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이번에도 과거사 반성·사과는 없었다

유정인·유설희 기자 2023. 5. 7. 19: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확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제동원(징용) 배상 문제 등을 두고 진전된 입장 표명은 없었다. 기시다 총리는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대상이 모호한데다 ‘사과’ ‘반성’ 등의 표현은 빠졌다. 일본에 강제징용 면죄부를 주는 ‘선제적 양보’를 한 뒤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이 있을 것이라던 정부의 기대는 무색해졌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102분간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3월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이후 52일만이자, 일본 총리의 양자 방문으로는 12년만이다. 양국 정상이 지난 회담에서 복원하기로 한 정상 간 ‘셔틀 외교’의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회견에서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방일시 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비롯해 역사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린 바 있다”며 “이같은 정부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어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두고 “과거사에 대한 인식 문제는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일방이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현안과 미래 협력을 위해 한발짝도 내디뎌선 안된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정부 방침이 바뀔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바뀌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발표한 해법은 1965년 청구권협정과 2018년 법원의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서 법적 완결성을 지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답했다.

두 정상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한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있는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며 합의 사항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내에 계속적으로 우려 목소리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해를 심화시키기 위해 이번 달에 후쿠시마 제1원전에 대한 한국전문가 현지시찰단 파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하기로 했다. 이는 일본 정부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3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제·안보 협력 강화 방안들의 후속조치를 점검하고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하는 데 방점이 맞춰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워싱턴 선언’에 따라 신설된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에 대한 일본 참여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진 않는다”며 “이것이 궤도에 오르면 일본도 미국과 관계에서 준비되면 언제든지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의 우수한 소부장 기업들이 함께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이 분야에서 공조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