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이병헌 감독 "코미디, 감 떨어질까 무섭죠" [인터뷰]

서지현 기자 2023. 5. 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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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이병헌 감독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최연소 천만감독' 타이틀을 가진 이병헌 감독이 기분 좋은 부담감을 짊어지고 돌아왔다. 과연 이벙헌 감독의 '드림'은 이뤄질 수 있을까.

한국 영화의 부진 속 무거운 어깨로 출발한 영화 '드림'(연출 이병헌·옥토버시네마)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앞서 영화 '극한직업'으로 '최연소 천만감독' 타이틀을 갖게 된 이병헌 감독은 '드림' 개봉을 앞둔 당시 "전작의 흥행도 그렇지만, '드림'을 가장 오랫동안 준비해서 부담감이 제일 센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병헌 감독이 언급한 대로, '드림'은 촬영이 중단되거나 연이은 기상악화로 어려움을 겪으며 촬영됐다. 이에 대해 이병헌 감독은 "이번 작품은 물리적인 압박이 정말 심했다. 촬영 때부터 개봉 시기까지 굉장히 빡빡했다"며 "촬영 땐 인생 최고의 장마가 왔다. 7월이었는데 20일 넘게 비가 왔다. 일주일에 한두 번 밖에 촬영을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중엔 비가 밉지도 않더라. 해외 촬영 땐 코로나19가 심해져서 못 갔다. 물론 다른 작품도 모두 힘들었을 것"이라며 "예산이 늘어나고, 가장 중요한 촬영을 가장 열악하고 빡빡하게 했다. 물리적 압박이 심했다. 열심히 준비해서 후반 작업을 했고, 개봉 시기가 됐는데 이번엔 극장가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드림 이병헌 감독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동안 코미디 영화 위주로 관객들과 만나온 이병헌 감독은 이번에 스포츠와 휴머니즘을 앞세웠다. 이병헌 감독은 "저도 처음엔 홈리스 월드컵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때는 '노숙자'라고 하면 흔히 서울역에서 봤던 정도였다. 근데 이런 대회가 있고, 이런 경기가 있다는 것이 짧게 20분 정도 분량으로 TV 교양프로그램으로 소개됐다"며 "그제 저희 영화의 후반부 나온 경기 내용이다. 2010년 실제 경기 내용과 같다. 브라질 용병을 투입해서 1승을 거둔 것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내용을 보면서 제가 이렇게 몰랐다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알아야 되는 것을 몰랐다 싶었다. 실제 이야기가 감동도 있고, 드라마틱했다. 그렇다면 이걸 대중영화로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이병헌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을 것 같았다. 동시에 영화적인 기교가 필요 없이 순수하고 담백하게 만들려고 했다. 물론 신파가 섞였지만 실제 뒤에 이야기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크게 벗어날 수 있는 범위가 없었다"며 "이걸 만들면 의미도,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제 생각을 설득시키는 과정이 좀 오래 걸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드림 이병헌 감독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드림'의 최초 가제는 '홈리스 월드컵'이었다. 이병헌 감독은 "계속 제목에 대해 고민하고, 투자사, 제작사, 스태프들과 제목 공모도 했다. 다만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제목이 편견을 먼저 심어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서 투자사 의견으로 '드림'이라는 가제를 붙여놓고 다시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후 지금의 제목 '드림'을 선택했다. 이 감독은 "전 사실 '드림'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는 좋지만 너무 착하고, 단순해서 더 고민하고자 했다. 그런데 계속 진행이 됐고, 이후 박서준, 아이유가 캐스팅되면서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홍보가 되고, 알려지면서 제목을 못 바꾸겠더라"며 "'드림'도 계속 보니까 지금은 정들어서 좋다. 단어가 예뻐 보인다. 영화를 다 만들어놓고 보니까 어울리는 것 같다. 지금은 마음에 드는 제목이 됐다"고 웃음을 보였다.

또한 이병헌 감독은 직접 홈리스들과 만나 소통하며 '드림'의 뼈대를 만들었다. 그는 "실제로 빅이슈 사무실에 가서 취재를 많이 했다. 노숙자가 된 사연들이나, 혹은 홈리스 월드컵 대회에 참가한 후기들을 책자로 만들어서 소개해주고 있다"며 "따로 만나서 인터뷰한 것도 있고, 네덜란드 대회를 따라가서 취재했다. 대부분 우리가 생각하는 IMF, 빚보증, 건설현장에서의 사고 등이 가장 많은 사연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실화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에, 실제 사연을 각색한 만큼 경계점도 필요했다. 이병헌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고민하고 생각했다. 당연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예민한 부분이라 초고를 빽빽하게 채워서 썼다. 지금보다 훨씬 코미디도 많았고, 대사량도 많았다"며 "꽉 채워서 '투 머치'하게 해 놓은 다음 풀어놓고 스태프들과 함께 회의하고 몰입하면서 걷어내는 작업을 오랫동안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드림 이병헌 감독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홈리스들의 사연을 다루는 '드림'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이병헌 감독 특유의 개그코드와 말맛 대사들로 살려냈다. 그의 전작 '스물' '극한직업' 등을 사랑한 관객이라면, '드림'에서도 자연스럽게 코미디를 기대할 터다.

이에 대해 이병헌 감독은 "이제 나이를 먹으니까 감 떨어질까 봐 코미디에 대한 걱정이 있다. 언제까지 코미디를 할까 싶긴 하지만 아직까진 좋다"며 "저에 대한 기대치가 부담감도 있지만, 동시에 기분이 좋다. 아직까지 코미디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영화를 늦게 시작해서 그나마 제일 잘하는 걸로 진입을 하고 싶었다. 그게 가장 쉬운 일이기도 하니까. 아직까지 그나마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유지해오고 있다. 아직은 공부하고 있는 상태다. 조금 더 갖춰지면 다른 장르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병헌 감독은 "제 작품들이 비슷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저 나름대로 아주 다른 작업을 했다. '스물' '바람바람바람' '극한직업' '드림' 모두 저에겐 아주 다르다"며 "제가 연출자로서 뭔가 보여주고 싶은 강박에서 만든 영화들은 평가를 잘 못 받았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식으로 웃음에 의미를 두니까 '극한직업'의 평가가 좋더라. 그래서 정통 코미디는 처음 한 것 같다. '드림' 시나리오는 '극한직업' 보다 훨씬 전에 썼다. 휴머니즘에 대해 강조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코미디에 대한 기대치는 개인적으로 부담스럽지만 기분이 좋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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