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해빙, 美의 승리…여론은 계속 설득해야" 외신들이 본 정상회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으로 12년 만에 한일 간 셔틀외교가 복원되며 한일 관계 회복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외신들 사이에선 이런 분위기를 대북 공조와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을 하나로 묶으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승리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한일 간 복잡한 과거사 문제가 얽힌 만큼 안정적으로 관계 회복을 이어가기 위해선 여론의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7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일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양국의 관계 회복을 가장 반기는 건 미국일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 수년 동안 북한의 핵 위협을 억지하고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야망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 양국에 과거사를 넘어 협력할 것을 촉구해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에 대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미국 블룸버그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한일 간 셔틀외교 복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승리라고 짚었다. 미국과 중국이 스파이 풍선과 대만 문제에서 반도체 수출 통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부딪치는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 한국과 일본이 손을 맞잡은 건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의 단합을 절실히 원하던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원하는 그림이라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한국과 일본이 빠르게 관계 회복에 나선 데에는 미국의 요구뿐 아니라 북한의 핵 위협 및 '강압적인 중국'이라는 불안정한 안보 환경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 게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신각수 전 주일대사의 분석도 전했다. 신 전 대사는 "양국이 전략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자연스러운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가 악화하는 악순환에 갇혀 있는 것은 손해 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셔틀외교 복원이 윤 대통령의 중대한 외교적 성취라는 평가도 나온다. AFP통신에 따르면 브뤼셀 거버넌스스쿨의 김통피 교수는 "셔틀외교 복원을 통해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이 되기 전 중대한 외교적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라며 "부주의한 실수로 인한 외교적 사고만 나지 않는다면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양국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한미일 3국 협력 심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빠르게 관계 회복에 나서는 것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십년 동안 냉각과 해빙을 반복한 한일 관계의 역사가 보여주듯 서로 근본적인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 한 관계 개선을 향한 정치적 동력은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디펜스위클리의 도쿄특파원인 다카하시 고스케는 일본 야후재팬 뉴스에서 기시다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관련해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에 합의한 것 등은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 결단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사죄 표현이 없어 한국 여론이 어떻게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게 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한일 양국 모두 국내에서 긍정적 평가가 없다면 관계 회복을 위한 추진력이 부족할 수 있다"며 "두 정상이 솔직한 대화를 거듭해 안보 및 경제 협력에 대한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YT는 "두 정상의 국내 정치적 압력을 고려할 때 수십년 동안 지속된 긴장이 쉽게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 관측통들은 거의 없다"면서, 과거사에 대한 화해도 독도 영유권 분쟁 같은 다른 민감한 이슈가 부상하면 물거품이 된다고 짚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정치학 강사인 대니얼 스나이더는 "역사 문제는 단기적인 여론의 문제로 볼 수 없다. 이것은 한국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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