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많은 분이 겪은 고통에 마음 아파"

기자회견서 강제징용 유감 표명
日오염수 韓시찰단 파견에 합의
"관계개선, 양국 국민에 큰 이익"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 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대통령·기시다 총리 한일 정상회담… 12년만에 '셔틀외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7일 강제징용과 관련해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 아프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지난 3월 6일 발표된 (강제징용 해법 관련) 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어주신 것에 감동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98년에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어 "한국과 일본은 여러 상황을 극복해온 선조를 본받아 윤 대통령, 한국과 함께 미래를 향해 협력해나가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3월 도쿄회담 당시 '통렬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가 담겨 있는 한일 공동선언을 계승한다는 우회적 입장만 표현한데 반해 이번 서울 회담에서는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는 조금 더 진전된 유감 표명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또 이날 회담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은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최종보고서 받고 과학적·객관적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결과를 발표해 나갈 생각이나 한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한국 국민들이 널리 이해할 수 있도록 이번달 후쿠시마 제1원전소에 한국 전문가 현지 시찰단 파견을 허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 자국민과 더불어 한국 국민의 건강과 여러 가지 대외여건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일본 쪽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1박 2일 일정의 실무 방문 형식으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도쿄 회담을 한지 52일 만에 기시다 총리가 답방을 한 것이다.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차 한국을 찾은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의 서울 방문이 마지막이었다. 무려 12년 만에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가 정상적으로 복원된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50분쯤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기시다 총리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1박2일의 한국 실무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이어 오후 3시30분쯤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기시다 총리 부부를 위한 공식환영식이 열렸고, 곧바로 소인수회담과 확대회담으로 연결됐다. 소인수회담은 예정된 30분을 조금 넘긴 39분 간 이어졌고, 확대회담도 60분 간 진행됐다.

확대회담을 마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공동선언 없이 공동기자회견으로 회담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번 서울 회담으로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완성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정상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데 다시 한번 뜻을 모았다"며 "두 정상은 한일관계 개선이 양국 국민에게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더 높은 차원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가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일 양국 인적 교류 규모가 크게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간 항공노선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도록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협력과 관련해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의 우수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함께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이 분야에서 공조를 강화하자는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우주, 양자, AI, 디지털 바이오, 미래소재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공동연구와 R&D 협력 추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힌일 양 정상은 북핵 대응에도 한일·한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한미 간 워싱턴 선언에 일본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워싱턴선언이 궤도에 오르면 언제든 일본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