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강수연'이란 꿈 있었음에 감사"…영화인들, 故 강수연 추모
지난해 5월 7일 뇌출혈로 투병 끝에 55세 일기로 세상 떠나
강수연 동생 강수경씨 "추모회, 가족뿐 아니라 언니한테도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
4세 나이로 배우 활동 시작…한국 배우 최초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며 한국 영화계 이끈 배우이자 영화인
박중훈·문소리 "약한 소리 한 번 한 적 없어"
추모 상영회 이어 추모집 '강수연', 5월 중순 발간
'강수연'. 이름 석 자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배우가 바로 강수연이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이름 강수연이 별이 된 지 어느덧 1년이 됐다. 그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영화인들은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이란 슬로건 아래 모였다.
7일 오후 6시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고 강수연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 개막식에는 동료 영화인들이 모여 강수연을 기렸다. 이날 행사 사회는 배우 유지태가 맡았으며, 가수 김현철과 배우 공성하가 '그대안의 블루' 무대로 행사를 열었다.
강수연의 동생 강수경씨는 "처음 추모회 이야기를 꺼냈을 때 김동호 위원장님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추모위원회를 구성해 주셨다. 많은 분이 마음을 모아주셨고 덕분에 추모회를 열 수 있게 된 거 같아 감사드린다"며 "오늘 추모회는 우리 가족뿐 아니라 언니한테도 특별한 의미로 남을 거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월드 스타이자 한국 영화계를 빛낸 배우 고(故) 강수연은 지난해 5월 7일 뇌출혈 투병 끝에 5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969년 4세에 동양방송(TBC) 전속 아역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강수연은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1987)를 통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 스타'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한국 배우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은 강수연이 최초로, 배우이자 영화인으로 세계 영화계에 한국 영화계의 힘을 널리 알렸다.
임권택 감독과 다시 만난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에서는 중생을 구제함으로써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순녀 역할을 맡아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삭발 투혼까지 보이며 열연을 펼쳤다. 제16회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배우로서 다시금 입지를 굳혔다.
사석에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말을 종종 한 것으로 알려진 강수연은 여성 영화인으로서 당당하게 한국 영화계 중심에 있었다. 그는 지난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부산영화제를 향한 정권의 외압을 비판했고, "영화제의 주인은 영화와 관객"이라며 영화제의 의미와 본질을 강조하며 현장을 지켜나갔다.
선배, 동료, 후배 영화인들이 기억하는 강수연 역시 강단 있게 영화계를 이끌어 간 배우이자 영화인이었다.
고인과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됴화' '달빛 길어올리기' 등 세 편의 작품에서 함께한 박중훈은 고인을 떠올리며 "어려운 곳에는 아주 선뜻 큰마음을 쓰는 통 큰 사람이었다. 또 오랜 시간을 배우로 살면서 힘든 시절도, 힘든 순간도 있었을 텐데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없다"고 회상했다.
영상을 통해 등장한 문소리는 "똑 떨어지는 말투가 많이 기억에 남는다. 매끈하게 깎아놓은 듯한 똑 떨어지는 서울말, 처음에는 조금 깍쟁이 같다. 그런데 말맛이 있다"며 "언니는 항상 큰 책임감을 갖고 임했던 거 같다. 약한 소리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기억 속 강수연 역시 단단한 영화인으로 남아 있다. 문소리는 "지금도 어디서 촬영 중인 거 같고, 다시 어디서 만날 수 없다는 게 잘 믿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역시 영상으로 고인을 추모한 정우성은 "평생 충실하게 영화배우라는 직업이 갖고 있는 부담, 아름다움을 평생 지키며 사셨다"며 "그 안에는 개인 강수연, 사적인 한 사람으로서의 삶은 많이 배제됐을 거 같다. 한 인간으로서의 강수연을 많이 느끼고 계시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주리'에서 강수연과 호흡을 맞춘 박희본은 이날 행사를 찾았다. 그는 "영화에 '나, 강수연이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 짧은 대사 한 줄이 선배님을 가장 잘 표현하고 대변하는 한 줄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에게 우리나라 영화에 '강수연'이라는 유형의 꿈이 있었다는 거에 굉장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영화인들은 강수연을 기리는 행사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이자 고인과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 온 김동호 위원장은 "2주기 때는 좀 더 학술적이고 영화사적인 면에서 강수연의 업적을 기리는 세미나와 책자 발간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지난해 연말 여성영화인모임에서 '강수연상'을 제정했고, 초대 수상자로 문근영 배우가 선정됐다"며 "앞으로 강수연에 이어 한국 영화계를 빛내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능력 있는 신인 배우를 양성하고 발굴함으로써 강수연의 업적, 한국 영화사에 남긴 족적이 이어지고 젊은 세대가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1주기 추모전에서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달빛 길어올리기'(2010) '씨받이'(1986)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 등 11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상영과 더불어 작품에 참여한 배우와 감독, 평론가를 비롯한 다양한 영화인들과 시간을 갖는 GV 행사와 무대 인사 등 많은 관객과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추모전의 일환으로 감독 겸 영화평론가 정성일과 각본가 겸 소설가 정세랑, 봉준호 감독과 배우 설경구, 김현주가 참여한 공식 추모집인 포토 아트북 '강수연'은 5월 중순 서점에 공식 출판된다.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는 고인의 동생인 강수경 씨와 명예위원장 임권택 감독과 김동호 추진위원장, 박중훈, 예지원 위원장 등 영화인 총 29명으로 구성돼 있다.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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