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결단'에 성의 보인 日기시다..."가슴 아파" 깜짝 유감 표명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향해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과거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유감 표명을 한 것이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일본 도쿄 방문의 답방 차원에서 52일 만에 열린 이날 한일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결단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성의를 표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3월6일에 발표된 조치(제3자 변제)에 관한 한국 정부에 의한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들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면서도 미래를 위해서 마음 열어주신 데 대해 감명 받았다"며 "저도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3월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관련 언급에 비해 진전된 것이다. 당시 기시다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속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만 밝혔다.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밝힌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을 언급한 것이지만 직접적인 사죄나 유감 표명 없이 간접적 방식을 택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단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50여일이 지난 이날 기시다 총리는 1998년 한일 공동선언 등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밝히면서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향해 "가슴 아프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어 "일한 양국 간에는 수많은 역사와 경우가 있습니다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온 선인들의 노력을 이어받아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일본 총리로서의 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해당 발언을 한 배경에 대해 "역사인식과 관련해 1998년 10월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이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힘든 경험을 하신 분들에 대해서 제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관련 발언은 우리 정부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공동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양국 정상이나 참모진들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협의를 하거나 사전조율을 한 적은 없다"며 "따라서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오실 때 본인의 인식, 발언을 준비했다가 자발적으로 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의 이날 과거사 발언에 대해 역대 일본 내각이 밝혀온 한일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확인한 데서 나아가 지난 3월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일본 측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앞으로 한일간 미래를 기약하는 의미에서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고위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가슴 아프다'고 언급한 대상에 대해 "판결금을 수령한 유족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 측이 히로시마 평화공원 공동 참배를 제안한 데 대해 "앞으로 말과 행동으로 과거사에 대해 진정서 있는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표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아베 전 총리가 2015년 8월 "전쟁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우리의 자녀나 손자, 그리고 그 뒤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과를 계속할 숙명을 지게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사과 대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유감 표명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다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일본의 국내정치 등을 고려했을 때 기시다 총리가 사과나 사죄라는 말을 직접 하기는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고독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가슴 아프다'는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통절한 반성과 사죄라는 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재 일본의 사정과 분위기에서 최대한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조그마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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