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차는 ‘위성’ 운반…‘최종 미션’ 준비 순항

이정호 기자 2023. 5. 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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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나로우주센터 가보니
1·2단 로켓 조립이 끝난 누리호가 지난 3일 전남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체 총조립동에 대기하고 있다. 맨 위 검은 천으로 가린 곳이 3단 로켓과 결합할 부위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4일 출격 앞두고 마무리 조립 한창
위성 8기 나를 3단 로켓 결합만 남아
1·2차엔 금속·성능검증위성 실어
성공 땐 명실공히 ‘우주 화물선’ 인정

지난 3일 방문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체 총조립동의 모습은 거대한 물류창고나 체육관을 연상케 했다. 바닥과 천장의 높이는 약 20m, 입구에서부터 반대쪽 벽까지 거리는 약 150m에 이를 정도로 조립동 내부는 광활했다. 이런 조립동에 발사체 하나가 누워 있었다. 동체 전체에 하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고, 측면에는 태극기와 ‘KOREA’(코리아)라는 영문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오는 24일,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를 향해 날아갈 3번째 누리호다.

■ 1·2단 조립 끝…곧 3단 결합 예정

누리호는 2021년 10월에 1차 발사가 이뤄졌지만, 목표로 한 궤도에 위성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기계적인 문제로 3단 로켓의 연소 시간이 예상보다 짧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2차 발사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예정된 궤도에 위성을 거뜬히 올려놓았다. 이때 누리호에는 처음 ‘발사 성공’ 도장이 찍혔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번 3차 발사를 포함해 2027년까지 누리호를 총 6차례 발사할 계획이다. 똑같은 기계장치와 겉모습을 지닌 누리호를 여러 번 쏴 기술적인 성숙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누리호 3차 발사 준비 현장은 한눈에 보기에도 이륙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을 느끼게 했다. 누리호는 1단과 2단 로켓 조립이 끝난 채 조립동에 보관 중이었다. 기술진 외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기 위해 항우연이 설치한 통제선 바깥에서 누리호를 살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2단 로켓의 상단부였다. 이 부위는 현재 천으로 가려져 있는데, 곧 이곳으로 옮겨질 누리호 3단 로켓의 하단부가 결합할 자리였다. 누리호는 총 3단으로 이뤄진다. 이날 조립동 현장에서 설명에 나선 원유진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1·2단 로켓과 3단 로켓 간 조립을 오는 21일까지 완료하고, 22일에는 누리호 전체를 특수 이동차량에 올리는 작업을 할 예정”이라며 “(발사 전날인) 23일 아침에 발사대로 누리호를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사 예정 시간은 오는 24일 오후 6시24분이다. 누리호는 지상을 떠난 뒤 총 15분23초 동안 비행할 예정이다.

■ 총 8기 탑재…‘위성 운송’ 첫 수행

발걸음을 옮겨 발사체 총조립동에서 약 300m 떨어진 또 다른 건물로 들어갔다. ‘위성 보관동’이었다. 위성을 보관하고 조립하는 시설은 견고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외부인과 분리돼 있었다. 위성은 예민한 기기인 만큼 오염 등에서 보호하려는 목적이다. 보안상의 이유 때문에 이곳에서 외부인의 사진 촬영은 금지됐다. 유리창 안에는 직육면체 형태의 철골 거치대가 마련돼 있었다. 높이는 약 7m에 이르렀다. 거치대 안에 누리호 3단 로켓이 노즐을 아래로 향한 채 똑바로 서 있었다. 거치대 주변에는 3단 로켓에 장착될 일부 위성들이 놓여 있었다.

3번째 발사되는 이번 누리호는 ‘위성 운송’이라는, 발사체 본연의 역할을 처음으로 수행한다. 명실공히 ‘우주 화물선’이 된다는 뜻이다. 1차 누리호에는 금속 덩어리만 탑재했다. 2차 누리호에는 금속 덩어리와 함께 신호 송수신·자세 제어 등 기본 기능만 하는 ‘성능검증위성’이 실렸다. 오로지 위성, 그것도 일정 수준 이상의 관측 성능을 지닌 실용급 위성만 실은 누리호는 이번 3차가 처음이다.

누리호에 실리는 인공위성은 총 8기다. 위성들은 지난 3일 나로우주센터 내로 모두 옮겨졌다. 항우연 연구진은 이번주에 3단 로켓에 위성을 장착할 예정이다. 주탑재위성은 카이스트(KAIST)가 개발한 중량 180㎏짜리 ‘차세대 소형위성 2호’이다. 전파를 쏴 지형을 감지하는 첨단 장비인 ‘영상레이더(SAR)’가 실렸다. SAR을 쓰면 밤이어도, 구름이 끼어도 지상을 훤히 볼 수 있다.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여명·황혼 궤도’를 돌도록 고안됐다. 여명·황혼 궤도는 어슴푸레한 태양광을 지속적으로 받아 계속 전력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이 궤도에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올리기 위해 항우연 연구진은 누리호가 최종적으로 도달할 고도를 550㎞로 정했다. 1·2차 누리호 때는 700㎞였다. 1·2차 발사 때 오후 4시이던 발사 예정 시각이 이번에는 오후 6시24분으로 바뀐 것도 여명·황혼 궤도 때문이다. 오후 6시24분이 여명·황혼 궤도에 위성을 넣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점이다.

큐브위성 ‘도요샛’을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이 점검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큐브위성도 실려…발사 변수는 ‘바람’

부탑재위성인 나머지 7기는 모두 초소형위성(큐브위성)이다. 한 기당 중량이 10㎏ 이하다. 7기 가운데 4기는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도요샛’이다. 지구 근처에 나타나는 전기적 변화인 ‘우주날씨’를 측정한다. 국내 기업인 져스텍과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큐브위성도 함께 실린다. 이날 위성 보관동에서 설명에 나선 장영순 책임연구원은 “위성은 보관 중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확인 작업을 한다”며 “발사 전날에 누리호를 발사대에 세운 뒤에도 위성에 탑재된 전자장치 등에 대한 점검을 또 한다”고 말했다. 누리호에 실릴 8기 위성의 총중량은 504㎏이다.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누리호고도화사업단장)은 “누리호 발사를 결정하기 위한 주요 변수 중 하나는 높은 고도에서 부는 ‘고층풍’ ”이라며 “발사 시점 전에 하늘에 풍선을 지속적으로 띄워 고층풍을 측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3차 발사부터는 누리호 기술을 이전받을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 준비 작업에 참여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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