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죽을 때까지 최고의 자리를 향해 간다”…韓 영화계 ‘가오’ 故강수연의 생전 메시지 [SS현장]

7일 메가박스 성수에서 개최된 고(故) 강수연 1주기 추모전 ‘강수연,영화롭게 오랫동안’ 개막식에 참석한 배우 박중훈과 안성기. 조은별 기자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그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젊음의 상징 미미(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였다. 누군가에게는 파르라니 깎은 머리가 빛났던 순녀(아제아제 바라아제)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천하를 쥐고 흔든 정난정(SBS 드라마 여인천하)이었다.

‘천의 얼굴’로 55년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볐던 배우 강수연의 타계 1주기를 추모하는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 개막식이 지난 7일 오후 6시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고인의 이른 죽음을 애도하는 영화인들이 뜻을 모아 마련했다.

배우 유지태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는 고인과 작품을 함께 한 배우 안성기·박중훈을 비롯해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배우 문성근, 문근영, 문소리, 방은진, 임하룡, 예지원, 이정현, 정지영 감독, 임순례 감독, 김한민 감독, 배창호 감독, 영화 ‘씨받이’ 촬영감독 구중모 등 한국영화계의 기둥들이 대거 참석해 고인과 추억을 나눴다.

개막식은 고인이 안성기와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 ‘그대안의 블루’(1992) 주제가를 부른 가수 김현철의 특별무대로 막이 올랐다. 1992년, 김현철과 가수 이소라가 함께 부른 동명의 주제가는 3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다. 김현철은 “이 곡은 내 인생 최초의 OST였다”며 “강수연 님이 여기 어딘가 앉아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은이소라 대신 배우 공성하가 함께 불렀다.

영화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인의 이른 죽음을 애도했다. 수많은 영화인들 속 고인은 다양한 모습으로 각인돼 있었다.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를 비롯, 고인과 3편의 영화를 함께 찍은 박중훈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강수연은 내가 직접 본 사람 중 외형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인 동시에 실제 생활에선 검소하며, 어려운 곳에는 선뜻 마음을 쓰는 통 큰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고래사냥2’(1985), ‘베를린 리포트’(1991), ‘그대 안의 블루’, ‘주리’(2013)등 다양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안성기는 “강수연 씨가 이 자리에는 없지만 어디에서든지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러분들도 같은 마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혈액암 투병 중인 안성기는 젊은 시절 한국 영화계를 이끈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참석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말을 남기며 유난히 영화계 후배들을 아꼈던 고인은 후배들에게 큰 언니, 큰 누나같은 존재였다. 후배 배우들이 영상으로 전한 메시지 속에서 그는 때로 후배들에게 돌직구를 던지면서도 자신감을 북돋았고, 영화계 선배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한국 영화계의 ‘가오’ 그 자체였다.

배우 최희서는 “최고의 자리는 없어 ,배우는 죽을 때까지 최고를 향해서 갈 뿐이야. 그때까지 참고 견뎌야 한다는 선배님의 말이 사무친다”고 했다. 배우 김아중은 “한국여성영화인의 롤모델로 자신감을 가지도록 응원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배우 정우성은 “영화배우라는 직업적인 부담을 지니면서 아름다움을 지키면서 살아온 선배”라고 기억했고 이정재는 “한국영화의 발전과 해외에 한국영화를 알리는데 크게 공헌했다”며 “헌신적이고 투사와 같은 열정으로 임한 선배”라고 평했다.

행사에 참석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강수연은 영화계의 건축가였다. 화려한 장식보다 영화계 구조가 든든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했다”며 “기자 시절 기억속 강수연은 대본에 충실하고, 정직하고 머뭇거리지 않는 정직한 승부사였다”고 말했다.

강수연 1주기 추모전 ‘영화롭게 오랫동안’ 포스터. 제공|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

유족 대표로 무대에 오른 동생 강수경씨는 “이번 추모전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영화인들인 여러분이 만들어준 자리”라며 “우리 가족뿐 아니라 언니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 같다”고 추모전을 기획한 추진위원회에 감사를 표했다.

개막식 상영작은 김동호 위원장이 연출을 맡은 단편영화 ‘주리’다. 김 위원장은 “강수연의 성격이 그대로 표출된 영화”라고 소개했다.

한편 추모전은 9일까지 메가박스 성수에서 이어진다. 고인이 출연했던 영화 ‘씨받이’,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아제아제바라아제’, ‘경마장 가는길’, ‘그대안의 블루’, ‘송어’, ‘주리’, ‘정이’등이 상영되며 고인과 함께 촬영했던 배우들의 무대인사와 스페셜 토크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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