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징용 관련 “많은 분이 겪은 고통 마음 아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이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을 언급하면서 “나 자신은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일본 매체들은 한일 정상이 강제징용 문제 등 양국이 안고 있는 과제를 마주보고 관계 개선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일치시켰다며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안전보장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AFP통신은 “기시다 총리의 발언이 ‘새로운 사죄’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대신 이전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평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지난 3월 6일 발표된 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어주신 것에 감동했다”며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한국 측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잘 안다며 한국 전문가단의 후쿠시마 원전 시찰에 윤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오는 23일 한국 시찰단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이 이달 하순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 함께 현지에 있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방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 “한·일, 과제 마주 봤다”··· 산케이 “한국, ‘사죄 요구 외교’ 탈피”
아사히,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주요매체들은 이날 한·일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기시다 총리는 북한을 포함한 인도 태평양 지역의 최신 정세와 글로벌 과제에서의 연계를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고,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문이 한·일 양국의 미래 협력을 향한 의미 있는 한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긴밀하게 연계한다는 데 두 정상이 뜻을 같이 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국 정상이 징용공 문제 등 한일이 안고 있는 과제를 마주 보고 관계 개선을 해나가기로 했다”면서 양국이 안보, 경제, 글로벌 아젠다에 대한 대응에 긴밀히 협력할 방침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의 징용공 관련 발언도 상세히 전했다. 기시다 총리가 전 징용공 문제에 대해 “과거의 힘든 기억을 잊지 않고 함께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어준 것에 마음을 쏟았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생각한다”며 “한일 간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온 선인들의 노력을 이어 미래를 향해 협력하는 것은 일본 총리인 나의 책무다”라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의 징용 관련 발언이 징용 피해자와 한국이 기대하는 ‘새로운 사죄’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AFP통신은 평했다. AFP통신은 “회담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새로운 사과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날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대신 일본은 이전 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한일) 양국은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두고 아사히 신문은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였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사죄를 계속 요구하는 ‘사죄 요구 외교’에서 탈피해 한일 관계를 앞으로 진전시킬 방침을 거듭 나타냈다”며 “윤 대통령이 과거의 사죄 요구 외교와 선을 그었다”고 해석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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