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에서 ‘갖고 싶다’로 …이토록 매력적인, 달 자원[지구 미래 찾는 기술의 여정]

기자 2023. 5. 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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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초등학생 시절, 쥘 베른의 과학소설인 <해저 2만리>를 읽고 경이로운 해저 세계에 대한 상상에 빠진 적이 있다. 비슷한 시기였던 1969년, 이번에는 현실 속에서 유사한 경험을 했다. 아폴로 11호 선장인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을 밟는 모습을 봤던 기억이다.

아폴로 계획의 마지막 임무가 실행된 건 1972년이었다. 아폴로 17호에 승선한 지질학자 해리슨 슈미트 등이 110.52㎏의 달 표면 암석 표본을 채취했다. 그로부터 50여년이 흐른 지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달 남극을 탐사하기 위한 유인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유인 달 탐사가 다시 추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지금 이토록 다시 달에 가려는 것일까. 혹자들은 달 탐사를 미지의 세계를 향했던 15~16세기 ‘대항해 시대’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은 큰 차이점이 있다. 달은 미지의 세계가 아닌 자원이 무궁무진한 약속의 땅이다.

달에는 경제적인 가치가 높고, 희소 가치를 지닌 물질인 ‘희토류’와 새로운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헬륨3’ 부존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로라하는 선진국들이 달 탐사에 국운을 걸고 있는 이유다.

한국도 달 탐사에 나섰다. 한국은 최근 달 궤도선 ‘다누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개발한 초소형 감마선 분광기 등의 다누리 탑재체를 성공적으로 작동시키면서 우주과학기술 강국에 다가서고 있다. 감마선 분광기는 달 상공에서 광물자원을 탐색할 수 있는 장비다.

필자는 지난 4월, 유럽우주자원혁신센터(ESRIC)가 주관해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우주자원 주간 2023’에 참석했다. 현지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다룬 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발사 준비 과정부터 달 착륙과 귀환까지의 모든 순간을 촘촘한 간격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54년 전인 1969년, 원거리통신을 비롯한 정밀 항법 기술을 다루고 착륙선을 제어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완벽한 감동을 줬다.

현 시점에서 우주 탐사 기술의 핵심 과제는 ‘달 현지 자원활용(ISRU)’이다. 달 현지 자원탐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동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최근 룩셈부르크 과학기술연구소(LIST)와 함께 우주자원 개발과 관련한 상호협력 연구를 뼈대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NASA 존슨우주센터와도 구체적인 연구 협력을 논의했다.

달 현지 자원탐사를 하려면 앞으로 달 환경과 토양의 모사, 달 표면 탐사장비 개발, 달 자원 추출 기술 개발 등과 함께 우주자원의 소유권 관련 조약과 국제법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해저 2만리>를 호기심과 도전이 가득한 꿈의 탐험이라고 한다면 달 현지 자원탐사와 활용은 과학기술로 실현 가능한 미래이다.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 따라 한국도 2032년에 달 착륙을 계획하고 있다. 태극기가 선명하게 찍힌 탐사장비가 우주광산 개발 시대를 여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황세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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