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주민들 “온통 공장... 악취·매연에 두통 시달려”

박귀빈 기자 2023. 5. 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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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동·왕길동 등 마을 11곳이 중금속 등 발암물질 평균치 훌쩍
마을주민들 비염·천식 고통 호소... 대책마련 지적에 市 “개선 노력”
7일 인천 서구 왕길동 안동포 마을의 한 주민이 길 건너편에 산더미처럼 쌓인 폐기물 골재들(빨간 원안)을 바라보며 농산물 등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박귀빈기자

 

“매일 하늘은 뿌옇고, 여전히 토할 듯 아픈데…. 달라지는 건 전혀 없네요.”

7일 오전 10시께 인천 서구 오류동의 금호동 마을. 마을 주변은 온통 공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공장을 드나드는 수십대의 화물차가 쉴 틈 없이 매연을 내뿜는다.

특히 마을 초입부터 아스콘공장 곳곳에서 나오는 악취가 코를 찌른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창문도 열지 못하고 집 안에 갇혀있는 신세다. 3년전 이 마을로 이사온 이인자씨(66)는 “악취가 너무 심할 때는 머리가 아프고 토할 정도”라며 “이곳은 공장으로 고립된 마을”이라고 했다.

같은 시각 서구 왕길동의 안동포 마을. 마을 인근에는 뿌연 회색골재가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고, 재활용 공장 등이 곳곳에 즐비하다. 수도권매립지와 공장 등이 들어서면서 나오는 악취 및 먼지를 피해 일부 주민들은 건너편으로 이주, 현재 이 마을은 두 편으로 나눠져 있다. 30년 넘게 이곳에 살고있는 주민 이인기씨(82)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텃밭도 중금속 등으로 오염이 됐을 것”이라며 “해마다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많지만, 관련성을 증명하기 어려워 답답하다”고 했다.

서구의 마을 11곳이 벤젠 등 대기오염 및 악취 등의 농도가 인천 전 지역 평균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인천시와 서구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부터 2021년 12월 말까지 서구지역 11개 마을에 대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미세먼지, 중금속, 악취, 소음 등을 조사했다. 특히 VOCs 중 주요 발암 물질인 벤젠의 11개 마을 평균 농도는 0.89ppb로, 인천지역 평균 농도 0.42ppb보다 배 이상 높다.

독성 물질인 톨루엔도 평균 4.72ppb로 인천지역 평균 농도 2.81ppb의 배에 가깝다. 이 조사에서 11개마을 대부분이 유해대기오염 물질 농도가 인천시 전체 평균의 2~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1개 마을은 봉화촌·대촌, 오류동, 반월촌, 금호동, 대왕, 안동포, 약수동·사월, 검암경서동, 종현, 왕길 등이다.

높은 농도의 벤젠을 흡입하면 현기증, 두통, 의식불명,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으며, 장기간 노출 시 적혈구 감소를 유발해 빈혈과 면역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또 톨루엔에 장기간 노출하면 두통, 어지럼증, 기억력 장애 및 환각증세 등 신경계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시와 구는 마을 안에서도 공장기업체가 있는 곳에서 이 같은 농도가 높게 나타난 만큼, 주거지역의 환경이 인근 산업 형태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오후 인천 서구 왕길동 인근의 한 건설폐기물 재활용 공장에 골재가 쌓여있다. 박귀빈기자

이 밖에도 서구 공업지역 등을 중심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는 철, 알루미늄, 아연 등의 중금속 물질 농도와, 미세먼지 농도, 복합악취 수치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와 구는 11개 마을 주민 중 상당수가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갑상성질환 등의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박석순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화학물질 하나하나의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피해”라며 “특히 인체에 문제를 끼칠 수 있는 만큼, 당장이라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박수영 한국화학안전협회 교수는“대기오염 발생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적 기준을 근거로 철저한 단속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주민들의 건강 문제가 발생한 만큼 인천시와 서구가  장기적인 건강 영향 조사를 통해 인과관계를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시 관계자는 “환경적인 문제는 오랜시간 누적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판단할 수 없다”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꾸준히 마을의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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