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과거사 인식, 일방이 요구할 문제 아냐" 또 발언 파문
한일정상 공동기자회견 "한발짝도 내디뎌선 안된다는 인식 벗어나야"
기시다 "힘들고 슬픈 경험 한 분들 개인적으로 가슴 아파" 사과는 안해
공동조사단 아닌 "한국 시찰단 파견 수용"
민주당 "누가 용서할 기회줬나, 역사 내다 판 대통령"
국민의힘 "현장시찰 파견 합의 성과"
[미디어오늘 조현호, 노지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에서 과거사 인식을 어느 일방이 요구할 문제가 아니며, 과거사 정리가 안됐다고 양국관계가 한발 짝도 내디뎌서는 안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혀 또 논란이다.
전 국민이 생중계를 통해 시청하고 있는 상태에서 일본에 사과를 요구할 문제가 아니라고 대놓고 선언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날 공동 회견에 나선 기시다 총리도 과거 혹독한 환경에서 힘들고 슬픈 경험한 분들에 대해 가슴 아프다고 말했으나 개인적으로 느낀 것이라 의미를 축소했고, 강제성에 대한 인정이나 반성 및 사과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야당은 누가 윤 대통령에게 일본을 용서할 자격을 주었느냐며 역사를 내다 판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윤 대통령은 7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간 대응에 한국 내에서는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있고, 일본 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방침이 또 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앞으로도 대통령의 방침은 앞으로 더 견지된다고 생각해도 되느냐'는 일본 요미우리신문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일단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바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바뀌지 않는다고 말씀을 드리겠다”며 “우리가 발표한 해법은 1965년 청구권 협정과, 2018년 법원의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서, 법적 완결성을 지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현재 15명 승소자 중에 10명이 판결금을 수령한 상태”라며 “정부는 남은 분들에 대해서도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고, 충분한 소통을 해가면서 해법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언론에서 어떤 한국측의 요구를 보도한 기사를 제가 많이 봤습니다만은 저는 이런 과거사에 대한 인식 문제는 그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일방이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런 현안과 미래 협력을 위해 한발짝도 발걸음을 내디뎌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 데에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 생존자, 유족, 수많은 국민들의 반대가 있는데도 이를 묵살하고 본인 뜻대로 발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한국과 일본은 이런 동북아의 엄중한 안보 상황에 직면해 있고, 지금 중대한 역사적 전환기에 우리가 함께 놓여 있다”며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이 협력해서 양국의 공동이익을 추구하고 국제사회에서 공동의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앞서 확대 정상회담에서도 “제가 미국 방문 시에 하버드대학에서 언급을 했습니다만 양국이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의 표명을 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역대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지난 3월 발언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다만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일을 당해 마음이 아프다는 한마디를 언급하긴 했으나 그게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자국의 잘못과 반성, 그에 대한 사과인지를 묻는 질문엔 끝까지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서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제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렸고, 이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다. 변함없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특히 “윤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서 한국정부에 의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분들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미래를 위해서 마음을 열어주신 점에 대해서 저는 큰 감명을 받았다”며 “저 자신도 당시에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서 가슴이 아프다”고 표현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간 여러가지 역사적인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곤란하고 어려운 그런 시기를 극복해온 선조들을 본받아서 미래를 향해서 윤 대통령님과 함께, 한국측과 협력을 해나가는 것이 일본의 총리로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을 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게 된 데 대해 가슴아프게 생각한다는 말씀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이해해도 되느냐,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라는 한성우 SBS 기자 질문에 기시다 총리는 “이는 이 당시 그 힘든 일을 겪은 사람들 분들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직접적인 감정을 솔직히 말씀드린 것”이라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 검증을 위한 한국 전문가 시찰단 파견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저도 잘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의 여러분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 후쿠시마 제1원전에 한국전문가 분들의 현지시찰을, 파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총리로서 자국민 그리고 한국 국민들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류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이 자리에서 그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한국 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오늘 발표 내용으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느냐'는 한상우 기자 질문에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해 이웃국인 한국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 우려를 불식시키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런 차원에서 현장시찰에 대한 전문가들의 현장시찰 합의가 이뤄졌다”고 답했다.
이 같은 과거사 인식에 야당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저녁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보편적 인권 문제인 대한민국 역사를 철저히 무시하고 굴욕외교를 계속하겠다며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입장은 한일정상회담의 결과에 충실하게 반영되었다”며 “왜 양국 외교 복원의 전제가 우리 역사의 포기여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과거사 인식은 일방에게 요구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변한 윤 대통령 발언을 들어 “국민 앞에서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우리 국민은 참으로 참담하고 허망하다”고 털어놨다.
강 대변인은 기시다 총리의 역사인식 언급을 두고도 “기시다 총리의 반성과 사과 역시 없었고, 강제성에 대한 인정 또한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얼버무린 점을 들어 “이마저도 개인의 생각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역사는 과거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보편적 인권 문제다. 이 문제를 대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를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입장을 두고도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방류에 반대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관철하지 못했다”며 “현지 시찰단을 파견하는 데에 양국이 합의한 것에 의의를 두지만, 오히려 오염수 방류를 위한 명분만 쌓아주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누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강제동원을, 위안부 문제를, 우리의 아픔을 퉁치고 넘어갈 자격을 주었느냐, 누가 용서할 자격을 주었느냐”며 “역사성을 망각한 윤석열 대통령의 오늘 망언은 희대의 굴종외교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를 외면한 대통령, 역사를 내다 판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이번 한일정상회담, 공허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 결정을 성과라 평가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객관적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우리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시찰단 파견에 합의하는 상과를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오늘 기시다 총리는 한일 공동선언을 비롯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에 대한 계승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처럼,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과거와 현재를 냉철히 직시하며, 동시에 미래와 국익을 위한 길을 국민과 함께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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