고, 솜방망이에 불과한 자살방조 범죄의 처벌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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