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야드 장타골퍼' 정찬민 매경오픈 우승, 영리함보다 과감함 빛났다

[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정찬민이 7일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GS칼텍스 매경오픈 조직위원회

꿈의 300m를 넘어 400야드(365m)까지 날리는 장타 골퍼는 언제 어디서든 공이 코스를 벗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도 와이어 투 와이어(첫날부터 끝까지 선두를 달리는 것) 우승을 일궈냈다.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리는 화려한 쇼케이스였다.

정찬민(24·CJ대한통운)은 7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 컨트리클럽(파71)에서 아시안프로골프투어를 겸해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3억 원) 최종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를 엮어 5언더파 66타를 쳐 최종 합계 16언더파 197타로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6일 내린 폭우로 인해 3라운드 54홀 경기로 축소돼 진행됐다. 그럼에도 변수는 없었다. 첫날부터 선두를 지킨 정찬민은 화끈한 플레이로 갤러리들의 시선을 사로 잡으며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생애 첫 정상에 올랐다. 2위 그룹 이정환과 송민혁 등과 타수 차이가 무려 6타에 달할 만큼 완벽한 우승이었다.

작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그의 19번째 출전 대회이자 '한국의 마스터스'라고 불리는 대회에서 화려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우승 상금도 3억 원에 달해 그는 단숨에 상금랭킹 1위(3억 592만 원)로 뛰어올랐다.

아울러 정찬민은 2028년까지 KPGA 코리안투어 시드와 2025년까지 아시안프로골프투어 시드를 받아 당분간 출전권 걱정 없이 투어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화끈한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는 정찬민과 그를 바라보고 있는 갤러리들. /사진=GS칼텍스 매경오픈 조직위원회

정찬민의 가장 큰 강점은 장타다. 스릭슨 투어에서 장타왕에 오른 그는 지난해 KPGA 코리안투어에서도 장타 1위에 올랐다. 스릭슨 투어에서 평균 321.8야드, 작년 KPGA 코리안투어에서는 평균 317.1야드를 때려낸 그는 올 시즌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341야드(311m)에 달한다. 입이 쩍 벌어지는 숫자다.

188㎝에 100㎏가 넘는 거구에 수염까지 덥수룩하게 길러 세계랭킹 1위 욘 람(스페인)을 연상케 한다. 팬들은 '정람(정찬민+욘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지금까지는 무시무시한 장타와 성적을 하나로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특히 GS칼텍스 매경오픈이 열린 남서울 컨트리클럽은 티샷의 비거리보다는 정교함이 더 필요한 코스로 유명한데 정찬민은 그러한 고정 관념을 깨고 장타 본능을 뽐내며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우승 후 정찬민은 "큰 시합에서 우승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와이어투와이어 기록이 쉽지 않은데 이런 기록으로 우승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코스에도 드라이버 티샷을 피해가지 않았다. 드라이버를 9번 잡았다는 그는 앞서 영리한 경기를 펼치겠다는 말과 달리 과감하게 드라이버 티샷을 연신 시도했는데 "2라운드 빼고 드라이버 자신 있었다. 후반에 드라이버를 (14홀, 16홀에서) 안전하게 가려고 했는데 타수차가 많이 나서 드라이버를 쳤다"고 밝혔다.

수많은 갤러리들 앞에서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키고 주먹을 불끈 쥐는 정찬민. /사진=GS칼텍스 매경오픈 조직위원회

물론 숏게임의 정확성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정찬민은 "제일 달라진 건 퍼터인 것 같다. 지난 시즌에는 퍼터 때문에 고생이 많았는데 테일러메이드 퍼터를 쓴 게 신의 한 수였다"며 "그전까지는 그린에 올라가면 불안했다. 퍼터를 바꾸고 나서 잘 들어가서 샷도 더불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겨울 훈련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도 숏게임이었다. 파4 기준 드라이버가 잘 따라주면 그린 주변에 안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장타자다 보니 100m 이내 샷을 보완하려고 했고 그린 주변 어프러치를 신경 많이 썼다"며 "하루 중 3분의2는 숏 게임 연습을 했다"고 전했다.

거친 남자일 것만 같은 이미지와 달리 팬들과 소통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갤러리 분들을 좋아한다. 갤러리와 소통을 해드리면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어 했다"며 세리머니 계획에 대해선 "타수차이가 많다보니 우승에 대한 생각이 들어 '물이나 맞자' 생각했다"고 밝혔다.

출전권 걱정을 덜어놓은 만큼 더 과감해지기로 했다. "9~10월까지 코리안투어 성적을 보고 대상 경쟁이 된다고 하면 스폰서에 협의해 코리안투어에 더 전념 하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우승 후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정찬민. /사진=GS칼텍스 매경오픈 조직위원회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