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개척자" 영화계가 추억하고 기억 될 故강수연 1주기(종합)

조연경 기자 2023. 5. 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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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강수연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 개최
7일 메가박스 성수 개막식 진행…각계각층 영화인 대거 참여
"자격있는 강수연, 의미있는 추모전 지속되길" 애도

7일 서울 메가박스 성수에서는 고(故) 강수연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 개막식이 개최됐다. 〈사진=JTBC DB〉

벌써 1년이 흘렀다. 수 많은 영화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국 영화' 그 자체로 소개되는 고(故) 강수연을 추억하고 추모했다.

고 강수연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 개막식이 고인의 기일인 7일 오후 6시 서울 메가박스 성수에서 개최됐다. 이 날 개막식은 배우 유지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추모 공연, 추모 영상 상영과 추모전·추모집·추모사업 등이 소개됐다. 또한 24분 짜리 단편 영화 '주리(김동호 감독)'도 상영 돼 가장 강수연스러운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었다.

고 강수연은 지난해 5월 5일 오후 5시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CPR(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뇌출혈에 의한 의식 불명 상태로 생명을 유지하다 이틀 만인 7일 향년 5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동생인 강수경 씨를 비롯해 명예위원장 임권택 감독과 김동호 추진위원장, 박중훈, 예지원 위원장 등 영화인 총 29명으로 구성된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는 대한민국 영원한 배우 고(故) 강수연의 업적과 위상을 새롭게 제고하고자 타계 1주기를 맞아 추모전을 기획했다. 6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시작해 9일까지 메가박스 성수에서 고인의 작품을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GV) 시간을 마련한다.

추모전의 일환으로 감독 겸 영화평론가 정성일과 각본가 겸 소설가 정세랑, 봉준호 감독과 배우 설경구, 김현주가 참여한 공식 추모집 포토아트북 '강수연'도 출판한다. 개막식 당일 오전 11시 30분에는 김동호 위원장, 박중훈, 예지원 등이 고인의 유해를 모신 경기도 용인공원 화목정원에서 추모 1주기 기념식수를 하기도 했다.

개막식에서 고인의 동생 강수경 님은 유족 대표로 "처음 추모회 이야기를 말씀 드렸을 때, 김동호 위원장님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해야죠'라면서 추모위원회를 구성해 주셨다. 정말 많은 분들께서 마음을 모아 주신 덕분에 추모회 열 수 있게 됐다. 오늘 추모회는 다른 분들이 아닌, 영화인들 여러 분들이 만들어 주신 자리다. 우리 가족 뿐만 아니라 언니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 같다. 대단히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가수 김현철과 배우 공성하가 7일 오후 메가박스 성수에서 개최 된 고(故) 강수연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 개막식에서 '그대안의 블루'를 열창했다. 〈사진=JTBC DB〉

개막식의 포문은 가수 김현철과 배우 공성하가 '그대안의 블루'를 열창하며 열었다. '그대안의 블루'는 1992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 OST로 작품은 안성기와 강수연이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작품의 흥행과 함께 OST 역시 오랜 시간 대중에게 사랑 받고 있다.

공연을 마친 후 김현철은 각별한 '그대안의 블루', 그리고 강수연에 대해 "'그대안의 블루'는 내가 참여한 몇 편 안 되는 영화 음악 가운데 첫 편이자,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했던 작품이다"며 "난 지금 강수연 님께서 이 곳 어딘가에 앉아 계신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지속돼 돌아가신 배우들이 돌아가신 것 같지 않게끔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표했다.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에서 당대 젊은이들을 표현했던 박중훈, '베를린 리포트'(1991)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안성기도 함께 무대에 올라 고인의 이른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이 7일 오후 메가박스 성수에서 개최 된 고(故) 강수연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 개막식에서 고인을 추억하며 인사말을 전했다. 〈사진=JTBC DB〉

