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정상 12년만에 셔틀외교, 더 자주 만나 양국 미래 초석 놓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새로운 한일 관계를 위한 대화와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 총리가 한국을 찾은 것은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서울 방문 이후 12년 만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파탄 직전까지 치달은 한일 관계가 올 3월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채 두 달도 안 돼 정상 궤도에 오른 것이다.
양국 정상은 이날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 과학에 기반해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측 요구를 일본이 수용한 셈이다. 핵협의그룹(NCG) 신설과 대북 확장 억제 강화가 담긴 '워싱턴 선언'에서 일본을 배제하지 않기로 한 것도 한·미·일 협력 확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두 정상은 반도체 공급망 협력, 미래 세대 교류 확대 등에도 의견을 모았다.
기시다 총리의 답방은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복원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가 노다 총리 이후 12년 만에 독립운동가와 6·25 전사자 등 순국선열을 모신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것도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 입장을 밝히며, 사견을 전제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어 마음이 아프다"고 유감을 표명한 것은 과거사 문제에서 진전된 자세다. '사죄와 반성' 표현이 빠져 아쉽긴 하지만 나름 '성의 있는 호응'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답방 한 번으로 양국 현안을 모두 풀 수는 없다. 두 정상이 더 자주 만나 신뢰를 쌓아야 미래를 위한 초석을 놓을 수 있다. 마침 이달 19~21일 일본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만큼 두 정상이 머리를 맞대 양국 이익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일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이다. 북한의 도발 위협과 글로벌 복합 위기에 맞서려면 양국 간 연대와 협력이 필수다. 과거에 발목이 잡혀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지적처럼,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으면 한일 미래 협력도 없다는 극단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는 잊지 말되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할 때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상위 1%’ 유튜버 연수입 7억1300만원...하위 50%는 40만원 - 매일경제
- 백신 맞아도 70% 감염 …"韓 의무접종은 무리수" - 매일경제
- ‘민주당 돈봉투’ 이정근 왜 통화 녹음했나? 대답은...[법조 인싸] - 매일경제
- “통신비 수십만원 아끼세요”…100만 이탈에 이통사가 꺼낸 대책 [아이티라떼] - 매일경제
- 저 잘생긴 남자는 누구?…英 대관식에서 여심 훔친 국왕의 오촌조카 - 매일경제
- 코로나 때가 차라리 나았다?…37조원 만기임박 빚폭탄 걱정이네 - 매일경제
- '과거사' 감정에 호소한 기시다 … 과거보다 미래 강조한 尹 - 매일경제
- 뉴욕 구글 빌딩서 뛰어내린 30대 美엔지니어…감원 여파인가 - 매일경제
- 배우 이정재, 尹 취임 1년에 바라는 이 한마디...시장 상인들은 - 매일경제
- 미네소타 감독, 첫 골 터트린 정상빈에 “더 좋아졌다” [인터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