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왕관의 무게… “섬김 받지 않고 섬기겠다” [70년 만의 英 대관식]
65년 만에 ‘진짜 주인공’
전통복 아닌 군 정복 차림 등장
203개국 귀빈들 참석 축하 건네
英 국왕 대관식 첫 “모든 믿음” 언급
규모 줄이고 다양성 늘리고
힌두교 英 총리가 성경구절 낭독
‘새시대 반영’ 흑인·女 역할 부여
비용만 1700억… “혈세 낭비” 비판
빗속 환호와 야유
반군주제 단체 곳곳 ‘피켓시위’
경찰, 플래카드 압수·대표 체포
국제인권단체 “과잉 진압” 비판
찰스 3세(74) 영국 국왕 대관식이 6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진행됐다. 1066년 이후 이곳에서 열린 40번째 대관식이다.
21세기 유럽 최초가 된 이날 대관식은 이전보다 규모는 축소했으나 다양성은 확대했다. 영국의 어려운 경제 상황, 군주제 반대 여론 등을 고려해 70년 전인 1953년 6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때보다 행사 시간과 참석 인원 모두 대폭 줄였다. 2.1㎞의 마차 행렬 길이와 2200명의 참석 인원 모두 모친 때보다 4분의 1로 줄어든 수치다. 대신 곳곳에 종교·인종·성별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시간을 준비해 영국 왕실의 현대화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페니 모돈트 영국 추밀원 의장 겸 하원 보수당 원내대표는 여성 최초로 왕권을 상징하는 ‘헌납의 검’을 찰스 3세에게 전달했다. 첫 여성 국방장관 출신이기도 한 모돈트 의장은 길이 121㎝, 무게 3.5㎏에 달하는 헌납의 검을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들고 국왕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입은 현대적인 청록색 의상도 화제였다. 모돈트 의장은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궁정 의상을 입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의상을 원했다”고 전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대관식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영연방에 속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총리 등 약 100개국 정상들을 포함해 203개국 대표가 참석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옅은 파란색의 원피스를 입고 노란색 원피스 차림의 손녀와 나란히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관식 직후 트위터를 통해 축하 인사를 건네며 “미국과 영국의 지속적인 우정은 양국 국민 모두를 위한 힘의 원천”이라고 적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축전을 보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영국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평화, 발전, 상생 협력의 역사적 추세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관식 TV 생중계를 시청한 영국인은 2000만명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시청자 2900만명보다는 적지만 올해 TV 방송 중 최다 시청자 수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세기의 행사를 직접 지켜보려는 수천명 인파가 이날 빗속에서도 마차 행렬 경로를 따라 집결했지만, 한편에서는 군주제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도 나왔다.
버킹엄궁 인근 더 몰을 비롯한 곳곳에서 대관식 시작 전부터 반군주제 단체들이 “낫 마이 킹(not my king: 나의 왕이 아니다)”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군중 사이에 섞여 “왕실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런던 중심부에 있는 트래펄가 광장에서 “갓 세이브 더 킹(God Save the King: 신이여 왕을 구하소서)” 제창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야유도 터져 나왔다.
반군주제 단체 ‘리퍼블릭’은 행렬이 시작되기도 전에 경찰이 시위대의 플래카드를 압수하고 단체 대표를 체포하는 등의 과잉 진압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런던 경찰은 이날 시위대 52명을 공공질서 위반, 폭행 등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관계자는 “러시아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며 “평화적인 시위가 경찰의 과도한 진압으로 방해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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