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1만5000년 바람이 만든 걸작 '국내 최대 해안사구'

김재근 선임기자 2023. 5. 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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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사구 면적 늘고, 장안사퇴 신규 포함
생태 경관 지질학적 아름다움과 가치 공인
해당화와 모래언덕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천연기념물 431호 신두리사구. 사진=김재근 선임기자
신두리사구에는 탐방로가 잘 조성돼 있다. 사진=김재근 선임기자


아름다운 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자랑하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의 구역 확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에 신두리사구 0.744㎢, 학암포 앞 장안사퇴(長岸沙堆) 12.967㎢가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새롭게 포함됐다. 이로써 공원의 면적(기존 328.99㎢)이 13.771㎢ 늘어나게 됐다.

<국내 최대 해안사구… 1만5000년 바람이 만든 걸작>
추가된 신두리사구 0.744㎢는 이전에는 민간 땅이었는데 지자체에서 매입, 국립공원에 넣었다고 한다. 중간에 빠져있던 부분을 편입시킴으로써 신두리사구를 효율적이고 온전하게 보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신두리사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넓은 모래언덕이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바닷가에 위치한 해안 사구(砂丘)로, 면적이 100만 5165㎡, 길이 3400m, 폭이 500-1300m에 이른다.

이 사구는 빙하기 이후 1만5000년 동안 바닷 속에 있던 모래가 해안에 쌓이면서 형성됐다. 썰물일 때 햇볕에 마른 모래가 바람에 쓸려 바닷가에 쌓이면서 육지에서는 보기 드믄, 모래언덕과 모래동산, 모래밭 등이 만들어졌다. 가장 높은 곳은 19m 정도이다.

사구의 앞 바다 쪽은 백사장이 펼쳐지고 뒤쪽으로는 푸른 소나무 숲이 자리잡고 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은 대부분의 지역이 이처럼 백사장과 모래언덕, 소나무 숲이 짝을 이루고 있다.

신두리사구가 천연기념물과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지질학적, 생태적, 경관적 가치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수십 개의 구릉이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고,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바람자국, 해안선에 길게 발달한 전사구(前砂丘), 말발굽과 초승달 모양의 바르한(barkhan) 사구, 사막의 물이 고여 형성된 사구 습지 등이 잘 형성돼 있다.

신두리사구에서 자주 눈에 띄는 갯완두. 사진=김재근 선임기자
신두리사구를 대표하는 통보리사초. 사진=김재근 선임기자
바닷가 모래밭에서 잘 자라는 모래지치. 사진=김재근 선임기자** 세로사진입니다


<대전일보 보도, 훼손 막고 천연기념물 지정 계기 제공>
생태계도 독특한 양상을 하고 있다, 바닷가와 모래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이 분포하고 있는 것이다.

통보리사초와 해당화, 순비기나무, 초종용, 억새풀, 갯쇠보리, 갯방풍, 갯완두, 갯씀바귀, 갯그령, 갯메꽃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왕소똥구리와 애기뿔소똥구리, 표범장지뱀, 개미지옥, 도룡뇽, 엽낭게, 달랑게, 흰물떼새, 황조롱이도 살고 있다. 인근의 두웅습지에는 물자라와 밀어, 금개구리, 맹꽁이 등의 동물과 수련, 매자위, 애기마름 등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신두리사구는 모래언덕 자체도 다양하고 아름답거니와 바닷쪽의 백사장, 뒤쪽의 소나무숲과 어우러져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정부는 이러한 신두리사구의 가치를 인정하여 2001년에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하였다. 천연기념물 지정은 대전일보 보도가 계기를 제공했다. 대전일보는 1998년 11월 27일자부터 난개발과 토사 채취로 망가지고 사라져가는 신두리 모래언덕의 실태를 연속하여 고발기사로 실었다. 이러한 보도나 나가자 문화재청이 실태조사 등을 거쳐 이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이다.

이번에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새로 편입된 장안사퇴. 사진=태안군
바닷속에 있는 장안사퇴(모래언덕)는 음력 보름과 그믐 전후에만 물 위로 드러난다. 사진=환경부

<바닷속 모래언덕, 경관 신비 생태적 가치도 커>
이번에 태안해안국립공원에 포함된 장안사퇴도 신비하고 독특한 자원이다. 사퇴(沙堆)는 모래가 쌓여 형성되는 모래언덕 또는 모래섬, 모래밭, 모래둑을 말한다. 장안사퇴는 신두리사구 북쪽의 학암포 앞 바다 10km 부근에 발달한 모래언덕이다. 대조기(사리)의 썰물 때 나타나는 거대한 모래언덕으로 최대일 때 길이가 35㎞, 폭이 4㎞에 이른다.

사퇴는 경관과 생태적 가치도 매우 높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음력 보름과 그믐 전후에만 볼 수 있는데 물 위로 드러난 모래언덕은 파란 바다와 붉은 모래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모래펄은 물결 무늬와 언덕, 섬 등 다양한 모습을 연출한다.

이러한 모래펄은 꽃게와 까나리가 산란을 하고, 가마우지와 갈매기, 물범 등이 먹이를 구하고 쉬어가는 쉼터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거센 해일과 파도를 완충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근래 '한국의 몰디브'로 알려지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도 많아졌다.

신두리사구의 면적이 늘어나고 새로 장안사퇴가 편입되면서 태안해안국립공원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 서해안 백사장과 해송이 보여주는 아름다움 외에 독특한 지질학적, 생태적, 경관적 가치를 가진 자원이 포함됨으로써 볼거리, 느낄거리가 한층 풍부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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