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1년] 전략적 모호성 벗고 한·미·일 `밀착 외교`

김미경 2023. 5. 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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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 앞세운 가치외교
한미회담·나토회의 등 참석
북·중·러와는 '신냉전'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전략적 명확성'을 드러내며 한미일 집중외교를 펼쳤다.

문재인 정부가 열강 틈바구니 속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는 줄타기 외교인 '전략적 모호성'을 택한 것과 대조적이다.

윤 대통령의 외교 철학은 명확하다. 취임사를 비롯해 각종 국제 무대 연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과의 연대'를 주창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열흘 만인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한국으로 초청해 한미정상회담을 가졌고, 곧바로 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려고 만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를 선언했다.

같은 해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대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첫 한미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한미일 협력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역시 한미일 공조 강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표했다. 한미일 3각 협력은 같은 해 11월 프놈펜 공동성명으로 이어졌다. 한미일 정상은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정상회의를 계기로 프놈펜 정상회담을 연 뒤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을 통해 "안보 영역 및 그 외 영역에서도 더욱 긴밀한 3국 연대를 공고히 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로 했을 뿐 아니라 첨단기술 등 경제 협력까지 공조 영역을 확대했다.

한미일 3각 체계는 윤 대통령이 일제 강제동원(징용) 제3자 변제 방식 해법을 결단하고,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복원되면서 기틀이 완성됐다. 지난 3월 일본을 방문해 도쿄 정상회담을 가진 윤 대통령은 7~8일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서울 정상회담으로 한일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미일 연대가 강화된 것과 달리 윤 대통령은 중국·러시아와 더 멀어지며 '신냉전'을 예고했다.

첫 한미정상회담으로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시작한 윤 대통령은 프놈펜 공동성명으로 중국·러시아와 확실한 선을 그었다. 프놈펜 공동성명을 보면 "3국 정상은 국제질서의 근간을 뒤흔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대한 잔혹하고 정당화될 수 없는 침략전쟁에 대항해 우크라이나와 함께 한다는 의지를 확인한다"며 "핵 위협을 통한 러시아의 강압과 위협을 규탄한다"고 명시했다. 또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강압적 활동을 통한 것을 포함해 그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3국 정상은 대만 관련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고,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요 요소로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한미일 연대는 이번 국빈 방미 기간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고,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중국과 러시아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한미일 공조 강화라는 외교 정책 방향을 세운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신냉전 기류를 증폭시키는 것은 실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미흡하다는 점은 윤석열 정부가 풀어야 할 주요 외교 과제라고 진단했다. 30년 동안 유지됐던 대중국 무역흑자가 적자로 전환된 시점에서 중국과의 외교 마찰이 경제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지나치게 한미일 3각 공조에 의존할 경우 외교 주도권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뿐 아니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문제 등이 얽혀 있는 상황이라 자칫 일본 정부의 압박에 한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강화해 북핵에 대한 실질적 억지력을 확보한 것은 나름대로 유일 동맹국인 미국과의 외교 정상화를 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중국과는 출발점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북핵 해법에서 중국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북한을 압박하는 카드밖에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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