건강한 모습으로 공식석상에 나선 안성기는 "강수연 씨가 이 자리에는 없지만, 어디에서든지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러 분들도 같은 마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박중훈은 "강수연 씨와 세 작품을 함께 했다. 아름다운 분위기가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난다. 강수연 씨는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성실하고 검소하면서도 어려운 곳에는 선뜻 큰 마음을 쓰는 통 큰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박중훈은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 1년이 됐는데도 슬픔이 가시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영원히 기억하고 가슴에 담는 것 아닐까 싶다"고 전한 박중훈은 "강수연 씨 만큼은 추모전이 꾸준히 이어져야 할 배우 아닐까 싶다. 자격이 있다. 우리 가슴에 항상 남아있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잘 의논해 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동호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장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며 고마움을 여러 번 남기기도 했다. 실제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수 많은 영화인들이 오로지 '강수연'이라는 이름 만으로 선뜻 참여를 표했다고. 한 마음 한 뜻이 있었기에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강수연의 명언에 걸 맞는, '가오에 손상 없는' 추모전이 완성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1969년 동양방송 전속 아역 배우로 데뷔한 강수연은 1983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를 비롯해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그대안의 블루', 드라마 '여인천하' 등 수많은 흥행작을 남겼다. '씨받이'로 44회 베니스영화제,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16회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원조 월드스타로 활약, 1998년 BIFF 집행 위원을 시작으로 2015년 공동집행위원장에 선출돼 한국 영화 발전에 앞장섰다.

여배우를 넘어 영화인들의 롤모델이기도 했던 고인을 위해 후배들은 고인을 주제로 한 화보 촬영과 인터뷰, 영상을 전달하기도 했다. 문소리는 "언니의 똑 떨어지는 말투가 기억 난다. 처음에는 깍쟁이 같았는데 말 맛이 있다"며 "어려운 순간도 많았을텐데 한국 영화계 안에서 굉장히 큰 책임감을 갖고 살았다. 지금도 어디에서 촬영 중일 것만 같은데,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정현아~ 이리와 이쁜아'라면서 맨날 '이쁜이'라고 하셨고 뽀뽀도 세게 하셨다"며 호탕한 웃음을 남긴 이정현은 "정말 크고 따뜻한 선배님이었다. '제2의 강수연'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활동하려 노력했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최희서는 "'최고의 자리는 없어. 죽을 때까지 배우는 최고를 향해 갈 뿐이야. 그 때까지 참고 견뎌야 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조금 더 사무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정우성은 "조심성과 강인함이 함께 느껴진 선배였다. 영화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평생 충실하게, 부담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키면서 사셨는데, 그 안에는 개인 강수연, 사적인 한 사람으로서의 삶은 많이 배제됐을 것 같다. 지금은 한 인간, 사람으로서의 강수연을 많이 느끼고 계시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정재는 "지금도 강수연 선배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세계 국제영화제에서 당당하게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모습을 TV 뉴스를 통해 봤던 것이다. 어린 마음에도 '아주 훌륭하고 멋있는 분이구나' 뿌듯했던 느낌이 남아 있다"며 "후배로서는 한국 영화의 발전에 기여하고, 해외에 알리는데 큰 공헌을 하신, 헌신적이고 어쩔 땐 투사와 같은 열정으로 임하던 모습들이 뚜렷하게 기억된다"고 강수연의 힘을 되새겼다.

또한 이 날 현장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박보균 장관도 참석해 이야기를 더했다. 박보균 장관은 "배우 강수연에 대한 첫 기억은 '그대안의 블루'다. 영화 마지막 여주인공 강수연의 독백은 선명하다. '그가 나에게 전해준 빛깔들을 그대에게 전해주고 떠납니다. 나의 빛깔은 내가 만들 것입니다' 강수연 배우님의 삶에서 자기 만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선언과도 같았다. 그 빛깔들은 스크린에서 때론 연하게, 때론 짙게, 우아하면서 거칠게 칠해졌다"고 운을 뗐다.

박 장관은 " 임권택 감독님은 강수연 만의 빛깔 특징을 '소질 매력 집념' 세 가지로 구분하기도 했다"며 "그녀는 구조물을 튼튼하게 하고 영화인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한국 영화의 건축가이자, 담대한 개척자였다. 여기 모인 영화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강수연 님을 기억할텐데, 장관 전 오랫동안 신문사 기자로 활동했던 나에게 강수연 님은 정직한 승부사로도 기억된다. 난 그것이 강수연이라는 정체성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그 기억을 잊지 않고 강수연 님을 다시 만나는 뜻 깊은 경험 속에 나 역시 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고 정리했다.


한편 6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처녀들의 저녁식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달빛 길어올리기' 상영과 무대인사, 7일 메가박스 성수에서 '경마장 가는 길' '씨받이' 상영 및 무대인사, 그리고 개막식과 '주리' 상영 및 무대인사를 진해한 추모전은 8일 '그대안의 블루' '정이', 9일 '송어' '아제아제 바라아제' 상영과 무대인사, 스페셜 토크를 이어가며,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관객과의 대화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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