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우승후보로 꼽지 않았던 삼척시청, 2연속 女핸드볼리그 통합 우승
더 이상의 이변은 없었다. 여자핸드볼 삼척시청이 2년 연속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정규리그 1위 삼척시청은 7일 서울 송파구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22-2023시즌 SK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3전2선승제) 2차전에서 4위 부산시설공단을 30대25로 눌렀다. 앞서 1차전에서 30대26으로 이긴 삼척시청은 이날 2차전에서도 웃으며 가장 높은 자리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에도 통합우승을 맛본 삼척시청은 두 시즌 연속 위업을 이뤄내며 여자핸드볼 최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했다.
전반에 13-14로 끌려간 삼척시청은 후반 21-21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김보은(26), 김민서(19), 김온아(35)의 연속 득점으로 달아나며 승세를 굳혔다. 단판제인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연달아 상위권 팀을 격파하며 올라 온 부산시설공단은 후반에 체력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특급 막내’ 김민서는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1골(3어시스트)을 책임지고, 챔피언 결정전에서 팀 내 최다인 16골을 퍼부으며 이번 시즌 신인상과 함께 챔피언 결정전 MVP(최우수선수)도 거머쥐는 영예를 누렸다. 2011년 핸드볼 코리아리그 출범 이후 신인상과 챔피언 결정전 MVP를 동시에 석권한 선수는 김민서가 처음이다. 김보은이 5골(5어시스트), 김온아가 3골(4어시스트)로 힘을 보탰다. 골키퍼 박미라(36)와 박새영(29)도 번갈아가면서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이번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삼척시청을 우승 후보로 꼽지 않았다. 지난해 우승팀이었지만, 주전 선수 중 키 170cm이 넘는 선수는 골키퍼를 제외하곤 김보은이 유일할 정도로 ‘단신 팀’이었고, 팀 주축이었던 이효진(29)도 인천시청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열린 세계여자청소년핸드볼 선수권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MVP에 뽑힌 김민서가 데뷔 첫해부터 득점 2위(142골)와 도움 4위(97어시스트)에 오르는 등 폭발했고, 국가대표 출신 김온아가 대신 합류하며 중심을 잡아줬다. 2003년부터 삼척시청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계청(55) 감독도 상대적으로 작은 선수들의 체구를 활용한 역습·속공 위주의 ‘스피드 핸드볼’로 승부를 건 게 주효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과 작년 11월부터 준비했다. 훈련하며 (선수들을 꾸짖고) 악역을 맡아야 할 때도 있는 등 7개월간 선수들과 고생을 많이 했는데, 2연패를 해 너무 기쁘다”고 했다.
김민서는 “언니들한테 수비가 몰리는 것을 보고 ‘오늘은 내가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했다”면서 “챔피언 결정전 MVP까지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해서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이어 “(김)온아 언니와 같이 게임을 뛰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당분간은 푹 쉬고 싶다”고 했다.
김민서는 숱한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한 김온아를 이을 대표팀 ‘센터백’ 재목으로 평가 받는다. 김온아가 여자핸드볼의 현재라면, 김민서가 미래이다. 이에 대해 김온아는 “민서는 (이미) 잘 성장해서 저희 팀에 왔다. 자기 소신껏 핸드볼을 한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사실 오늘 무릎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다. 어제 주사도 맞았다. 내일은 아마 못 걸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끝으로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개인 시간을 빼서 오시는 걸 잘 알고 있다. 이 부분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선수 생활을 오래 하는 게 팬들의 바람이더라.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민서와 김온아는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그들을 기다린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도 해주고 같이 사진도 찍어줬다. 팬들이 있어야 선수도 빛나는 법. 삼척시청의 ‘봄 핸드볼’은 이처럼 찬란하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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