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몰려오고 기름값 급등…카네이션 농가 시들어간다

김민정 기자 2023. 5. 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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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쯤이면 카네이션의 인기가 좋아 양쪽 경매 테이블은 물론 바닥에도 깔아놓고 팔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테이블 한쪽도 못 채우고 그마저 유찰될 때가 많아 매출이 3분의 1 이상은 줄어든 것 같아요."

지난 5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강동동 부경원예농협 경매사업장 내 카네이션 상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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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완화 맞춰 검역 정상화, 반값 中 수입 2년새 배 이상 늘어

- 지역 농가 경매거래 11% 감소
- 총 거래금액도 전년비 70% 수준
- 고유가에 생산비도 늘어 이중고

“매년 이맘때쯤이면 카네이션의 인기가 좋아 양쪽 경매 테이블은 물론 바닥에도 깔아놓고 팔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테이블 한쪽도 못 채우고 그마저 유찰될 때가 많아 매출이 3분의 1 이상은 줄어든 것 같아요.”

지난 5일 부산 강서구 강동동 부경원예농협 경매사업장에 팔리지 못한 꽃이 쌓여있다.


지난 5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강동동 부경원예농협 경매사업장 내 카네이션 상장대.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앞둔 날이자,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국산 카네이션 재배 농가의 ‘대목’이었지만 경매장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상당수 카네이션이 팔리지 못한 채 경매장 한쪽에 쌓여 있는 모습에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유찰된 카네이션을 되가져가기 위해 포장하는 입찰자들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한 명에게 다가가 이날 매출에 대해 조심스레 묻자 “보면 모르겠느냐”고 한숨을 내쉰 뒤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코로나19 팬데믹 완화 이후 첫 ‘카네이션 성수기’인 5월을 맞았지만 국산 카네이션 재배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동안 수입이 원활하지 못했던 중국산 카네이션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기름값 급등으로 생산비마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5일까지 부산·경남지역 화훼 경매장(부산·부경·영남화훼) 카네이션 거래량은 5만1549단(1단=20송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8461단) 대비 11%나 감소했다. 카네이션 1단 평균 가격은 6769원으로, 지난해(8906원)보다 23% 내렸다. 총 거래 금액도 3억4891만 원에 불과해 지난해(5억2063만 원)의 70% 수준에 그쳤다.

화훼업계는 국산 카네이션 수요가 줄어든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코로나19 완화 이후 중국산 수입량 증가를 꼽는다. 팬데믹 때는 검역 절차가 까다로워 납품 시기가 늦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수입산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이제 상황이 정상화되자 중국에서 물량이 대거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카네이션 수입량은 2020년 6530t에서 지난해 1만5597t으로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과 중국산의 도매가격은 배 정도 차이 난다”며 “일부 수입상과 대형 꽃 배달 프랜차이즈가 대량으로 중국산을 수입해 국산 재배 농가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고 우려했다.

급등한 기름값도 농가의 근심을 키우는 데 한몫한다. 강서구에서 화훼 농가를 운영 중인 정모 씨는 “카네이션은 겨울 동안 보일러를 돌려가며 따뜻하게 키우는 꽃인데 등유와 경유 가격이 30% 이상 오르고 갈수록 한파가 심해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과 경남 김해는 기후가 따뜻해 국산 카네이션 주산지로 꼽힌다. 국내 카네이션 농가의 어려움은 곧 지역 화훼농가의 쇠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노인용 부경원예농협 경매사업장장은 “수입산이 실시간으로 정확히 얼마나 들어오는지 알 수 없어 국내 농가가 물량을 예측하기 어렵다. 예측할 수 있다면 재배 작물 전환이라도 고려할 수 있다”며 “수입산도 투명하게 유통 물량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농가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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