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서 2시간반 만찬···구절판·한우 갈비찜·탕평채 등 ‘명절 상차림’으로

유설희·유정인 기자 2023. 5. 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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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가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102분간 소인수회담, 확대회담 순서대로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을 한 후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했다. 2시간25분 동안 진행된 만찬은 오후 10시가 다 돼서야 종료됐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한국 방문 첫 일정으로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했다. 기시다 총리 부부는 이어 정상회담을 위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향했다. 기시다 총리 부부를 태운 차량이 이날 오후 3시30분쯤 용산 대통령실 청사 현관에 도착하자 윤 대통령 부부가 직접 맞이했다. 한·일 정상의 만남은 지난 3월16일 윤 대통령의 방일 정상회담 이후 52일만이다.

양국 정상 부부는 청사 앞 야외 잔디광장으로 함께 이동해 의장대 사열을 받았다. 일본 국가와 애국가가 차례로 연주됐고, 이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잔디 광장을 한 바퀴 돈 뒤 양국 참모진과 악수를 나눴다. 대통령실 국기 게양대에는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걸렸다. 기시다 총리는 1층 로비에서 방명록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2층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어로 ‘따뜻하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대통령실은 한 달 넘게 진행해온 로비 리모델링 공사를 전날 마쳐 이날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붉은색 넥타이를, 기시다 총리는 남색 패턴 넥타이를 맸다.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짙은 분홍색 치마 정장을, 기시다 총리의 배우자 유코 여사는 옅은 분홍색 치마 정장을 입었다.

환영식을 마친 두 정상은 대통령실 청사로 입장해 본격적인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오후 3시51분쯤부터 시작돼 39분간 진행된 소인수 회담에 이어 오후 4시36분부터 확대 회담이 차례로 열렸다. 윤 대통령은 확대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셔틀외교 복원에 12년이 걸렸지만 우리 두 사람의 상호 왕래에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다”며 “저는 과거 양국 관계가 좋았던 시절을 넘어 더 좋은 시절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을 봄을 맞이한 도쿄에서 만나 뵙고 또 이렇게 실록이 푸른 서울에서 만나 셔틀 외교를 복원할 수 있게 된 점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확대회담은 오후 5시39분에 종료됐다. 소인수회담과 확대회담을 합해 총 102분간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양 정상은 오후 6시부터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정상 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예고된 대로 공동선언문은 나오지 않았다. 두 정상은 한국과 일본 기자 각각 1명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양 정상 부부는 자리를 옮겨 오후 7시30분부터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하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만찬 메뉴는 구절판, 잡채, 탕평채, 한우갈비찜, 한우불고기 등 명절상·생일상에 자주 올라가는 한국 전통 음식으로 구성됐다. 강원도 횡성 우족으로 만든 우족편, 목포 민어로 만든 민어전, 충남 태안에서 잡은 자연산 대하찜 등 대한민국 각 지역의 농수산물을 공수해 만든 요리가 등장했다. 후식으로는 냉면, 한과, 식혜와 제주망고, 수박 등 과일이 나왔다. 만찬주는 청주를 좋아하는 기시다 총리의 취향을 반영해 ‘경주법주 초특선’이 준비됐다. 대통령실은 “쌀 표면을 79%까지 깎아내어 더욱 깨끗하고 부드러우며, 우리 청주 가운데 최고로 손꼽히는 천년고도의 명주”라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 부부에게 “55년 전 외빈을 맞이하는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지어졌던 곳”이라고 관저를 소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은 만찬 직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양 정상은 한일 양국 문화와 스포츠 등 관심사를 공유하고 환담을 나눴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이달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도 글로벌 아젠다에 대한 좋은 말씀을 기대한다”고 제안하자 윤 대통령 또한 반갑게 화답했다고 한다.

히로시마 출신인 기시다 총리 부부는 한·일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김 여사와 유코 여사가 함께 관람한 진관사 수륙재(물과 육지를 떠도는 영혼들에게 불법과 음식을 베풀어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불교의식)을 진행했던 동희스님이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 등을 위해 히로시마에 여러 차례 다녀간 인연과 관련해 공감하기도 했다고 김 수석은 전했다. 정원 산책을 겸한 이날 만찬은 오후 9시55분까지 2시간25분 동안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선물한 빈티지 야구 물품 액자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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