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둘러싼 문제

한겨레 2023. 5. 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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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지난달 14일 대만 타이베이 자유광장에서 대만 군인들이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세계의 창]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대만은 하나의 국가이지만 많은 나라가 그렇게 인정하지 않는다. 단 13개국과만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작거나 가난한, 또는 둘 다인 아이티·파라과이·투발루 등이다. 온두라스는 지난 3월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에 붙었다. 대만은 유엔 회원국도 아니고,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국제기구에 가입할 수도 없다.

2300만 인구에 세계 20위 경제규모를 지닌 대만이 존중받지 못하는 게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이 문제로 중국에 맞설 나라는 거의 없다. 물론 미국은 대만에 군사원조를 제공하고 이 나라의 2위 교역국으로서 중국의 주장에 간접적으로 맞서고 있다.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공식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공격하면 개입한다는 은밀한 약속도 여러번 했다.

이런 약속은 대만을 둘러싼 초강대국들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게 한다. 지난달에는 미국 하원의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가 중국의 침공 가능성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이 특위 위원장은 “우리는 중국공산당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최대 위험이 무엇인지 잘 알게 됐다”며 “워게임은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대만을 충분히 무장시킬 필요성을 강조해줬다”고 말했다.

대만인들은 오랫동안 전쟁 위협 아래에서 살아왔다. 대만 정치는 독립을 선호하는 쪽과 통일에 대비해 중국과의 협상을 선호하는 쪽으로 나뉘어 있다. 두가지 선택을 각각 대표하는 민진당과 국민당은 민진당이 2000년 선거에서 처음으로 승리한 이후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아왔다. 민진당의 집권이 이어진 2016년 이후 중국과의 관계는 상당히 악화했다. 하지만 민진당은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패했다. 국민당이 이끄는 연합 정파는 내년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한다.

대만의 다수 여론은 곧장 독립을 선언하거나 통일을 추진하지 않으면서 현상 유지를 할 것을 주문하지만 양당 사이에 중간 지대는 없다. 룽잉타이 전 대만 문화부 장관은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중국과의 전쟁에 대한 공포는 우리가 어렵게 만든 민주적 사회에 대한 자신감, 관용, 상호존중을 파괴하고 있다”며 대만 학자 37명이 지난달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중도 노선을 추구할 것을 촉구하고 미국의 군사주의를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한 사실을 소개했다.

지금까지 대만과 중국은 오르락내리락하는 긴장과 상당한 경제협력 속에서 공존해왔다. 미국은 대만의 2위 무역 상대이지만 중국은 1위 상대다. 중국은 특히 반도체 등 대만으로부터의 첨단기술 수입에 의존하고, 대만도 중국 제품 수입에 크게 의존한다. 지난해 대만은 중국에서 840억달러(111조4680억원)어치를 수입하고 1210억달러어치를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과 대만 사이 무역 호황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지 못하도록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겪은 상황은 대만을 안도하게 한다. 크렘린은 우크라이나를 정복하지 못했고, 전쟁은 러시아의 경제와 국제적 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막아내고, 러시아에 큰 비용을 부담시키고, 침략자를 내쫓기 위해 어떻게 국제적 지원을 확보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대만은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부자 나라다. 미국의 직접적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대만해협에서 발발한 동아시아 전쟁은 핵전쟁까지 치닫지는 않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군사적 측면에서 심각하고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도 클 것이다.

대만은 중국이 지난 30년 이상 경제발전에 전념해온 점에 기대를 걸 수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달리 민족주의를 위해 경제를 희생시키려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중국 민족주의를 자극하지 않도록 분별력을 발휘해야 한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든 중국과의 통일을 주장하든, 전쟁은 그 누구한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모두 동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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