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포드 문 닫을때…현대차, 반도체 설계변경으로 판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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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마다 글로벌 위상이 격상되는 회사.'
두 모델은 현대차·기아의 전체 평균판매단가(ASP)를 확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더 이상 신흥시장 중심이 아니라 선진시장에서 중대형 세그먼트를 판매하는 업체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현대차그룹이 2026년 판매량 917만 대로 글로벌 1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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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기 때마다 혁신으로…세계 3위 등극
반도체 부족 생산 차질 빚을 때
대체소자 개발 등 공급망 관리
미국에서 제값 받기 전략 통해
기본모델에 ADAS 넣고 값 올려
사드 보복으로 中서 부진하자
美·유럽 점유율 확 끌어올려
‘위기 때마다 글로벌 위상이 격상되는 회사.’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 등 신흥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판매 5위로 성장한 데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약진하며 글로벌 3위로 도약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강한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 유일하게 수직계열화한 밸류체인, 빠르고 유연한 차량 개발, 선진 및 신흥 시장 동시 개척 등이다. 2026년에는 글로벌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반도체 소자 설계 변경 ‘신의 한 수’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대부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들은 자동차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판단하고 반도체 주문량을 대폭 줄였다. 이는 큰 오판이었다. 코로나19 ‘보복소비’ 수요가 예상외로 폭발한 것이다. 이들 업체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탓에 2021년 내내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야 했다.
현대차그룹은 달랐다. 2020년 국내외 공장 가동을 지속하는 등 생산력을 유지한 덕분에 2021년 수요 급증에 올라탔다. 현대차 역시 반도체 부족에 시달리긴 했지만 174개에 달하는 대체 소자를 개발해 유연하게 대응했다. 이때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완성차 생산 공정을 수직계열화한 게 빛을 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4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올해의 선구자’로 선정된 뒤 인터뷰에서 “수직계열화가 왜 필요한지는 공급망 문제만 봐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깡통 차’ 대신 ‘제값 받는 차’로
현대차그룹 대약진의 또 다른 비결은 지난 3년간 가장 크게 성장한 미국 시장의 상품 전략 변경이다. 현대차·기아는 이전까지 옵션 없는 ‘깡통 차’로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기본 모델에도 스마트크루즈컨트롤 등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적용해 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2018년 말 미국에 출시한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가 그 시작이었다. 두 모델은 현대차·기아의 전체 평균판매단가(ASP)를 확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높인 초기에는 판매가 어려웠지만 소비자 만족도가 향상되면서 선순환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재고가 부족해지면서 미국 내 수익성이 떨어지는 리스, 영업용 차량 등 상업용 판매 비중을 25%에서 한 자릿수로 낮춘 것도 주효했다. 상업용 물량은 초기 판매 목표 달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2~3년 계약기간이 끝나면 대규모로 중고차 시장에 풀리면서 중고차 가치가 떨어지는 역효과를 낸다.
미국·유럽 선진 시장 집중 공략
2010년대 초반 현대차그룹이 한 단계 도약한 것은 중국 시장 선전 덕분이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 들어 위기에 빠진 것도 중국 시장 부진 때문이다.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시작되면서다.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약진하며 오히려 더 성장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2년 8.7%에서 지난해 10.6%로 높아졌다. 서유럽에선 같은 기간 6.2%에서 9.4%로 올라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더 이상 신흥시장 중심이 아니라 선진시장에서 중대형 세그먼트를 판매하는 업체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현대차그룹이 2026년 판매량 917만 대로 글로벌 1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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