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오염수 검증’ 한국 전문가 파견 수용…강제동원엔 “가슴 아프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현장을 한국 전문가가 시찰하기로, 한일 정상이 합의했습니다.
시찰단은 이달 내에 후쿠시마로 파견됩니다.
양국 정상은 향후 안보·경제 분야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에도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한국 전문가단에 후쿠시마 원전 시찰 허용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한일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일본 총리도 “한국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은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한국 분들이 이 사안에 대해 이해해주실 수 있도록, 이번 달에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 대한 한국 전문가 현장 시찰단의 파견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총리로서, 자국민과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한국 국내 여러분들의 불안한 심정에 부응하기 위해” 현지 시찰단 파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오는 6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 결과에 따라 ‘국내적인 절차’, 즉 방류를 진행하고자 한다면서, “그때에도 꼭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자체 개발한 다핵종 제거 설비로 원전 내 오염수를 ‘처리’해, 환경과 건강에 위해가 없는 수준으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후 해상에 방류한다는 계획을 확정했습니다.
IAEA는 한국을 포함한 11개국 전문가들로 ‘모니터링 TF’를 구성하고, 2022년 2월 1차 방일을 시작으로 현장 검증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IAEA 외에, 특정 국가에 따로 검증을 허용한 적은 없습니다.
한국 전문가단의 구성과 시찰 범위, 기간, 일회성 방문인지 여부 등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강제동원에 “가슴 아프게 생각”…추가 사과 없어
기시다 총리는 일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선, 일본 정부 입장의 추가 사과나 후속 조치는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1998년 10월에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역사 인식과 관련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통절한 반성과 사죄’ 등 선언문 문구를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대신,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 “저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3월 6일 한국 정부가 먼저 발표한 ‘제3자 변제안’을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표현하며, “한국 정부의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이 과거에 아픈 기억을 이기면서도 미래를 열어주신 데 대해 감명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과 일본 간에는 수많은 역사와 경위가 있지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온 선인들의 지혜를 이어받아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일본 총리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은 (일본)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한국 정부 방침이 바뀔 수 있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바뀌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발표한 제3자 변제안이 “1965년 청구권 협정과 2018년 대법원 판결(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이자 법적 완결성을 지닌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해당 방안을 앞으로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과거사 문제는 진정성이 중요하지, 어느 일방의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한미 핵협의그룹에 일본 배제 안 해”…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 가능성?
양 정상은 북한 도발 고조 등으로 한일 안보협력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미가 지난달 ‘워싱턴선언’을 통해 합의한 한미 양국 간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의 참여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선언은 완결된 것이 아니고 계속 논의하고 공동 기획·실행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내용을 채워가야 하는 입장”이라며 “먼저 이것이 궤도에 오르면, 또 일본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준비가 되면 언제든지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한미 핵협의그룹이나 한미일 3국 확장억제 협의체 가능성에는 답변하지 않았지만, “북한 정세를 비롯한 역내 안보 환경이 한층 더 어려워지는 가운데, 일미동맹·한미동맹, 그리고 일한·일한미 안보협력을 통한 억제력과 대처력 강화의 중요성에 윤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지난달 26일 한미 양국이 워싱턴선언을 내놓은 이후, 양국 핵협의그룹에 일본이 추가로 참여하거나, 한미일 3국이 대북 확장억제를 공동으로 논의하는 새로운 협의체가 창설될 가능성 등이 제기돼 왔습니다.
한일, 한미일간 안보협력 강화 방안은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입니다.
■공급망 협력·항공노선 복원 예정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반도체 분야 등에서의 공급망 협력, 우주·양자·AI 등 첨단 과학기술분야 공동 연구 추진을 논의했습니다.
민간 교류 확대를 위해, 한일 지방간 항공 노선을 코로나 19 유행 이전으로 복원하고, 청년층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기로 했습니다.
다만 일본은 한국을 수출심사우대 대상(화이트리스트)으로 재지정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완료 시점 등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오는 19일 일본 히로시마 G7 회의 기간에 다시 만납니다.
양 정상은 원폭 피해자 추모시설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을 같이 방문하고, 한국인 피해자 위령비를 찾기로 합의했습니다.
히로시마시는 1945년 8월 15일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14만 명이 희생됐으며, 이 가운데 수천 명은 한반도 출신이라고 집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히로시마 피폭지를 방문하게 됩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신지혜 기자 (ne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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