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도 약물 대신 ‘유전자’로 치료한다
안구 속 ‘방수’ 내보내며 안압 낮춰
사람의 시력을 빼앗는 질병인 ‘녹내장’을 치료할 새로운 방법이 개발됐다.
아일랜드 트리니티대 연구진은 최근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올라간 안구 내 압력, 즉 ‘안압’을 떨어뜨리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 최신호에 실렸다.
녹내장에 걸리면 안압이 높아진다. 안압 상승을 적극적으로 치료받지 않으면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고 시력이 떨어진다. 시력이 아예 상실될 수도 있다. 현재 전 세계 녹내장 환자는 8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40년에는 1억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의료계는 예상한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는 녹내장 환자에게 안압을 낮추는 약물을 투여한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이 약물이 듣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트리니티대 연구진에 따르면 녹내장 환자의 약 10%는 약물에 내성을 보인다. 치료를 받아도 시력을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녹내장 치료의 돌파구를 유전자를 이용한 연구에서 찾았다. ‘AAV9’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 유전자를 생물 공학적으로 조작해 실험용 쥐에게 투여했다. 그러자 안구 속에서 압력을 만드는 액체인 ‘방수’가 안구 밖으로 자동 유출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연구진이 ‘AAV9’의 유전적인 성질을 바꿔 방수를 유출시키는 효소를 만들도록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는 가장 큰 이유는 방수가 안구에 가득 차서 안압이 상승하기 때문인데, 그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방법이 생긴 셈이다.
연구진은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법은 그동안 희귀병에 주로 쓰였지만, 녹내장처럼 앓는 사람이 많은 질병에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이번 연구를 통해 열렸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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