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감정에 호소한 기시다 … 과거보다 미래 강조한 尹

박윤균 기자(gyun@mk.co.kr),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5. 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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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정상회담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참모들과 함께 참석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향해 발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12년 만에 셔틀외교가 복원된 7일 한일정상회담에서 기대했던 수준의 일본 측의 명확한 사죄 표현은 없었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강제징용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슴이 아프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또 과거사에 대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동일한 표현을 하면서도 "앞으로도 이 같은 입장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덧붙여 조심스러운 진전을 시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바뀔 것이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바뀌지 않는다"며 "우리가 발표한 해법은 1965년 청구권 협정과 2018년 법원의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서 법적 완결성을 지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답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통 큰 행보에 비하면 기시다 총리와 일본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며 "일본이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한 것은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기하라 세이지 일본 관방부 장관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한국 시찰단이 23일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합의 사실을 알리며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취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히로시마 방문 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하자고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는 올해 히로시마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의장 자격으로 저를 초청해주신 바 있다"며 "저의 히로시마 방문을 계기로 우리 두 정상은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가 참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으로 말과 행동으로 과거사에 대해 진정성 있는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경제 현안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오늘 정상회담에서 저와 기시다 총리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데 다시 한번 뜻을 모았다"며 "G7 정상회의 회동을 계기로 한일 양국이 보건, 글로벌 공급망,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한 협력을 더욱 구체화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방일을 통해서는 한일 사이의 이슈에 대한 굵직한 메시지를 서로 던졌다면 이번 기시다 총리의 답방은 구체적인 성과를 점검해 나가고, 실무 단계에서의 협업을 위한 토대를 닦는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또 윤 대통령은 한미 간의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이 담긴 '워싱턴선언'이 한·미·일 간 협력으로 확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워싱턴선언은 완결된 것이 아니고, 계속 논의하고 또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그 내용을 이제 채워 나가야 하는 입장"이라며 "먼저 이것이 궤도에 오르고 일본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준비가 되면, 이건 언제든지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추진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은 한일 관계 개선은 물론 한·미·일 협력 구도 강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달 말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한일 양자 간 정상회담이 잇따라 성사되면서 3국 간 협력 구도 강화 작업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조 바이든 행정부 체제에서 미국이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미국이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도 본인이 움직여야 할 차례라는 점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일본에 주재하고 있는 람 이매뉴얼 대사를 통해 일본 측에 더 적극적인 대(對)한국 제스처를 강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일 3국은 조만간 국방 당국 간 차관보급 협의체인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열어 한·미·일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를 위한 기술적 사안을 논의하고 다음달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은 3국 국방장관회의를 통해 더 구체적인 방법론과 추진 일정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박윤균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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