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국왕, 마침내 '왕관' 썼다... "섬김 받지 않고 섬길 것"

전혼잎 2023. 5. 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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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에 영국 국왕 대관식... 시민들 환호
왕세자 책봉 65년 만... 커밀라도 '왕비' 올라
2.23㎏ 왕관 쓰며 '찰스 3세 시대' 공식 개막
"군주 통치 신성화... 디지털시대 첫 대관식"
왕실 현대화·영연방 결속 등 해결과제 '산적'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대관식에서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로부터 성 에드워드 왕관을 수여받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신이여, 왕을 지켜주소서. 신이여, 찰스 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King. God Save the Charles).”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중심가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그 일대에선 온종일 이 같은 기원과 외침이 울려퍼졌다. 영국의 40번째 국왕인 찰스 3세(75)의 대관식과 함께 공식적으로 ‘찰스 3세 시대’도 개막한 것이다. 1948년 11월 태어나 만 9세 때인 1958년 7월 왕세자에 책봉된 지 65년 만이자, 지난해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직후 국왕으로 자동 즉위한 지 8개월 만이다. 오랜 기다림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의 순간이었다.

머리에 ‘성 에드워드 왕관’이 씌워지자, ‘만 74세 6개월’인 고령의 국왕 찰스 3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순금 틀에 루비, 사파이어 등 각종 보석 444개가 박혀 무게만 2.23㎏에 달하는, 평생 동안 대관식에서 단 한 차례 쓸 수 있는 영국 국왕의 왕관이다. 이제 왕비(Queen)가 된 커밀라 파커 볼스(76)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곁에서 이를 지켜봤다.


“모든 종교와 믿음 위해 노력”... 다양성 존중

영국 국왕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가 6일 영국 런던에서 대관식을 위해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이날 대관식은 찰스 3세가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임을 공식 선포하는 자리였다. 오전 10시 20분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와 커밀라가 탄 황금마차가 트럼펫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자,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자리를 지킨 군중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렸다.

오전 11시쯤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들어선 찰스 3세는 100명 이상의 국가원수 등 2,200여 명의 대관식 참석자 앞에서 다음과 같이 서약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의 본보기로서 나는 섬김 받지 않고 섬기기 위해 왔습니다.” 이어 성경에 손을 얹고 “모든 종교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70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때는 없었던 장면이다. 영국 가디언은 다양성 존중을 위해 추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영어와 웨일스어, 스코틀랜드 게일어, 아일랜드어로 찬송가를 부르고 △여성 사제와 흑인 여성 상원의원, 카리브해 출신 여성 남작 등이 대관식에서 역할을 맡는 등 풍경도 ‘달라진 시대’를 반영한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설명이다.

대관식은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했다. 오전 11시 45분쯤 캔터베리 대주교가 대관식 의자에 앉은 국왕의 머리와 손, 가슴에 성유(聖油)를 바르는 의식은 왕과 신만의 ‘가장 신성한 순간’으로 여겨져 장막으로 가려졌다. BBC방송은 “영국 교회의 수장이기도 한 국왕의 지위를 강조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어 서임식이 시작됐다. 금색으로 번쩍이는 예복을 입은 그에게 보주와 검, 홀, 국왕의 반지 등 왕권을 상징하는 물품이 전달됐다.


대관식 참석자들 “신이여, 왕을 지켜주소서”

저스틴 웰비(왼쪽) 캔터베리 대주교가 6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리는 대관식에서 성 에드워드 왕관을 영국 국왕 찰스 3세(오른쪽)의 머리에 올리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그리고 정오 무렵, 마침내 성 에드워드 왕관이 찰스 3세의 머리에 얹어졌다. 공식 즉위의 순간이었다. 다만 고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대주교는 여러 차례 왕관의 위치를 고치기도 했다. BBC는 “모든 이야기는 이 순간에 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전역에서 예포가 발사됐고, 종소리가 울렸다. 대관식 참석자들도 다 함께 “신이여, 왕을 지켜주소서”를 외쳤다.

커밀라 왕비도 간단한 대관 의식을 치렀다. 1911년 메리 왕비가 대관식 때 썼던 왕관을 재사용했다. 불륜 스캔들 끝에 2005년 당시 왕세자였던 찰스 3세와 결혼했으나, 대중의 미움을 받아 왕세자비 대신 ‘콘월 공작부인(Duchess of Cornwall)’으로만 불렸던 그는 내내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2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허락으로 ‘왕의 배우자(The Queen Consort)’라는 호칭을 쓸 수 있게 된 커밀라도 이제 공식적인 왕비가 됐다.

저스틴 웰비(왼쪽) 캔터베리 대주교가 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대관식 중 왕비의 관을 영국 커밀라 왕비의 머리에 올려놓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왕관을 쓴 찰스 3세의 뒤를 커밀라 왕비가 따라 사원을 나서며 2시간여에 걸친 대관식은 마무리됐다. 1953년 6월 2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이후 70년 만에 열린 이날 행사는 역대 두 번째로 TV 생중계가 된 영국 국왕 대관식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찰스 3세가 이미 국왕으로 즉위하긴 했으나, 대관식은 군주의 통치를 신성화하고 주권자를 국민과 결속시키는 게 목표”라며 “이번 대관식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대중이 공유하는 디지털시대의 첫 대관식”이라고 평가했다.


앤드루·해리 왕자, 버킹엄궁 '왕실 가족' 인사엔 참석 안 해

영국 해리 왕자(가운데 )가 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을 마치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떠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대관식을 마친 찰스 3세 부부는 다시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향했다. 2.3㎞의 대관식 행렬에는 말 250마리와 영연방 군인 4,000명이 함께했다. 장엄한 행진에 길목을 지키던 이들은 영국 국기를 흔들며 박수를 보냈다. 찰스 3세와 왕실 가족이 버킹엄궁의 발코니에서 ‘새 국왕’으로 인사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는 끝났다. 다만 찰스 3세의 동생으로 ‘사고뭉치’인 앤드루 왕자, 찰스 3세와 마찰을 빚은 둘째 아들 해리 왕자는 대관식에 참석했음에도, 버킹엄궁 발코니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향후 찰스 3세는 왕관보다 더 무거운 무게를 버텨내야 한다. 군주제 폐지 여론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왕실 현대화를 통해 지지를 공고히 하는 게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이탈 움직임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영연방 국가들을 다시 결속시키는 것도 난제 중 난제다. 이와 함께 해리 왕자와의 갈등 등 가족 문제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로 거론된다.

6일 영국 런던에서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대관식 종료 후 버킹엄궁으로 돌아가는 행렬을 영연방 군인 등이 따르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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