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일 공조 꼭 필요"···기시다 "한일 다이내믹하게 움직여"

구경우 기자 2023. 5. 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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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52일 만에 다시만난 한일정상
급변하는 지역 안보정세 인식 공유
양국 경제·안보협력 심화 한목소리
한일 청년세대 교류확대 등 합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도 논의
韓 조사팀 현지 조사 방안 등 조율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일 정상 확대 회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난 윤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을 중심으로 격변하는 지역 정세에 대한 인식부터 공유했다. 양국 정상은 미중 패권 경쟁의 한복판이 된 인도태평양에서 한일이 경제와 안보협력을 더욱 심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게 “엄중한 국제 정세와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에서 한일 협력과 공조는 양국의 공동 이익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평화의 번영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른바 ‘끈끈한 연대’를 주문했다. 기시다 총리도 “저희가 3월 회담에서 한일 관계를 강화하고 재구축한다는 점, 그리고 대화 협력을 강화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이후) 2개월이 조금 안 됐지만 다양한 대화가 다이내믹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소인수회담과 확대정상회담을 잇따라 개최하고 양국의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올 3월 윤 대통령이 강제 동원 문제와 관련해 ‘제3자 변제’ 방식의 해법을 들고 일본을 찾은 데 대한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다. 무엇보다 이번 방한으로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사 요시히코 총리의 회담 이후 중단됐던 한일 셔틀외교가 완전히 복원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2018년 문재인정부 당시 대법원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개인의 청구권이 유효하다고 판결을 내린 뒤 급격히 경색됐던 한일 관계도 정상화됐다.

기시다 총리는 방한 첫 일정을 한일 과거사와 연대의 상징인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일본 총리로서는 2011년 노다 총리 이후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는 올 3월 한일정상회담 당시 과거사와 관련해 “역대 정부를 계승한다”고 간접적인 사죄를 밝힌 바 있다. 일본 총리로서 처음 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한 인물은 1983년에 방한한 고(故) 나카소네 야스히로다. 다만 1993년 고노 요헤이 총리가 ‘마음으로의 사죄와 반성’,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 표명’을 한 후 일본 총리들은 방한 때마다 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이 관례였다. 2009년 한국을 방문한 아소 다로 당시 총리도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헌화, 참배했고 2010년 방한한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대전현충원을 찾아가 참배했다. 기시다 총리가 이날 현충원 참배로 방한을 시작한 것은 과거 정부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했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한국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충원을 찾았다는 해석도 있다. 현충원에는 6·25전쟁 당시 공산권과 맞서 싸운 순국선열이 잠들어 있다. 양국 정상은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자유·인권·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법치와 인권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라는 자유주의 진영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뜻을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일이 자유민주주의를 통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인도태평양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 등 권위주의 진영의 군사적 힘을 이용한 국제 질서 변경에 한일이 반대하겠다는 뜻을 공표한 것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복원과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새로운 초석이 될 청년 세대의 교류 확대에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방문 시 하버드 대학에서 언급했습니다만 양국의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양국 정부의 협의에 따라 한국 조사팀이 현지를 찾아 오염수 방류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 과학적 조사를 하는 방안도 조율된다.

외신들도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주목했다. 7일 블룸버그통신은 한일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에 맞서 공조하고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동맹국의 단합을 모색해왔다”며 “수년간 공식 회담이 없던 한일 정상이 두 달 만에 두 번째 만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또 다른 승리”라고 평가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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