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2030세대 `컬트적` 방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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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상상만 하고 말 것을 진짜 행동에 옮기는 자는 적어도 '겁쟁이'는 아니다.
책의 저자는 살아온 내용 자체가 이미 제임스 딘 비스무리한데, 챕터를 한 장 더한다.
책은 요즘 2030 세대 한 켠에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컬트적' 글쓰기 작가의 시베리아 횡단 방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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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묵돌 지음/김영사 펴냄
남들은 상상만 하고 말 것을 진짜 행동에 옮기는 자는 적어도 '겁쟁이'는 아니다. 책의 저자는 살아온 내용 자체가 이미 제임스 딘 비스무리한데, 챕터를 한 장 더한다. 어느 날 갑자기 '요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적절한 장소로 떠올린 곳이 시베리아다. 한 방향으로만 걸어가다 죽음을 맞이한 시베리아의 농부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짐을 꾸린다. 그런데 문제는 때가 한겨울이라는 것.
블라디보스톡 택시기사에게 10배의 바가지를 씌어먹으면서 '요절 여행'은 출발부터 헝클어진다. 책은 요즘 2030 세대 한 켠에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컬트적' 글쓰기 작가의 시베리아 횡단 방랑기다. 특유의 시니컬하고 막 되먹음 뒤에는 약간의 스노비즘도 엿보인다. 그것을 숨은그림찾기 식으로 찾아내는 것도 읽는 재미다. 세상에 '객사'(客死)에다 요절이 꿈인 사람은 없다. 그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바보는 더더욱 없다, 게다가 한겨울 시베리아로.
그런데 좌충우돌 여행 중에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마감의 압박감, 죽더라도 마감하고 죽어주길 바라는 편집자의 태도, 무엇보다 징그럽게 풀리지 않는 인생으로부터 도피해 떠난 여행인데, 서서히 돌아가야 할 노정이 된다. 저자는 깨닫는다. '필사적으로 살아서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미션이구나.'
시베리아 횡단 열차와 방문하는 도시에서 겪는 별의별 희한한 일들에, 여행 중 코로나19에 걸려 이국만리에서 격리에 들어가야 했던 일 등을 따라가면서 독자는 본의 아니게 책의 화자에게 말을 걸게 된다. "젊은이 제발 좀 이제 집에 돌아가." 저자는 누구든 사라질 각오로 떠나야 할 때가 온다며, 마치 그때를 대비해 주저하지 말고 떠나는 연습을 하라는 메시지를 발하는 것 같다.
스스로 머저리라고 칭하는 저자는 실은 매우 영리하면서 불행을 행운으로 만드는 처신가다. 그가 예상하진 않았겠지만, 여행 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해 '요절'의 또 다른 방해요소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도 무척 흥미롭다.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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