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정상궤도 올렸다...尹-기시다 "日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12년 만에 셔틀외교를 완전히 복원하고 한일관계 정상화를 본궤도에 올렸다. 양국 정상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들을 시찰단으로 파견하는 데 합의하는 등 민감한 현안에서도 진전을 이뤘다.
과거사 문제의 경우 기시다 총리가 '통절한 반성' 등의 표현이 담겼던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다시 언급하면서 "정부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확답했다. 특히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처음으로 공식 유감을 표했다. 윤 대통령에게 히로시마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같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3월 전격 방일 이후 52일 만인 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공동기자회견 등을 통해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먼저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수단 교민들의 탈출 과정에서 일본인들이 한국 측의 도움을 받은 것에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양국은 안보와 경제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G7 정상회의 중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핵 협의그룹(NCG) 창설 등을 골자로 한 워싱턴 선언에 일본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우선 한미 양국 간에 핵전력 공동기획, 실행 등을 활성화한 뒤 미일동맹 간 논의 등을 거쳐 한미일로 관련 협의가 확대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도 의제로 다뤘다. 윤 대통령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며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있는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도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관심을 모았던 과거사 발언도 나왔다. 기시다 총리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과 관련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말씀드렸다"며 "이같은 정부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3월6일에 발표(강제징용해법)된 조치에 관한 한국 정부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들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면서도 미래를 위해서 마음 열어주신 데 대해 감명 받았다"며 "저도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것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소인수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의 이런 과거사 발언을 듣고 "한국이 먼저 요구한 바가 없는데 진정성 있는 입장을 보여줘서 감사하다. 한일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확대회담과 공동기자회견 등에서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며 "과거사 인식 문제는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일방이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의 제안으로 양 정상은 이달 중순 히로시마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기리는 행사도 갖는다. 윤 대통령은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한일 관계가 미래로 나아가는데 과거사에 대해 함께 곱씹어보면서 필요하면 다시 자성도 하고 미래를 기약하는 의미에서 히로시마 공동 참배 제안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국 정상은 민간협력 확대와 함께 양국 정부 차원에서도 미래세대 교류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 간 인적 교류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해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간 항공 노선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도록 노력해 나아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청년들의 단기 연수 프로그램인 일본 제네시스 프로그램 수혜자도 연간 500명에서 2배로 늘리고, 동시에 우리 측에서는 일본 학생을 한국에 초청해 장학금을 주는 한국형 장학금 제도 등을 구상하고 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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